▲ 고영욱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대문경찰서에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
새해 벽두인 지난 3일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고영욱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13세 여중생으로부터 고소장을 접수받고 고영욱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고영욱은 지난해 12월 1일 오후 4시 무렵 서울 홍은동의 한 거리에서 미성년자인 13세 소녀 김 아무개 양을 자신의 차에 태운 뒤 허벅지 등 몸을 만지는 성추행을 했다고 한다. 경찰은 고소장을 접수한 피해 여성의 진술을 확보한 뒤 해당 지역 CCTV 동영상 등을 입수해 사실 여부를 파악 중이다.
고영욱 역시 3일 오전 7시 무렵 서대문경찰서에 출두해 조사를 받고 오후 2시경 귀가했다. 고영욱은 경찰조사 과정에서 관련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알려진다.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서대문경찰서 공수한 형사5팀장은 “오늘 고영욱에게 들을 얘기는 충분히 들어 추가 조사는 없을 것”이라며 “다음 주 중으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소인과 피고소인의 주장이 맞서는 대목은 성추행 여부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고소장을 접수한 피해 여중생의 모친은 고영욱이 차 안에서 딸의 몸을 만지는 등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피고소인인 고영욱은 자신의 차량에서 해당 여중생이 탑승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30여 분가량 대화만 나눴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 역시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공수한 팀장은 “지난해 용산경찰서의 성폭행 사건과 달리 이번 사건은 성추행 사건이라 혐의가 드러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전까지는 구체적인 정황에 대해선 전혀 언급할 수 없다”며 고영욱이 받고 있는 혐의와 양측의 진술내용 등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고영욱을 향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연예관계자들 사이에선 신중론도 대두되고 있다. 성추행의 개념이 워낙 광범위한 터라 고영욱이 의도하지 않은 행위로 혐의를 받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화를 나누던 도중 별 의미 없이 신체 접촉을 했을 뿐인데 피해 여성이 이를 성추행으로 받아들인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불거진 세 건의 사건으로 인해 고영욱에게 ‘미성년자 간음’이라는 족쇄로 인해 불거진 오해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 연예관계자는 “행여 오해임이 밝혀져 양측이 합의로 조용히 일을 끝낼 수도 있는데 이미 고영욱은 여론 재판에서 또 한번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안타까워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고영욱과 피해 여중생이 어떤 계기로 만났으며 차량 안에서 30분 동안 무슨 대화를 나눴느냐 하는 점이다. 일부 연예관계자들의 신중론에도 불구하고 고영욱의 상황이 다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까닭 역시 여기에 있다. 사건을 담당하는 서대문경찰서 형사5팀은 자세한 조사 내용에 대해서는 일체 함구하고 있다. 그렇지만 경찰 관계자들을 통해 하나 둘 확인되는 내용은 고영욱에게 불리한 사안들이다.
▲ 사건 현장 CCTV 동영상 화면 캡처. |
고영욱은 지난해 불거진 사건 이후 집에서 칩거 중인 것으로 알려졌었다. 물론 방송 출연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생계를 위한 프로듀서 활동으로 신인을 발굴하던 중이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연예관계자들은 고영욱이 프로듀서로 활동하기 위해 직접 길거리 캐스팅에 나섰다는 점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직 고영욱과 피해 여중생이 나눈 대화 내용은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다. 실제로 길거리 캐스팅 관련 대화를 나눴을 경우 고영욱은 프로듀서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으며 어떤 프로젝트를 위해 신인을 발굴하려 했는지 등의 구체적인 사안을 공개해야 한다. 단순히 뜬구름 잡는 식으로 연예인 해보지 않겠냐고 접근한 것이라면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 여성의 주장이 상당한 설득력을 갖게 된다.
고영욱은 지난해 5월 18세 여성을 자신의 오피스텔로 유인해 술을 먹인 뒤 성관계를 가졌으며 이후 또 한 차례 만나 간음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이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한 뒤 아직까지 검찰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7개월 넘게 검찰의 기소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사건이 마무리되는 분위기였다.
그렇지만 고영욱은 이번 피소로 인해 지난해 사건에 대한 검찰 기소까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고영욱이 상습적으로 연예계 데뷔 등을 미끼로 미성년자를 유인해 성관계를 갖거나 성추행을 했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불거진 사건의 피해 여성과 추가로 고소를 했다가 취하한 미성년자 여성 두 명, 그리고 이번 성추행 고소 여성까지 벌써 고영욱과 성폭행 및 성추행으로 연루된 미성년자 여성은 네 명이나 된다. 게다가 지난 4일에는 종합편성채널 JTBC <연예특종>에서 고영욱에게 지속적으로 만남을 제안 받았다는 10대 여성의 인터뷰가 공개되기도 했다. 이 여성은 고영욱이 지난해 불거진 사건으로 자숙하던 당시에 은밀히 만나자는 제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고영욱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검경 수사와 사법부의 유무죄 판결이 나온 뒤에야 정확히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지난해에 이어 새해 벽두에 불거진 불미스런 사건으로 고영욱의 연예계 컴백은 더욱 요원해진 분위기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