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 발굴하긴 했는데…
휴젤은 CBC그룹 피인수 이후 큰 폭으로 성장했다. 2024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730억 원, 1662억 원으로 인수 전과 비교해 각각 76.8%, 113% 증가했다. 올해 예상 매출과 영업이익은 4495억 원, 2233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5%, 34.3% 추가 성장할 것이란 게 증권가의 전망이다.
CBC그룹은 LG생활건강에서 17년간 고성장 신화를 썼던 차석용 부회장을 영입해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는 마케팅, 유통 전략을 잘 수립한 것이 묘수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차 부회장에 대한 LG그룹 내 평가는 극과 극으로 엇갈리지만, 재임하면서 매 분기 매출 성장을 이뤘던 것은 분명 사실이다.

휴젤은 미국시장에서 직판에 나서지 않고 현지 파트너 베네브와 전략적 제휴를 맺는 방식으로 공략 중인데, 이 전략이 시장에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에는 브라질 현지 유통사 더마드림과도 레티보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톡신 외에 HA필러(해외 브랜드 레볼락스), 화장품 등 제품군 다각화에 성공한 것도 휴젤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GS그룹은 휴젤을 비롯한 피부 미용 업체들이 잘나갈 것이라고 진작 꿰뚫어 봤다. GS그룹은 2021년 CBC그룹이 휴젤을 1조 7200억 원에 인수할 당시 LP로 참여했다. GS는 휴젤 인수를 목적으로 설립된 특수목적회사(SPC) 아프로디테 지분 42%를 가지고 있는 다이원에 투자했는데, GS그룹이 다이원 지분 62.5%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휴젤에 대한 영향력은 10%선이라고 봐야 한다. 아프로디테는 휴젤 지분 43.3%를 보유하고 있다.
휴젤에 대한 GS그룹의 관심이 높다는 점은 파견한 등기이사가 오너가 일원이라는 점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인수 초기 GS그룹 4세 허서홍 부사장이 기타비상무이사직을 맡다가 올해 그 자리를 허준녕 GS 미래사업팀장에게 넘겼다. 허태수 회장과 5촌 관계인 허서홍 부사장 또한 그룹 내에서는 M&A 전문가로 분류되며, 현재는 GS리테일 경영을 맡고 있다.
휴젤에 대한 지배력이 아주 적은 것은 아니나, 인수 당시 통째로 인수해도 괜찮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던 만큼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나마 1000억 원대 자금을 투자하려다가 투자 규모를 3000억 원으로까지 늘리긴 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보수적인 그룹 문화 때문에 투자 규모를 더 늘릴 수는 없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경영권이 없는 상황인데도 GS그룹은 내부적으로는 휴젤을 계열사처럼 취급하는 분위기였다. M&A 성적을 발표할 때도 휴젤 경영권을 인수한 것처럼 은근히 과장하기도 했다는 것이 M&A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2022년 대기업 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휴젤과 휴젤 자회사들을 GS그룹 계열사에 포함시킨 바 있다.
#2023년 장내 지분 확대 기회 놓쳐
GS그룹이 휴젤 딜을 아쉬워하는 것은 M&A로 재미를 본 적이 없다는 점에도 있다. GS그룹은 그동안 대우조선해양, 현대오일뱅크, 대한통운, KT렌탈, 하이마트, 웅진코웨이, 아시아나항공 등 굵직한 M&A에 뛰어들었다가 중도 포기했었고, 그 이후 허태수 회장이 지휘권을 쥔 이후로도 요기요, 펫프렌즈, 어바웃펫, 메쉬코리아 등에 지분 투자하는 선에 그쳤다. 사모펀드 관여 없이 지분 전량을 인수한 사례는 없다. 항상 적극적으로 뛰어들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최고위층의 승인을 얻은 사례가 없다. 다른 대기업 집단과 달리 2000년대 초반 GS그룹이 출범할 때부터 비중이 큰 계열사였던 GS칼텍스의 영향력이 여전한 이유다.
휴젤의 경우 특히 아쉬운 것은, 내부적으로 주식 일부를 장내매수하는 의견을 낸 적이 있다는 점에 있다. CBC그룹이 휴젤을 인수할 때 평균 취득 단가는 28만 원이다. 그런데 휴젤 주가는 2023년 6월 한때 9만 원선까지 추락한 적이 있다. 미국 진출이 계획했던 것보다 늦어진 데다 금리 인상 국면으로 제약 및 바이오업종에 대한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영향이었다. 당시 GS그룹 내부에서는 휴젤 주가가 하락한 것은 일시적 요인일 뿐이니 지금 지분을 추가 확보해도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왔지만 GS그룹은 이때도 발을 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휴젤 최대주주인 CBC그룹이 공식적으로 휴젤을 M&A시장에 내놓은 것은 아니다. 물밑에서 주요 글로벌 사모펀드들에 인수 의향을 타진했는데, CBC그룹이 생각했던 가격을 제안한 곳이 없어 매각 가능성은 거의 사라졌다. CBC그룹은 최소 주당 40만 원대를 원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GS그룹은 휴젤을 매각할 경우 우선해서 인수할 수 있는 우선매수권을 보유하고 있으나, CBC그룹이 다른 글로벌 사모펀드들에만 인수 제안을 한 것을 볼 때 최소한 현재 시점에서는 GS그룹의 인수 의지는 크지 않다고 봐야 한다.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자진 상장폐지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CBC그룹은 휴젤 지분을 전량 인수해 자진 상장폐지하는 방안을 수년 전 검토한 바 있다. 만약 자진 상장폐지를 한다면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 지분을 모두 사줘야 하는데, 현재 주가가 32만 원대인 만큼 적잖은 자금이 소요된다. 재계에서는 휴젤 자진 상장폐지가 실현된다고 해도, GS그룹이 이 과정에서 지분을 늘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GS그룹 관계자는 “시장의 평가에 대해서는 따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민영훈 언론인 master@ilyo.co.kr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