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 13일 세븐브로이맥주는 서울회생법원에 회생계획 인가 전 M&A를 추진하고 매각주간사를 선정하기 위한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회생계획 인가 전 M&A는 기업이 회생 개시 후 회생계획안을 인가받기 전에 M&A를 통해 신규 자금을 조달받고 이를 토대로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는 방식이다. 제3자 배정 신주발행 방식이 가장 많이 활용된다. 회사의 핵심 유형자산이나 무형자산을 매각하는 자산 매각이나 영업의 전부나 일부를 이전하는 영업양수도 방식도 많이 쓰인다. 인수자로부터 유입되는 자금으로 채무 변제가 가능하다. 법원이 인가 전 M&A 추진을 허가하면 M&A 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2011년 7월에 설립된 세븐브로이맥주는 2003년 서울역 민자역사에 문을 연 하우스맥주 전문점 ‘트레인스’가 그 시초다. 국내 맥주업계 최초의 중소형 업체이기도 하다. 동양맥주(현 오비맥주)와 조선맥주(현 하이트진로)가 1933년 일제강점기 시절 맥주 제조면허를 받은 이후 77년 만인 2011년 10월에 세븐브로이맥주는 맥주 제조 일반면허 1호를 취득했다. 세븐브로이맥주는 2012년 10월 최초의 국산 에일 맥주인 ‘세븐브로이 IPA’ 캔맥주를 출시했다. 이후 ‘서울’ ‘한강’ 등 지역 이름을 딴 수제맥주를 선보였다. 세븐브로이맥주의 ‘강서 마일드 에일’은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 간 간담회 만찬주로 선정되기도 했다.
세븐브로이맥주가 특히 주목을 받은 건 2020년 대한제분과 협업해 ‘곰표 밀맥주’를 출시하면서다. 곰표 밀맥주는 출시 이후 약 3년간 누적 판매량이 6000만 캔에 육박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2019년까지 영업적자를 냈던 세븐브로이맥주는 2021년 매출 402억 원, 영업이익 119억 원을 기록했다. 사업 확장을 위해 2022년 세븐브로이맥주는 약 300억 원을 들여 익산에 공장을 세웠다.
하지만 수제맥주 인기가 사그라들면서 2023년 세븐브로이맥주는 매출 124억 원, 영업손실 62억 원을 냈다. 2023년 3월엔 곰표 상표권을 가진 대한제분과의 브랜드 라이선싱 계약이 종료됐다. 곰표 밀맥주 제조사가 세븐브로이맥주에서 제주맥주로 바뀌면서 세븐브로이맥주는 주력 제품을 잃게 됐다. 현재 세븐브로이맥주와 대한제분은 법정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세븐브로이맥주는 대한제분이 계약을 일방적으로 종료하고 곰표 밀맥주 제조법을 제주맥주에 유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제분은 허위 주장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세븐브로이맥주의 경우 회생계획안의 토대가 되는 조사보고서에 긍정적인 내용이 담겨,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세븐브로이맥주가 선임한 회계법인과 법무법인도 회생계획 인가 전 M&A 성사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 세븐브로이맥주 관계자는 “법원에 인가 전 M&A 추진 허가 신청서만 제출한 상태로 공식적인 답변을 드리기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국내 3대 수제맥주 제조사, 생존 경쟁 돌입
국내 수제맥주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과 ‘혼술(혼자 마시는 술)’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규모를 확대했다. 개성을 추구하는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의 취향을 정조준해 수제맥주 업체들은 대기업이나 유명 브랜드와 협업해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선보였다. 편의점에선 ‘품절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수제맥주 전성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면서 가정용 주류 시장이 줄어들었다. 수제맥주 제조사들이 자체 브랜드 구축에 실패했고, 제품 간 차별화가 되지 않으면서 수제맥주를 찾는 손길이 줄어들었다.
윤한샘 한국맥주문화협회 협회장은 “MZ세대는 트렌드를 주도하기는 하지만 진득한 소비자들은 아니다. MZ세대들이 하이볼이나 와인 등 다른 주류로 눈길을 돌리면서 수제맥주의 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했다”며 “편의점 등에 제품을 선보인 수제맥주 제조업체들은 시설 투자를 많이 했다. 업체들은 수제맥주가 팔리지 않으니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하이볼 등의 제품으로도 확장했다. 하지만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방안이다 보니 큰 반전을 불러오지는 못했다”라고 분석했다.
국내 수제맥주 제조사들은 생존경쟁에 돌입한 모양새다. 제주맥주는 본업과 연관이 없는 업체로 최대주주가 두 번 바뀌었다. 지난해 5월엔 자동차 부품사인 더블에이치엠이 47억 원에 제주맥주 주식 400만 주를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같은 해 11월엔 반도체 장비사인 한울반도체가 100억 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지난 4월 제주맥주는 한울앤제주로 사명을 변경했다. 2015년 설립된 제주맥주는 설립 이후 한 차례도 연간 흑자를 내지 못했다. 2021년 테슬라 요건(이익 미실현 기업 특례)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후에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수제맥주업계는 제품 하나가 아닌 브랜드 하나하나가 시장에서 매력을 잃었다. 수제맥주뿐 아니라 국내 주류 소비 시장이 쪼그라든 상황에서 수제맥주 업체 인수에 관심이 많은 주류 업체는 없을 것 같다. 대형 주류업체들은 핵심 제품 외에도 이미 다양한 제품을 갖고 있다”며 “수제맥주 설비나 제작 노하우가 필요한 제3자가 시장 신규 진출을 염두에 두고 그나마 관심을 보일 수는 있을 듯하다”라고 밝혔다.
윤한샘 협회장은 “과거와 같이 편의점에서 컬래버레이션 수제맥주가 인기를 끄는 현상이 재현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사실 수제맥주가 대형 유통을 하는 시장은 아니다. 미국의 크래프트 맥주도 지역성이 기반이 된다. 우리나라도 소규모 양조장들은 굉장히 많다. 지역 문화를 반영한 독특한 프리미엄 수제맥주가 늘어나는 형태로 수제맥주 시장은 변할 것 같다”라고 내다봤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