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합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합병 비율이다. 합병 비율은 전문 기관의 평가와 양사 합의 과정을 거쳐 결정된다. 일단 합병 법인의 최대주주가 현재 두나무의 1대 주주인 송치형 의장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네이버는 2대 주주가 유력하다. 네이버가 최대주주가 아닌 기업이 네이버라는 기업집단의 계열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 남는다. 합병 법인의 가치를 네이버가 지분율만큼만 누릴 것인가, 아니면 전체를 누릴 수 있는가의 문제다.
지난해 순이익은 두나무가 1조 원, 네이버파이낸셜이 1600억 원이다. 네이버가 합병 법인의 가치를 지분율만큼만 반영한다면, 즉 회계적으로 관계기업으로 분류한다면 이론적으로 지금보다 주가가 크게 오를 이유가 별로 없다. 반대로 네이버가 합병 법인을 실질적으로 지배해 기업가치 전체를 재무제표에 반영, 즉 종속기업으로 처리한다면 지금보다 주가가 크게 오를 이유가 명확해진다.
관건은 실질적 지배력의 유무다. 통상 회계에서는 지분율이 50%를 넘어야 종속기업(자회사)으로 인정받는다. 네이버의 14% 지분율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네이버는 어떻게 합병 법인을 자회사로 만들 수 있을까. 열쇠는 ‘실질적 지배력’이다. 현행 회계 기준은 지배력을 단순히 지분율만 판단하지 않는다. 이사회 과반수 임명권, 영업·재무정책 결정권, 의결권 위임 계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시장에서는 합병 법인의 최대주주가 될 송치형 의장이 자신의 의결권을 네이버에 위임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렇게 되면 네이버는 2대 주주이지만 1대 주주 송 의장의 의결권을 더해 실질적 지배력을 주장할 수 있다. 변수는 의결권 위임 계약이 얼마나 유효할지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앞서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기업으로 재분류했다. 당시 공동주주인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이 실질적 권리여서 지배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 회계 처리 변경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주식가치는 장부가가 아닌 공정가로 재평가됐고, 모회사인 제일모직의 기업 가치도 크게 커졌다. 금융당국은 이를 유리한 합병 비율을 위한 ‘분식회계’로 보았지만, 지난 7월 대법원은 바이오젠의 콜옵션이 실질적 권리라는 판결을 확정했다.
이 판결은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합병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송치형 의장이 언제든 의결권 위임을 철회할 수 있다면 네이버가 합병 법인에 실질적 지배력을 주장하기 애매해진다. 송 의장이 의결권 위임을 철회하더라도 네이버가 실질적 지배력을 유지할 근거가 필요하다. 이번 합병의 배경에는 두나무의 상장 계획이 있다. 두나무는 올해 초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금융위원회 제재를 받아 단독 상장이 어렵다. 네이버파이낸셜과 합병하면 제재 부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다.

풋옵션(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을 설정하는 방법도 있다. 합병 법인이 일정 기간 내에 상장하지 못하면, 네이버가 송치형 의장의 지분을 높은 가격에 사주는 계약이다. 이는 송 의장에게 상장 실패 리스크를 헤지(Hedge)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제공하는 동시에, 네이버에는 향후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한다. 다만 네이버 입장에서는 자칫 조 단위의 자금을 지출해야 할 부담이 있다.
합병 법인이 네이버의 계열사로 인정되더라도 상장은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크다. 네이버가 이미 상장사인 상황에서 합병 법인이 네이버 계열사인 상태로 국내에 상장한다면 중복 상장이 된다. 한국거래소는 2025년 7월부터 중복 상장에 대한 심사 기준을 강화했다. 모기업인 네이버 주주들에게 합병 법인 공모주를 최대 20% 우선 배정하거나, 상당한 현물 배당을 해야 한다. 합병 법인과 네이버의 사업 중복성, 경영 독립성 등도 까다롭게 심사한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네이버는 사업 영역이 상당 부분 겹쳐 영업 독립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합병 법인이 나스닥에 상장한다면 한국거래소의 규제를 피할 수 있다. 기업가치도 국내(20조 원) 대비 2배 이상(40조~50조 원) 높게 평가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최대 인터넷 포털의 금융사업자와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가 해외 주식시장에 둥지를 트는 것을 금융당국이 용인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합병 법인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뛰어들 경우, 이는 단순한 금융 혁신이 아니라 통화주권 이슈가 된다. 정부가 법적으로 해외 상장을 직접 막을 수는 없지만, 스테이블코인 발행 사전 승인제·해외 상장 시 금융 라이선스 제한·외환 규제 강화 등 간접적인 방법으로 사실상 차단할 방법은 다양하다.
최열희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