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종교인에게도 근로소득세를 부과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8일 “종교인의 소득을 근로소득으로 규정해 과세하는 방안을 담은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이달 안에 입법예고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종교인에 대한 과세는 현행 소득세법에 비과세 특례가 없는 만큼 현행 법령으로도 과세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기재부는 관행적 비과세에서 과세로 바꾸면서 반발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득세법 시행령에 명확하게 과세 근거를 규정하기로 했다.
소득구분에 종교인의 소득을 근로소득 범주에 넣을 것인지 아니면 기타소득으로 분류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근로소득으로 정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근로소득 범위를 규정한 소득세법 시행령 38조에 종교인 관련 조항이 들어갈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기재부가 종교인들과 협의를 거쳤다고는 하나 종교 활동에 따른 소득을 근로소득의 범주에 넣는 것에 대해 종교계의 집단 반발도 예상된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 원칙에 따라 종교인도 소득세를 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려 입법 여건은 우호적이다.
특히 천주교는 1994년 주교회의에서 세금을 내기로 결의했고 개신교에서도 목회자의 자발적 소득세 납부가 적지 않아 형평성 논란도 있었다.
박재완 기재부 장관은 지난해 8월 세법개정안 발표 당시 “현행법상 종교인을 불문하고 소득이 있는 곳에 납세의무가 따른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렇지 않으면 이미 자발적으로 낸 종교인의 납세분을 정부가 돌려줘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이르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기재부는 종교인에게 과세하더라도 세수효과는 얼마 되지 않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형평성 차원에서 과세 방침을 결정했다.
이와 관련, 기재부는 현재로서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방법, 과세시기, 입법예고 등 결정된 내용이 없다고 공식 견해를 밝혔다.
백운찬 기재부 세제실장은 “작년에 장관이 과세 방향을 언급한 적이 있다. 지금도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해야 한다는 과세원칙과 시행령 개정 사안이라는 점은 똑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어떤 방식으로 할지는 결정된 바 없고 1월 말에 발표할 시행령 개정안에 포함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백 실장은 종교단체와의 협의와 관련해선 “지난해 몇 차례 회의를 했다”며 “종교인단체들은 대부분 (과세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