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코스피 지수의 상승세가 거침없다. 코스피는 지난 9월 10일 장중 한때 3317.77까지 오르면서 지난 2021년 6월 25일 기록한 장중 코스피 역대 최고점(3316.08)을 뛰어넘었다. 이날 이후에도 코스피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초 대비 상승률은 38%을 넘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2009년(49.65%)에 도전할 정도다.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서도 최고다. 시장의 관심은 당연히 얼마나 더 오를지다. 상승세 양상이 예전과는 다른 데다, 어려운 변수가 상당해 예측이 쉽지 않다. 다만 상승폭을 가늠하기는 어려워도 상승 확률은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관측이다. 레버리지를 활용한 지수 상품이나 글로벌 시장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K-아이템 관련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난 9월 11일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29.67p(0.90%) 오른 3344.20으로 마감했다. 사진=최준필 기자이번 사상 최고치 경신에는 63개월이 소요됐다. 2011년 5월 기록한 2229.09를 2017년 5월에 72개월 만에 재돌파한 이후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17년의 랠리는 2018년 1월 2600선을 돌파하며 정점을 찍는다. 역사상 최고점을 16.9% 높인 셈이다. 당시와 비슷하게 오른다면 현재 코스피는 내년 상반기께 3800선을 돌파할 수도 있다. 좀 더 합리적으로 예측하려면 현재 랠리의 동력을 분석해야 한다. 실적보다는 수급인데, 외부보다는 내부 자금이다. 그런데 주체가 남다르다.
#밸류 업 상법 개정이 자사주 매입 자극, 지수 견인
올해 들어 7월까지 코스피 투자자별 순 매매를 보면 외국인 5조 5293억 원 순매도, 기관 5조 9584억 원 순매수, 개인 9조 588억 원 순매도, 기타법인 8조 6470억 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2009년부터 2024년까지 기타법인이 5조 원 이상 순매수한 때는 2015년, 2017년뿐이다. 2009년부터 15년간 누적 순매수도 7조 435억 원 수준이다. 기타법인 매매는 기업이 사들인 주식 통계다. 자사주가 대부분이다. 지난해부터 본격화 된 ‘밸류 업(Value up)’과 상법 개정 등을 통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노력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을 하는 이유는 주가부양이다. 실적 전망이 긍정적이라면 굳이 자사주를 매입할 이유가 적다. 지난해 자사주 매입은 14조 41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삼성전자(3조 원), 현대자동차(1조 원), 메리츠금융지주(1조 원), 신한지주(8500억 원), KB금융(8200억 원), 네이버(4012억 원) 등이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난해 주가상승률은 삼성전자 -32.23%, 현대차 4.18%, 메리츠금융지주 75.97%, 신한지주 18.68%, KB금융 53.23%, 네이버 -11.21% 등이다. 실적 개선과 자사주 매입이 동시에 진행된 금융주만 주가가 크게 올랐다. 올해 자사주 매입은 이미 상반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32% 늘어난 4조 5700억 원을 기록했다. 연간으로 20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배·반·아이’ 이어 ‘조·방·원’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위 종목 가운데 올해 주가 상승률이 시장평균을 웃도는 곳은 SK하이닉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B금융, 두산에너빌리티 등이다. 삼성전자,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이른바 ‘터줏대감’들의 주가는 부진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주가가 급등한 이른바 ‘조·방·원(조선·방산·원전)’ 테마의 핵심이다. 매출액 11조 원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매출액 107조 원의 현대차를 제쳤고 매출액 16조 원인 두산에너빌리티가 매출 93조 원의 한국전력을 압도했다.
