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부산시장 재보궐선거 민주당 김영춘 후보 비방…2023년 부산지법 벌금 80만 원 선고
[일요신문] 개신교계 '극우' 인사로 분류되는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공직선거법으로 구속되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일각에선 손 목사 구속이 과도하다고도 비판한다. 하지만 법원은 손 목사의 반성하지 않는 태도와 재범 가능성 등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손 목사는 이미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적 있는 전과자였다.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는 2025년 3월 4·2부산시교육감 재선거에 출마한 정승윤 당시 후보를 지지했다. 이를 교회 예배 시간에도 설파하다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 당해 결국 지난 9월 8일 구속됐다. 사진=세계로교회 유튜브 갈무리#'찬탄파'마저 비판…이유가?
부산지방법원 엄성환 영장담당 판사는 9월 8일 공직선거법과 지방교육자치법 위반 혐의를 받는 손 목사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열고 "도망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손 목사는 지난 3월 4·2부산시교육감 재선거에 출마한 정승윤 당시 후보와 가진 대담을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했다. 부산시선관위는 이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보고 부산경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공직선거법은 누구든 교육·종교적 단체 등 조직 내에서 직무상 행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손 목사는 올해 5월에는 주일예배 등에서 신도들을 대상으로 지난 6·3대선 특정 후보 지지 발언을 하는 등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도 받는다. 예배에서 "이재명은 히틀러에 못지않은 사람" 등의 표현을 했다.
손 목사는 보수단체 '세이브코리아'를 이끌며 '반탄'(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주도한 인물이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한 이른바 '광화문파'와 양대 축을 이룬 '여의도파'로 분류됐다. 세이브코리아는 계엄령 악몽이 특히 선명한 광주광역시에서 올 2월 윤 전 대통령 계엄 옹호 집회를 열어 물의를 빚었다.
손 목사가 구속되자 보수진영에선 일제히 성토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9월 9일 페이스북에서 "정권에 불편한 메시지를 내 목회자를 범죄자로 낙인찍은 게 아닌가 의심된다"며 "이는 헌법이 보장한 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무너뜨리는 중대범죄"라고 주장했다.
'찬탄'(윤 전 대통령 탄핵 찬성)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마저 같은 날 라이브 방송을 켜고 "검경과 사법부가 권력의 마음을 읽으면 안 된다"며 "손 목사는 지난 선거에서 저를 비하하고 낙선시켜야 한다고 적극 주장한 사람이지만, 법은 누구에게나 같은 기준으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마음에 안 들면 '마귀·사탄' 몰이
손현보 목사가 이끄는 보수단체 '세이브코리아'는 올 2월 광주광역시 금남로에서 계엄 옹호 및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열어 물의를 빚었다. 사진은 당시 금남로 일대에서 세이브코리아와 '탄핵 찬성' 시민들이 맞불 집회를 연 모습. 사진=주현웅 기자그러나 손 목사의 진짜 구속 배경엔 재범 가능성이 큰 점도 고려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손 목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전과자로 확인됐다. 또 코로나 팬데믹 기간 대면 예비 금지도 수차례 어겨 제재를 받았다. 사실상 강제 구속 외에는 그의 계속되는 위법 행보를 막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동안 손 목사가 정치적 발언 등으로 고발된 사실까진 알려진 바 있지만, 일탈 목사의 기행 정도로 치부되며 처분 결과와 판결문 내용까진 공개된 적 없었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2023년 2월 부산지법 형사6부(김태업 부장판사)의 손 목사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판결에 따르면, 손 목사는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를 사흘 앞둔 2021년 4월 4월 본인 교회에서 김영춘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 후보를 비방했다. 신도들 앞에서 김 당시 후보가 '코로나 시기 종교 행사 제한' 등을 주장하는 영상을 틀고는 "악한 원수 마귀의 사주를 받는 권세 잡은 자들"이라고 소개했다.
손 목사는 이어 "이 사람이 선거에 출마했고, 이건 100% 공산당이나 전체주의 국가가 아니면 이럴 수 없다"며 "전원 다 투표하고, 번호 잘 보고, 손이 떨려서 다른 데 했다, 이거 안 되지, 이 정권(문재인 정부)은 사악하다"고도 했다.
이 사건 재판 때 손 목사는 변호인만 3곳 법무법인에서 총 5명을 선임했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증거로 낸 손 목사의 설교 영상과 원본 자료의 동일성과 무결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벌금 80만 원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스스로 검찰이 낸 영상 속 인물이 본인이 맞는다고 인정했다"며 "설교시간 일부에 불과하더라도 특정 후보의 낙선을 위한 적극적 행보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 목사는 이 밖에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던 2021년 대면예배를 강행하다 여섯 차례나 고발당하고 운영중단 조치를 받았다. 손 목사는 신앙의 자유 침해라며 소송을 냈으나 결과는 손 목사 패소였다. 올해 3월 13일 대법원 판결까지 진행된 소송에서 1∼3심이 모두 원고 패소를 결정했다.
