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북한 인권 관련 NGO 대표의 말이다. 탈북자들은 북한 국경을 넘을 때부터 생사를 넘나드는 외줄타기에 돌입한다. 무사히 대한민국에 도착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목숨이 위험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탈북자들은 국경을 넘는 순간부터 불법 체류자 신분인 경우가 많다. 해외에서 외화벌이 일꾼으로 고용돼 있던 북한 노동자가 현지에서 탈출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대부분 탈북과 동시에 불법체류자가 된다. 탈북 루트는 극히 제한적이다. 중국 대륙을 거친 뒤 동남아나 몽골로 가는 코스다. 탈북자들의 상당수가 중국에서 불법체류자로 단속된다. 중국이 탈북을 위한 1차 관문인 셈이다.
중국은 지역마다 탈북자에 대한 인식 차이가 뚜렷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동북3성을 아우르는 중국 동북부는 북한 접경지대다. 탈북자들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이 지역 공안들은 상세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중국 동북부에서 탈북자가 붙잡히면 손을 쓰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중국 서남부는 탈북자에 대한 인식이 거의 전무하다. 탈북자들 상황과 신변에 큰 관심이 없다. 동북부보다는 서남부에서 잡힌 탈북자를 구출하는 것이 조금 더 용이할 수는 있다”면서도 “현지에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놓지 않는다면 난이도와 별개로 탈북자를 구출해내는 일은 상당히 어렵다”고 보탰다.
대북 소식통은 “탈북 과정에서 탈북자가 붙잡히면 ‘사고가 났다’고 한다”면서 “사고가 난 탈북자들을 구출하는 수단은 무조건 돈이다. 중간에 사고가 난 탈북자를 빼내지 못하면, 탈북자에게 놓인 선택지는 더 이상 없다. 사실상 없는 목숨이라고 봐야 한다”면서 “탈북자를 빼내는 데엔 비용이 투입되는 게 필수적인데, 이 비용은 사실상 목숨값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일반적인 사회에서 금기시되는 뒷거래가 탈북자에겐 목숨을 되살리는 유일한 길이 되는 셈”이라고 밝혔다.
탈북자들의 이동 과정에 대한 컨트롤타워 역할은 국가가 아니라 민간 NGO가 담당한다고 한다. 탈북자들 및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들에 따르면 탈북에 정부 기관이 개입하게 되면 외교적 문제 소지가 발생할 여지가 다분하기 때문에, 국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민간 NGO도 탈북자들을 직접 실어나르지 않는다. 포인트별로 탈북 브로커를 고용, 그들의 이동 상황을 관리한다. 브로커는 탈북자 이동을 책임지는 조건으로 대가를 지급받는다. 이 브로커가 탈북자들을 이동시키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NGO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 관계자는 “일단 체크해야 하는 부분은 지역 공안에 닿아 있는 선”이라면서 “선이 가동되고 있는 지역인지, 아닌지에 따라 탈북자를 빼내는 난이도가 달라진다. 북한을 둘러싼 국제 정세나 분위기도 탈북자를 구출하는 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탈북자를 구출해내는 작업을 펼치려면 현지 공안 내부의 ‘톱다운 방식’ 의사결정 구조를 활용해야 한다. 윗선과 줄이 닿아 있어야 탈북자를 빼낼 수 있다. 네트워크가 충분하고, 선이 맞닿아 있다고 하더라도 대가가 없다면 구출은 이뤄질 수 없다. 어떤 행동에 대가가 뒤따른다는 신용이 곧 네트워크이자 선이다. 그 선을 활용해 구출된 탈북자는 바둑판 위 ‘사활’ 형국서 살아난 돌과 같다.”
또 다른 NGO 관계자는 “중간에 사고가 난 탈북자를 빼내는 데엔 우리 돈으로 수천만 원 규모가 소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고는 늘 예상치 못한 시간과 장소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이 부분을 미리 예측할 수가 없다는 점이 애로사항”이라며 “여기에 쓰이는 비용은 후원금에서 나오는데, 이 부분을 명확하게 밖으로 알릴 수도 없다. 아동 빈곤 문제를 극복하는 NGO, 전쟁 문제를 극복하는 NGO와 자금이 소요되는 경로나 특성 자체가 다르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탈북을 돕는 북한 인권 관련 NGO는 언제 어떤 비용이 소모될지 자금 흐름을 예측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국가가 나서야 하는 회색지대에서 빛과 어둠을 오가는 수단들을 동원해 탈북자들의 목숨을 살려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는 경우에 특정한 패턴이 없기 때문”이라며 “돈을 써서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면 그 상황을 외면하기 어렵다. 사람의 목숨에 값이 매겨지고, 그 값을 지불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할 수 있다. NGO들은 돈이 아니라 목숨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행동에 나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후원금 자체가 탈북민들의 목숨을 살리기 위한 목적으로 모금된 것”이라면서 “탈북민들을 죽이는 데에 돈이 쓰이지 않는다면 이런 부분은 거시적인 차원에서 공익적인 부분으로 바라볼 필요성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