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보안법은 1949년 이승만 정부에서 시행됐다. 반국가활동을 규제하는 특별형법인 국가보안법은 오랜 기간 식지 않는 ‘뜨거운 감자’로 자리매김해 왔다.
과거 북한 김일성이 ‘고려 연방제 통일 방안’을 거론하며 한국에 제시한 조건에도 국가보안법이라는 키워드가 끼어 있었다. 김일성은 주한미군 철수, 공산당 활동 합법화 등 조건과 함께 국가보안법 폐지를 3대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 조건을 한국이 이행한다면 고려 연방제 통일에 응하겠다는 취지였다.
대북 소식통은 “공산당 활동을 합법화하려면 국가보안법 폐지가 선결돼야 한다”며 “당시 김일성은 공산주의 이념을 남쪽에 침투시킬 마지막 타이밍으로 보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자유로운 남북 교류 명분 이면에 공산당 활동 허가를 얻어내고, 남남갈등을 유도해 적화통일을 한다는 화전양면전술 일환이었던 셈”이라고 했다.
이어 소식통은 “남과 북 모두 지금과 당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해석을 다르게 할 수도 있다”며 “다만 국가보안법 폐지로 인해 남북교류 물꼬가 트인다 해도, 그 교류의 주체는 남과 북 모두에서 지극히 제한적인 범위 안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북한 상황 변화와 별개로 국내에선 국가보안법 존폐 여부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현재진행형이다. 국가보안법 유지를 지지하는 측은 이념 전쟁을 겪은 대한민국 특수성에 따라 국가보안법이 국가 안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안이라는 의견을 피력해 왔다.
반면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측은 법조문 모호성으로 인해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며 인권 및 표현의 자유를 훼손, 정적 제거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근거를 내세우며 법의 유통기한이 다 됐다는 의견을 펼쳐 왔다.

의원 31인은 “국가보안법이 단심제와 사형제 도입(1949년) 보안법 파동(1958년) 반공법 통합(1980년)을 거치며 점차 강화됐다”며 “그 과정에서 정권이 국가보안법을 정치적 반대 세력과 시민사회를 탄압하는 도구로 활용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냉전 체제 해체 및 남북 유엔 동시가입(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체결(1992년) 이후에는 국가보안법 존속 근거가 사라졌으며, 국가보안법 제7초 ‘찬양고무동조’ 조항은 개념이 모호해 죄형법정주의에 반하고, 내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폐지 근거가 법안에 명시됐다. 국가보안법 제10조 불고지죄 역시 침묵할 권리를 부정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봤다.
이들은 “국가보안법 대부분 조항은 이미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며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해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 사회권규약위원회, 고문방지위원회 등 국제기구들도 반복적으로 국가보안법 폐지를 권고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냉전시대 산물인 국가보안법은 헌법정신과 민주주의, 인권보장 가치에 역행하기 때문에 국가보안법을 폐지해 평화통일과 인권, 국민주권 가치를 실현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송 원내대표는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장동혁 대표는 서면을 통해 “국가보안법은 우리 헌법 질서와 국민의 생명 및 안전을 지키는 마지막 방파제”라며 “국가보안법 폐지는 단순한 법률 개정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국가 안보의 안전핀을 뽑아버리자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국방위원장 성일종 의원은 “방첩사령부도 다 쪼개서 뿔뿔이 깨고 간첩들이 활동할 천국을 만들어주겠다는 게 집권여당”이라며 “이 법을 보호하지 않으면 박수칠 나라는 북한과 주변국들”이라고 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
그러다보니 국회엔 국가보안법 폐지와 관련한 전운이 감돌고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법률안 소관 위원회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법안 당위성을 논의하는 1차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제17대 국회에선 두 차례 국가보안법 폐지법률안이 발의됐다. 2004년 10월 20일 최용규 전 열린우리당 의원이 폐지법률안을 발의하며 포문을 열었고, 이튿날엔 노회찬 전 의원 등 민주노동당 의원 10명도 공동발의했다. 하지만 두 법안 모두 2008년 5월 임기 만료로 폐기의 길을 피할 수 없었다.
이후 국가보안법 폐지 관련 논의는 소원해졌다. 그러다 제21대 국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가 추진됐다. 2021년 5월 20일 강은미 전 정의당 의원 등 10인이 국가보안법 폐지법률안을 발의했다. 같은 해 10월 15일엔 민형배 민주당 의원 등 21인이 다시 같은 이름의 법률안을 발의했다. 제21대 국회에서 추진된 국가보안법 폐지법률안 역시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그동안 국가보안법 폐지법률안이 발의된 시점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민주계열 정당 대통령 집권 시기에 한정됐다. 제22대 국회 역시 이재명 정부 출범 6개월 만에 국가보안법 폐지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이번 국가보안법 폐지법률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하는 형법 개정안(간첩법 개정안)을 의결하기 하루 전 발의됐다. 간첩법 개정에 따라 국가보안법 유지 필요성이 저하됐다는 여권 일각 목소리와 그 궤를 함께하는 행보였다.
다만 간첩법 개정안이 본회의 의결을 마무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법률안을 사전에 발의한 것을 두고는 정치권서도 해석이 엇갈린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국가보안법은 간첩법 개정과 연결해서 봐야 하는 사안”이라며 “민주당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강행할 경우엔 정치적 파장은 상당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신 교수는 “국가보안법 자체가 적지 않은 상징성을 가진 법률”이라며 “국가보안법 폐지가 강행될 경우, 국민의힘이 지리멸렬하는 가운데서도 보수층이 뭉칠 수 있는 매개체로 작용할 수 있다. 간첩법 범위에 대한 확장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가보안법 폐지는 중도층에도 불안을 유발할 수 있는 요소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