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사 백수진의 삶은 명확했다. 국가를 대리해 범죄를 증명하고,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 그녀의 사명이었다. 하지만 변호사로서의 첫걸음은 막막함 그 자체였다.
"검사 시절에는 '어떻게 사건을 해결할 것인가'가 유일한 고민이었습니다. 하지만 변호사가 되니 '누구를 만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과 마주해야 했죠. 수십 년간 쌓아온 인맥이라고는 대부분 동료 법조인들이었는데, 그들에게 저를 의뢰인으로 소개해달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조직이 부여한 권위와 역할이 사라진 자리, 오롯이 '인간 백수진'으로 세상과 부딪혀야 했다.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세상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갔다.
길 위에서 길을 찾다, 발로 뛰며 얻은 깨달음
백수진 변호사는 말 그대로 '발품'을 팔기 시작했다.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모이는 조찬 모임부터 각종 포럼과 세미나, 동호회까지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갔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힘들었죠. 검사로서 지켜왔던 무게감을 내려놓고 먼저 다가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을 깨달았습니다. 모든 사람의 삶 속에는 각자의 법률적 고민이 녹아있다는 것을요. 거창한 사건이 아니더라도, 그들의 삶을 흔드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보며 변호사로서 제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비로소 알게 됐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최근 K-비즈니스 클럽 초청 특강으로도 이어졌다. 그녀는 자산가와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일상 속, 사기 수법과 법률적 대응 방법을 설명하며, 이제는 법정이 아닌 생활 가장 가까운 곳에서 법률 전문가의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그녀는 길 위에서 비로소 의뢰인을 만났고, 세상이라는 거대한 사건 파일을 읽는 법을 배웠다.
"한 사람의 희망이 되는 순간, 다시 뛸 힘을 얻습니다"
백 변호사는 이제 "승소"라는 결과만큼이나 "과정"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의뢰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치열하게 함께 싸우며 신뢰를 얻는 과정 속에서 변호사라는 직업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고 있었다.
"검사 시절의 성취감이 '정의 구현'이라는 거시적인 가치에 있었다면, 지금의 성취감은 한 사람의 인생에 구체적인 '희망'을 만들어주는 데 있습니다. 억울함을 풀고 눈물을 닦아줄 때, 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던 분이 제 손을 잡고 고마워할 때, 그 순간의 희열이 저를 다시 뛰게 합니다. 그 성취감은 지난날의 어려움을 모두 잊게 할 만큼 큰 위로와 희망을 줍니다."
21년의 검사 경력은 그녀에게 날카로운 법률적 시각을 주었고, 세상 속으로 뛰어든 시간은 사람을 향한 따뜻한 마음을 더해주었다. 백수진 변호사의 진짜 이야기는 어쩌면 지금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그녀는 오늘도 의뢰인의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가, 가장 믿음직한 방패가 되어주고 있었다.
임진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