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헌 의원이 또 하나의 권력형 비리 산실로 쏘아붙인 곳은 바로 토탈컴퍼니즈라는 회사. 실질적 소유주로 알려진 H씨가 김봉자씨란 인물과 친분이 두터운데 김씨가 대통령 영부인 이희호 여사와 무척 가까운 사이라는 게 이 의원측 주장이다. 과거 이 여사의 유학을 알선해 준 이후부터 친분을 유지해 왔다는 것.
지난 99년 자공이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의 해외부실채권을 매각하기 위해 선정한 대행업체는 아더앤더슨사. 토탈컴퍼니즈는 아더앤더슨사로부터 하도급을 받은 업체다. 문제는 대통령 처조카인 이형택 전 예보 전무의 동생으로 알려진 이정택씨가 아더앤더슨사의 고문으로 재직했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즉 이희호-이형택-이정택 고리를 통해 김봉자씨가 중간에서 H씨와 다리를 놓아 토탈컴퍼니즈가 해외부실채권 매각 업무를 수행하게 됐다는 게 이 의원의 주장. 이 의원측은 “권력층 인맥을 통해 토탈컴퍼니즈는 막대한 이윤을 챙겼으며 부실채권 매각과정에서 1억달러 가량의 비자금이 조성됐다는 제보를 미국 현지 교포로부터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를 위해 지난 2000년 6월 이형택씨와 H씨 그리고 아더앤더슨 관계자가 용인 근처 한정식집에 모여 회의를 갖곤 했다는 제보도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청와대측은 즉각 입장을 밝혔다. 이희호 여사가 토탈컴퍼니즈라는 회사와 어떤 관련도 없다는 것이다. 이 여사가 재미교포인 김봉자씨와 개인적 친분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H씨나 토탈컴퍼니즈라는 회사는 전혀 알지도 못한다는 것. 청와대측은 이성헌 의원의 주장에 대해 “확실하지도 않은 미국 교포의 제보를 국감장에서 공개한 것은 국회의원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무책임한 행위”라며 발언 취소와 사과를 요구했다.
▲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은 부실채권 매각 대행사 선정에 이희호 여사가 관련돼 있다고 주장했다. | ||
그러나 토탈컴퍼니즈를 둘러싼 일련의 인맥 연결고리에 대해 한나라당은 물론 정치권 일각에서 새로운 권력형 비리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토탈컴퍼니즈가 사업권을 따낸 과정이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우선 99년 아더앤더슨이 제일은행 서울은행 부실채권 매각대행사로 정해진 과정이 불투명했다는 게 이 의원의 주장. 아더앤더슨이 정해지고 이후 토탈컴퍼니즈가 하도급업체로 선정된 것이 99년 12월. 그런데 토탈컴퍼니즈는 이미 그해 11월부터 부실채권 매각거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측은 “아더앤더슨과 토탈컴퍼니즈가 이미 매각대행업체로 선정될 것을 알고 있었다는 셈”이라 주장했다.
아더앤더슨과 자공 사이에 맺어진 계약에서 ‘성공보수’란 항목도 논란거리. 성공보수가 10인 경우 아더앤더슨이 1을 갖고 토탈컴퍼니즈가 9를 갖는 방식. 이 의원측은 “하도급 업체가 10분의 9를 갖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채권 매각을 통해 얻은 전체수익 중 82%가량이 성공보수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의원측은 “아무리 외환위기를 맞았다고 해도 아더앤더슨에서 매각을 맡았던 채권은 외화표시채권이기 때문에 국내에서처럼 가치가 떨어진 채권이 아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땅짚고 헤엄치기’식의 쉽게 돈 버는 사업이란 설명이다.
이 의원측은 “매각선정의 실무총책인 당시 자공 기획실장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영전했다”라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토탈컴퍼니즈가 이 같은 고수익 사업을 따냈던 것과 사업권자 선정 주변에 산재한 인맥들간에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토탈컴퍼니즈 주변에 이형택씨 등이 띄긴 하지만 익명의 제보자가 밝힌 내용만을 근거로 청와대 연루설을 주장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