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두고 10대 사이에서 ADHD 치료제가 ‘공부 잘하는 약’으로 인식되며 처방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치료제들의 학습 능력 향상 효과는 검증되지 않았다. 오히려 과도한 복용 시 집중력 저하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오고 있으나 ADHD 치료제 불법 거래는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유사 제품까지 등장하며 약물 오남용 문제가 확산되는 상황이다.

처방도 어렵지 않아 시험철에는 병원마다 수험생들이 몰린다. 실제로 ADHD 진단을 위한 별도의 물리적 검사 없이 짧은 문진만으로 약을 처방해 주는 의료기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대치동 인근의 한 병원은 2024년 한 해 동안 ADHD 치료제를 8790회, 총 85만 정이나 처방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강남구 도곡동의 한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관계자는 “12월 초까지 이미 예약이 꽉 찼고, 시험일이 다가오면 학생 환자들이 특히 많아진다”며 “정신과 전문의가 아닌 일반 의원의 경우 ADHD 진단 없이도 보호자 요청에 따라 비급여로 약을 처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 서미화 의원실에 따르면 19세 이하 ADHD 약 처방 환자 수는 2020년 6만 5685명에서 매년 평균 20~25%씩 꾸준히 증가했다. 그 결과 2024년 기준 처방 환자 수는 15만 3031명으로 5년 전에 비해 약 2.3배 증가했다. 특히 서울에서 2024년 ADHD 치료제가 주로 처방된 지역은 학군지로 꼽히는 ‘강남 3구’였다. 강남구 5만 746건, 송파구 4만 6596건, 서초구 2만 9296건으로 총 12만 건을 넘기며 서울 전체 처방의 약 37.4%를 차지했다.
인터넷 불법 구매까지 포함하면 ADHD 치료제의 오남용 사례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온라인 검색창에 ADHD 치료제를 입력하면 ‘콘서타’를 판매한다는 불법 판매자의 텔레그램 아이디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들은 ‘집중력 강화’, ‘당일 배송’ 등 문구를 내걸며 판매를 유도했다.
기자가 직접 한 아이디에 “콘서타 구매 가능한가요”라고 메시지를 보내자 “27㎎ 1통 30정 30만 원입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의사의 처방을 통해 구입할 때보다 8배 정도 높은 가격이다. 판매자는 “서울·인천 지역은 오늘 수령 가능하다”며 직접 배달한 뒤 특정 좌표에 물건을 두고 가겠다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ADHD 치료제를 잘못 복용하면 오히려 집중력이 떨어지고, 임의로 복용량을 조절할 경우 중독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장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증상이 없는 사람이 ADHD 치료제를 복용하면 심장이 빨리 뛰고 혈압이 올라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며 “두통·불면증 등 부작용으로 오히려 집중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DHD 치료제는 중독성이 높아 실제 환자들도 의사 지도에 따라 서서히 용량을 줄인다”며 “일반인이 임의로 치료제 양을 조절하면 부작용이 심해지고, 경우에 따라 중독 증세가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의진 세브란스어린이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ADHD는 도파민이 부족한 병이 아니라 도파민을 뇌 안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태”라며 “이런 일반식품을 섭취하더라도 뇌까지 직접 도달하지 못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약의 효과는 확신할 수 없는 반면 부작용 우려는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11월 중 교육부를 비롯해 식품의약품안전처, 법무부, 여성가족부 등 관계부처 협의체를 꾸려 ADHD 치료제의 오남용 방지와 불법 거래 근절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학교 교육과 가정통신문 등을 통해 ADHD 치료제의 부작용과 오남용 위험성을 안내할 방침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ADHD 약물 오남용이 의심되는 의료기관을 집중 감시하는 등 대응에 나선다. 식약처는 10월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서면답변에서 “ADHD 치료제가 ‘공부 잘하는 약’으로 잘못 인식되는 사회적 문제에 대응하고, 소아·청소년 대상의 적정 처방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용역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데이터를 활용해 오남용이 우려되는 의료기관을 선별·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