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체검사 제도 개편…‘할인 관행’ 없어지나

현재 환자가 동네 병·의원에서 혈액이나 소변 검사를 하면 건강보험공단은 검사료 100%에 위탁검사관리료 10%를 합쳐 총 110%를 의원에 일괄 지급하고, 병·의원이 이 돈을 받아 전문 검사기관에 검사료를 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검사기관이 병의원과 계약을 맺기 위해 검사료를 50~60% 수준으로 할인해주는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과도한 경쟁이 발생해 리베이트 성격이 짙은 거래까지 이뤄진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영세한 동네 병·의원에서는 대부분의 검체를 수탁기관에 의뢰해야 한다. 개원가에서는 정부의 검체검사 제도 개편안이 도입되면 환자가 수탁기관에 별도 결제해야 하는 행정적 혼란, 재위탁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 위험, 의료행위 주체의 책임 소재 혼란 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제도 개편에 따라 폐지되는 위탁검사관리료는 연간 1000억 원 규모로, 이는 일차의료기관 운영에 치명적인 손실로 작용될 전망이다.
결국 의료계는 집단 행동에 나섰다. 지난 11월 11일 오후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세종시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대표자 궐기대회를 열고 “검체검사 개편안은 일차의료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제도 개악”이라며 정부에 시행 중단을 촉구했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이 자리에서 “복지부가 (개편을) 강행한다면 우리는 검체검사 전면 중단을 선언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로 인한 의료 공백의 모든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복지부는 ‘제2의 의료사태’를 자초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김택우 회장은 “정부가 의료현장 의견 청취나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 개편안이 시행되면 동네의원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궐기대회에 참석한 박근태 대한개원의협의회장 역시 “검체검사 위·수탁 보상체계 개편 문제는 단순한 제도 변경이 아니라 일차의료기관의 생존과 직결된 중대한 사안”이라면서 “일방적인 추진을 중단하고 의사단체가 참여하는 논의 구조를 만들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다만, 의료계 내부에서도 검체검사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진단검사상생발전TF팀 관계자는 ‘일요신문i’에 “일부 의료기관에서 비정상적인 수준의 할인 경쟁이나 불투명한 정산 관행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의료의 신뢰성을 저하시킬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환자 안전과 검사 품질 관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면서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정부, 의료계, 환자 모두가 참여하는 투명하고 공정한 검사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이미 제도 개선의 목표가 ‘규제’가 아니라 의료의 질 관리와 국민 안전 강화임을 명확히 제시했고, 수십 년 동안 시행되고 있는 상호 정산제도의 문제점과 비정상적인 관행을 바로잡고자 하는 이유와 배경이 충분히 마련됐다”면서 “이번 개편이 의료계 전체의 손실을 초래한다기보다, 비정상적 구조를 개선하고 환자 안전과 K-의료 미래 발전을 위해 나아가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수급 불안정 의약품 ‘상품명’ 대신 ‘성분명’ 처방?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성분명 처방’ 도입에 의료계는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제도적 위험을 내포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필수의약품 수급 불안정의 주요 원인은 정부의 일방적 약가결정 구조, 제약사 생산 라인 부족, 원료 공급 부족 등의 다양한 구조적 문제에 있다”면서 “환자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수급 불안정약을 성분명 처방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국민안전과 생명에 대한 포기선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의약품 수급 불안정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는 성분명 처방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을 규정하는 것은 과도한 입법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 역시 “(의약품) 수급 불안정 예상 시 이를 사전 예방할 수 있는 관리체계를 마련하는 등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면서 “처벌도 현행법상 동일한 벌칙이 적용되는 다른 위반행위와 비교했을 때 행위 위험성과 불법성 대비 과도한 제재”라고 지적했다.
반면, 약사회는 “성분명 처방은 의약품 수급불안정 문제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이고 근본적인 해결방안”이라면서 “의료법 개정을 통해 의약품 품절 상황에도 환자에게 적기에 조제·투약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약사회는 대한약사회 의약품정책연구소의 ‘성분명 처방 모델 개발 연구’를 인용해 해당 제도를 도입할 경우 연간 약 7조 9000억 원의 직접 약품비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회경제적 비용까지 고려하면 재정 절감 효과 기대치는 최대 9조 3600억 원으로 증가한다.
약사회 관계자는 “이미 호주와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성분명 처방을 권장하거나 의무화하고 있다”면서 “국내에서는 수급 불안정 의약품조차 관행적으로 상품명으로 처방하고, 비과학적 주장으로 오리지널과 제네릭 간 약효 동등성이 인정됨을 불신하게 호도하고 조장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20년을 넘게 이어 온 해묵은 논쟁이 이제는 끝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성분명 처방이 도입되면 제약사의 불법 리베이트가 줄어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관계자는 “성분명 처방은 상품명 처방을 이용한 불법 리베이트를 차단하는 동시에, 동일 성분 간 가격 경쟁으로 건강보험 재정 절감과 특정 약품 과다 처방 방지를 위한 합리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약사회 관계자는 “성분명 처방을 하면서도 리베이트는 없어야 된다는 게 약사회 입장”이라고 전했다.
다만, 11월 11일 복지부와 법무부는 장종태 의원의 성분명 처방 의무화 법안에 대해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냈다. 복지부는 의약품 수급 불안정 시 환자 치료 연속성 보장을 위해 성분명 처방을 도입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제도의 안전성·유효성 검증을 위해 의사와 약사 직능단체 간 이견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개정안 시행 시 약사의 환자 고지 의무가 사라지고, 처방의 사후 책임 소재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한계를 지적했다.
#“환자 안전 위협” vs “의사 전유물 아냐” ‘엑스레이 사용’ 직능단체 다툼으로

