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 20분간 이어진 조정은 '불성립'으로 종결됐다. 세부적인 조정 내용이 밝혀지진 않았으나 지난 1차와 마찬가지로 양측 간에 합의점을 전혀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뉴진스 측은 3차 변론기일에서 "민희진 전 대표가 있던 옛날의 어도어로 돌려놓는다면 조정에 응할 의사가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어도어의 모회사인 하이브(HYBE)가 민 전 대표에 대해 업무상 배임 혐의를 물어 고발했던 사건이 지난 7월 경찰 수사에서 혐의 없음 불송치 결정을 받은 만큼, 하이브와 어도어가 이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무고한' 민희진 전 대표를 다시 어도어의 대표이자 프로듀서로서 복귀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어도어 측은 지난 4월 첫 변론기일에서 합의 의사를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긴 했으나, 뉴진스 측의 요구에 대해서는 수용 의사가 없다는 점을 확고히 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하이브가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한 상태이고,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260억 원 상당의 풋옵션 권리를 놓고 주주 간 계약 해지 소송이 진행 중인데다, 이 소송에서는 민 전 대표의 이른바 '뉴진스 빼가기'가 가장 중대한 계약 해지 사유로 지목되고 있다. 어도어로써는 실행까지는 확인되지 않았어도 '해사 행위'의 구체적인 계획이 드러난 전 대표를 제자리로 복귀시키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미 어도어는 지난 8월 20일 김주영 대표이사를 교체하고 이도경 부대표를 신임 대표 자리에 올렸다. 음반과 공연 등 아티스트 활동 기획 및 매니지먼트를 수행하는 레이블로써 본연의 운영을 본격화하는 목적이라는 게 어도어 측이 밝힌 교체 배경이었다. 과거 민 전 대표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할 인물로 이도경 신임 대표를 내세워 뉴진스 측의 '민희진의 대표이사 복귀' 요구를 원천차단한 셈이다.

이에 따라 뉴진스는 이번 본안 1심 판결이 있을 때까지 계약상 의무를 다해야 한다. 여기에 어도어 측이 뉴진스의 독자 행동을 원천 봉쇄하는 간접강제까지 신청하면서 뉴진스는 어도어의 사전 승인이나 동의 없이 연예 활동을 할 경우 위반 행위 1회당 각 10억 원씩 어도어에 지급해야 한다. 1심 판결이 가처분 결정과 동일하게 이뤄진다면 뉴진스는 여전히 전속계약에 묶이게 되고, 반대로 재판부가 뉴진스의 손을 들어준다면 가처분과 간접강제 결정에서도 벗어나 다음 재판까지는 '탈(脫) 어도어' 상태로 활동할 수 있게 된다.
뉴진스는 어도어와의 갈등이 불거지고, 소송이 이어져 온 약 1년 동안 연예 활동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무소속으로 'NJZ'(엔제이지)라는 새 그룹명을 달고 아주 잠시 활동했던 것을 제외한다면 2024년 5월과 6월 발매한 더블 싱글 '하우 스위트'(How Sweet), '슈퍼내추럴'(Supernatural) 이후로 현재까지 국내 무대에 서지 못했다.
대중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뉴진스가 언제쯤 다시 '본업'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다. 만일 어도어가 1심에서 승소한다면 뉴진스는 즉각 항소 제기와 판결 집행 정지를 신청해 가처분 때와 마찬가지로 법적 분쟁 등을 이유로 활동 중단 상태를 유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연예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활동하지 않은 기간은 전속계약상에 명시된 계약 기간에 산입되지 않기 때문에 소송으로 인한 공백기가 늘어날수록 뉴진스가 어도어 소속으로 묶여 있어야 하는 기간도 늘어나게 된다.
재판부가 뉴진스의 손을 들어준다면 어도어를 떠나 새로운 소속사를 찾아 컴백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 경우엔 이번 사태에서 하이브와 어도어의 편에 섰던 국내 연예매니지먼트 단체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익명을 원한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이미 뉴진스의 행동을 두고 '대중문화산업의 질서와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악질적인 방법'이라고 공개적으로 규정한 상황인데 새로운 소속사가 나타난다면 그들 역시 업계 전체를 적으로 돌려 공격 대상이 되지 않겠나"라며 "뉴진스로서는 1심에서 어떤 판결이 나오더라도 진퇴양난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우려했다.
한편, 뉴진스와 어도어 간 전속계약 해지 소송의 1심 판결은 오는 10월 30일 오전 9시 50분 선고된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