과거 코스피 랠리는 대부분 시총 상위 종목들이 견인했다. 최근 들어서는 새로운 성장스토리를 가진 중견·중소 종목들의 시총이 급팽창하며 지수까지 끌어올리는 양상이 뚜렷하다. ‘배·반·아이’(배터리·반도체·인공지능)에 이어 조선, 방산, 원전의 흐름이다. 장마를 대신해 집중호우가 강수량을 좌우하는 이른바 기상이변이 증시에도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 “국장(한국 증시)이 미장(미국 증시)이나 코인(가상자산 시장)보다 낫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화장품 상점에서 외국인들이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K-뷰티 시즌2, K-회춘
이런 가운데 최근 노화방지 관련 ‘K-회춘’ 테마가 주목받고 있다. 9월 11일 기준 코스피200 종목 가운데 연초 이후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은 미용제품 기업인 에이피알로 무려 362% 폭등했다. 코스닥 상승률 1위 젬백스(301%)보다도 높다. 시가총액 8조 5000억 원을 넘어선 에이피알의 대표제품은 홈케어 미용기기 메디큐브다.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배가량 늘었지만 6000억 원이 채 안 된다. 영업이익률도 20%를 넘지만 엄청나게 높은 수준은 아니다. 한때 K-뷰티 대장주였던 아모레퍼시픽은 에이피알보다 매출액은 5배 이상 크지만 시가총액은 7조 원에 턱걸이하고 있다.
코스닥에서도 비슷한 양상이다. 바이오기업 알테오젠과 2차전지 기업 에코프로비엠이 시가총액 1·2위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피부재생을 돕는 ‘리쥬란’을 만드는 파마리서치가 지난해 139% 오른 데 이어 올해도 150%나 치솟으며 3위로 급부상했다. 파마리서치는 알테오젠보다 매출이 크고 에코프로비엠보다 수익성이 높다.
앨엔씨바이오는 최근 혜성처럼 등장한 종목이다. 인체 성분으로 피부를 재생해 노화를 방지할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하면서 새롭게 주목을 받았다. 9월 들어 주가가 60%나 올랐지만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가 채 안 된다. 시장에서는 제2의 파마리서치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에이피알과 파마리서치의 PER는 각각 50배, 60배다.
‘금 디지털화’ 방안까지 등장…금값 5000달러 뚫을까
올해 코스피 질주가 거세지만 이에 못지않은 자산이 있다. 금이다. 금 선물(온스당) 가격은 올해에만 39% 올라 9월 초 3700달러도 넘어섰다. 4000달러 돌파는 1년 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5000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까지 등장했다.
국제 금값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사진=임준선 기자최근 금값 상승의 배경으로는 미국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꼽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통화에 대한 신뢰 하락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에 따른 달러에 대한 경계와 프랑스에서 촉발된 유럽발 재정위기 우려 등이 금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고 있다. 안전자산의 대명사였던 선진국 국채가 재정불안으로 가치하락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앙은행들은 물론이고 민간 자본들도 최종 안전자산인 금으로의 자산 이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을 훼손시킨다면 달러 신뢰도 추락뿐 아니라 물가 급등과 주식과 채권 가격의 동시 폭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민간이 보유한 미국 국채 가운데 1%만 금으로 이동해도 금값은 온스당 5000달러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최근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발행회사인 테더(Tether)는 금광 개발과 금 제련 등에 대한 투자 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국채 가치와 연결된다. 테더는 전세계에서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가진 기관 가운데 하나다. 파올로 아르도니오 테더 최고경영자(CEO)는 금속이 정부 화폐보다 안전하다는 인식을 가진 인물로 알려졌다. 금과 같은 금속이 비트코인의 보완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XAUT(Tether Gold), PAXG(Pax Gold) 같은 금에 기반한 스테이블 코인도 이미 존재한다.
세계최대 금관련 단체인 세계금협회(World Gold Council)는 스테이블코인과 비슷한 방식의 금 디지털화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런던실물거래소에 보관된 9000억 달러 규모의 금괴를 디지털 방식으로 유동화하는 방안이다. 최근 실물 금괴가 미국과 중국 등으로 다량 이동하면서 런던 금 시장의 위상은 크게 하락했다. 디지털 거래가 활성화된다면 런던 금 시장도 위상을 회복하고 거래량 증가에 따른 금값 상승 가능성도 커진다. 금이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위상이 커지는 상황에 대비한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