개정안에 따르면 한의사가 직접 개설한 의료기관의 경우 한의사가 안전관리책임자가 되어 엑스레이 등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대해 의협의 한방대책특별위원회(한특위) 측은 “2011년 5월 대법원(2009도6980)은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은 면허 범위를 벗어난 불법 의료행위라고 명확히 판단한 바 있다”면서 “(이번 개정안은) 사법부의 판단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국민 안전을 외면한 입법 시도”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한특위는 한의협이 엑스레이 사용이 합법이라는 근거로 사용하는 사법부 판결에 대해서도 “재판부가 ‘(엑스레이를) 단순 보조적 수단으로 사용했고, 영상 진단 등의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한 것일 뿐”이라면서 “한의계가 법원의 판단과 사실 관계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왜곡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1월 수원지방법원은 엑스레이 방식의 골밀도측정기를 환자진료에 사용했다는 이유로 보건소로부터 고발당해 벌금 2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한의사 A 씨가 제기한 항소심에서 원심 판결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에 대해 검찰이 상고하지 않으면서 A 씨의 무죄가 확정됐다.
반면 한의협은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은 국민의 진료 선택권과 편의성 증진, 의료비 절감 등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석희 한의협 홍보이사는 ‘일요신문i’에 “엑스레이는 의사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현재도 치과의사, 방사선사, 이공계 박사학위 3년 이상 소지자가 사용하고 있다”면서 “비록 양방과 치료 방법은 다를 수 있어도, 결국 의료란 환자에게 정확하고 정밀한 진단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이 제기한 엑스레이 사용 전문성 관련 지적에 대해 한의협은 “이미 한의과대학 정규교육과 추후 보수교육 등을 통해 방사선 사용에 대한 교육은 충분히 이뤄지고 있으며, 한의계에서는 방사선 장치에 대한 안전관리교육까지 진행하고 있다”면서 “향후 관련 교육을 더욱 확대, 강화해 나감으로써 국민에게 최상의 한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제2의 의료사태’ 현실화 가능성은?

의료계의 대정부 투쟁이 본격화하면 어렵게 봉합됐던 의정 갈등이 재발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이재명 정부가 출범 초기 ‘전문가와의 소통’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보건의료 추진 과정은 앞뒤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의료계 분노와 불신은 더는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제2의 의료 사태가 불가피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의협 내홍이 수면 위로 드러나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 개편에 대한 의협 집행부의 강경 기조를 유지하게 만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의료계 종사자는 “내부에서 ‘김택우 집행부’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높다”면서 “대의원들이 총력 대응을 강하게 요구할 경우 집행부가 강한 ‘액션’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궐기대회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국민 정서상 공감을 얻기 어려운 의료사태를 또다시 촉발하는 것은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각 정책마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있는 데다 국민의 지지가 없으면 파업은 쉽지 않다”면서 “이번에 논란이 된 정책은 대부분 개원의와 관련돼 있고, 의료 공백 사태의 핵심은 전공의와 의과대학 교수였다. 병·의원급 개원의들은 동력이 없고,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전공의들은 현실적으로 명분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사회적 합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여러 협회와의 간담회 등을 추진 및 진행하고 있다”면서 “지속적으로 의료계의 의견을 경청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