이번 손 목사 구속 사유가 된 그와 정승윤 당시 부산교육감 후보의 대담은 해당 코로나 대면예배 관련 대법원 선고가 나온 올해 그 주 3월 16일 주일예배 때 이뤄졌다.
법원은 통상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있을 때 구속영장을 발부한다. 하지만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구속 사유 심사 때는 피의자의 재범 위험성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사진=연합뉴스통상적인 피의자 구속 사유는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다. 그렇지만 형사소송법 70조는 "법원은 구속 사유를 심사할 때 재범 위험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실제 구속 사례에서 '재범 우려'가 반영되는 경우는 적지 않다. 민주당 인사 구속 때도 마찬가지였다. 2023년 12월 13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이른바 '돈봉투 의혹'을 받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재범 우려를 강조했다. 송 전 대표는 닷새 만인 12월 18일 결국 구속됐다.
12.3 비상계엄 이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024년 12월 30일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을 청구한 때도 재범 우려가 체포요청의 주된 사유였다. 윤 전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소추안 본회의 통과로 이미 직무가 정지된 때였으나 서울서부지법은 하루 뒤 영장을 발부했다.
일각에선 손 목사 행보를 '표현의 자유'로 감싸지만, 이는 일찍이 헌법재판소 결정을 통해 종결된 논리다. 헌재는 서울 한 목사가 2020년 "종교인의 종교시설 내 선거운동 금지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낸 헌법소원을 2024년 1월 만장일치로 기각했다.
헌재는 "종교단체 내에서 일정한 직무상 행위를 하는 사람이 공직선거에서 특정 인물이나 정당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를 끌어내려 하면, 대상이 되는 구성원은 그 영향력에 이끌려 왜곡된 정치적 의사를 형성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종교단체 특성과 성직자 등의 큰 영향력을 고려하면, 이들의 선거운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해 선거 공정성을 확보하고, 종교단체가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달성되는 공익이 더 크다"고 판시했다.
무엇보다 손 목사는 범행에 대한 반성 기미도 없었다. 손 목사는 올 4월 4일 부산교육감 선거 관련 문제로 이미 고발을 당한 상태에서도 설교에서 나서 "우파가 단일화했는데도 떨어졌는데, 이건 사탄의 일이 아니면 일어날 수가 없다"며 정치 발언을 이어갔다.
경찰, '쌍전' 전광훈·전한길 전방위 수사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위)와 전한길 전한길뉴스 대표(아래)도 공직선거법 위반 등 여러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12.3 비상계엄을 기점으로 극우 인사들을 향한 수사와 재판은 다방면으로 뻗어가고 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역사 강사 출신 전한길 씨가 대표적이다. 두 사람도 나란히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내란선동 등 혐의도 있다.
전 목사의 경우 지난 9월 4일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에서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와 같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다. 전 목사는 20대 대선을 앞둔 2021년 11월 7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예배에서 김경재 국민혁명당 당시 예비후보를 두고 "보나마나 김 예비후보가 대통령이 되게 돼 있다" 등의 발언을 했다.
전 목사는 나흘 지난 9월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이영림 판사로부터 기부금품법 위반 벌금 2000만 원 선고도 받았다. 전 목사는 2019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 등지에서 '문재인 하야' 집회를 열고 참가자들에게 돈을 모금한 혐의를 받는다.
전 목사는 내란선동 등을 이유로 또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를 배후에서 조종한 혐의다. 서울경찰청 안보수사과에 사건이 배당돼 있다. 경찰은 특수건조물침입 교사 등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올 1월 사랑제일교회를 압수수색할 때는 영장에 '종교적 신앙심을 이용한 가스라이팅'을 적시했다고 알려졌다.
손 목사와 세이브코리아에서 '원팀'으로 움직였던 전한길 씨도 여러 건으로 고발당한 상태다. 21대 대선 약 한 달 전인 지난 5월 7일에는 더불어민주당한테서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 당했다. 민주당은 전 씨가 이끄는 '전한길뉴스'가 이재명 대통령의 성남시장 시절 '성비균형' 관련 발언을 '성소수자' 관련으로 왜곡해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수사 중이다. 전 씨는 "허위 보도가 아니었다"며 "엄밀히 말하면 해당 뉴스는 제가 아닌 알바생이 올렸다"는 입장이다.
이 밖에도 전 씨는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3건 이상 피소됐다고 전해졌다.
전 씨도 내란선동 혐의로 고발당한 사건이 있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이 올 4월 "전한길 씨는 구독자와 조회수가 높은 유트브 채널을 운영하는 인물"이라며 "그런 전한길 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면 국민들이 헌재 휩쓸 것' 등 취지로 보수성향 국민을 선동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사건도 서울경찰청 안보수사과가 맡고 있다.
김한메 사세행 대표는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아직도 수사가 진행 중으로 송치 여부 이전에 출석 조사마저 없었다"며 "매우 답답한 흐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