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김석한 전 회장, 윤상현 의원, 정몽규 총재, 허승표 회장. |
제52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까지 불과 일주일 남짓 남았다.
1월 14일 선거에 도전할 후보 등록이 모두 마감됐고, 4파전 양상이 이뤄졌다. 축구계 대권 도전을 선언했던 총 5명의 후보들 가운데 안종복 남북체육교류협회장(57)만이 대의원 3명 추천 확보에 실패, 중도 하차했다. 축구협회장 선거에 나서려면 투표 권한이 있는 대의원 중 3명 이상의 추천서를 받아야 하는데, 나머지 4명의 후보들은 등록을 무사히 마쳤다.
축구협회는 14일 오후 6시까지로 돼 있던 후보 등록이 예상보다 빨리 마감되자 당초 계획했던 15일 오전 발표가 아닌, 후보 마감 당일 기호와 함께 후보 명단을 공지했다.
# 4파전이 결국엔 2파전?
하지만 4명 모두가 ‘유력’ 후보들은 아니다. 결국 ‘빅(Big) 2’에 ‘군소 2’로 축구계는 전망하고 있다.
여권의 유력 주자로는 정몽규 전 프로축구연맹 총재(51·현대산업개발 회장)가 있고 야권에서는 허승표 피플웍스 회장(67)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윤상현 새누리당 국회의원(51)이 예상을 깨고 3명 대의원 추천을 확보했다. 현 조중연 협회장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석한 전 한국중등축구연맹 회장(59)도 무사히 선거에 나서게 됐다.
후보 등록 순서대로 기호를 부여하는데, 후보들 4명 중 가장 빠른 9일 후보 등록을 마친 김 전 회장이 1번을 받았고 정 전 총재가 2번, 허 회장과 윤 의원이 각각 3번과 4번으로 선거에 나설 예정이다.
역대 축구협회장 선거에서 경선을 치른 건 오는 1월 28일 선거를 포함해 모두 4차례. 1978년 제36대, 1997년 제48대, 2009년 제51대 회장을 뽑을 때 경선이 진행됐다. 하지만 2명 후보들이 경합을 벌였던 과거와는 달리 이번에는 무려 4명이나 나서 흥미를 더한다.
사실 4명이나 도전할 수 있는 건 다소 의외라는 시선이 많다. 대의원들은 추천서를 써주면 즉시,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사실이 외부에 노출될 수 있어 특정인을 회장 후보로 추천하기 꺼리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이런저런 소문들이 흘러나온다. 항간에서는 대의원들이 추천을 희망하는 후보들과의 개별적인 접촉을 극도로 꺼렸고, 그럼에도 불구 계속 추천 종용이 이뤄질 때면 일단 다른 대의원 2명의 추천을 가져오면 자신도 추천을 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당연하지만 이 과정에서 특정 후보 캠프와 대의원들 간의 은밀한(?) 접촉 및 거래가 이뤄졌다는 불편한 얘기들도 꾸준히 흘러나왔다. 아무래도 최근 계속 이어져온 일련의 사태에서 볼 수 있듯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들에 대한 낭설들이 쉽게 퍼져나가는 축구계이기에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방에 번진 상황이다.
대의원 중 누군가가 이미 수억 원에 달하는 로비 자금을 받았다는 소문부터 일단 모 후보에게 추천서를 써주되, 정작 선거 당일 투표는 다른 후보에 하겠다는 전언을 들었다는 다른 후보 측 캠프 관계자들의 이야기까지 나오는 판국이니 협회장 선거에 있어 검은 로비가 전무하다고는 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복수의 축구인들은 “꼭 돈이나 금품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방식의 지원책이 약속된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속설이 전혀 근거 없다고는 보기 어려운 까닭이다.
그렇다면 선거 판도는 어떻게 될까.
현재로서는 결국 가정법에 불과하다. 4파전의 구도가 선거일까지 계속된다고 가정할 수도 있지만 군소 후보로 알려진 김 전 회장과 윤 의원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특정 후보들 간의 합종연횡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의미다. 유력이란 타이틀은 얻지 못했지만 현 회장이라는 소위 든든한 ‘빽’이 있는 김 전 회장과 정치권의 유력 인사인 윤 의원의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을 끌어들이지 못할 경우, 각자 목표한 과반(13장) 득표는 사실상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러한 면에서 윤 의원과 정 전 총재의 사촌형인 정몽준 축구협회 명예회장(새누리당 국회의원)이 정치적으로는 같은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을 계속 살펴야 한다.
이밖에 각 후보 진영은 누구누구 후보가 어떤 대의원들을 만났다더라 등등 정보전을 계속 펼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끊임없는 잡음, 왜?
이렇듯 혼탁한 선거 구도와 환경에 일각에서는 축구계와 정치권이 다를 바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정치권과 축구계가 다른 점은 분명 있다. 국민 투표가 이뤄지는 대신, 총 득표수가 정해져 있다는 사실이다. 투표권을 지닌 대의원들을 모두 합쳐봐야 고작 24표이기 때문에 변수들이 많다. 이 중 16명은 각 시도(서울 경기 대전 충북 충남 강원 전북 전남 경남 경북 부산 대구 제주 울산 광주 인천) 축구협회장들이고, 나머지 8장은 축구협회 산하 8개(초등 중등 고등 대학 실업 풋살 여자 프로) 연맹 회장들의 몫이다.
일단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으면 곧바로 해당 후보가 당선되지만 과반 이상을 얻지 못했다면 1, 2위 득표 후보들이 따로 결선 투표를 한다. 그러나 워낙 적은 숫자의 투표인단이 선거를 좌우하다보니 검은 거래 유혹이 늘 도사리고 있을 수밖에 없다. 축구협회장 선거에 입후보한 이들이 모두 대의원 선거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지만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마당에 쉽게 “내가 (대의원 제도를) 바꾸겠다”고 나설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단, 분명한 것은 여러 가지 맹점과 문제점을 노출한 대의원 제도가 이번 선거가 종료된 이후 개편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모든 후보들이 자신의 당선을 낙관하고 있다. 후보 진영에서 각 대의원들과 꾸준히 접촉해온 걸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투표할 때 다른 선택을 할지언정, 적어도 당선 가능성이 많든 적든 A 후보를 앞에 두고 B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인사들이 쉽게 나오기 어려운 탓이다. 간접적이나마 공개적으로 특정 인물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대의원들은 불과 2~3명 안팎이다. 이는 후보들이나 대의원들 모두 선거 이후 후폭풍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사정이 그러다보니 각 후보들이 우군으로 확신하고 있는 대의원 숫자를 모두 합치면 24명이 아닌, 40~50명 안팎이라는 결코 웃기 어려운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결국 각자 계산한 예상 득표에 허수가 포함돼 있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 실제로 C 후보에게 회장 선거 후보 등록을 위해 필요한 추천장을 써준 것으로 확인된 대의원 D는 E 후보 캠프에서 활동하는 유력 축구인과 아주 가까운 관계로 알려져 있다.
결국 대의원의 추천이 곧 투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의미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