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홀리캡틴은 전통의 명문은 아니지만 부마의 명성 때문에 주목받고 있는 말이다. 부마인 ‘홀리 불’(HOLY BULL)은 20세기 최고경주마 랭킹 64위에 오를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했던 말이다. 현역시절 경주에 16번 출전해 13승을 올렸고 이 가운데 11승이 블랙타입경주였다. 94년엔 3세 수말 챔피언을 차지하며 연도대표마에도 올랐다. 평균 우승거리는 1600미터였다. 특이한 것은 1위 외에는 2위와 3위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뛰는 모습을 직접 보지 못해 아쉽지만 짐작컨대 승부욕이 대단한 말이 아니었나 싶다.
모계 쪽으로는 외조부가 눈에 띈다. 외조부인 세인트 발라도(Saint Ballado)는 9전(4/2/0) 동안 블랙타입 경주에서 2승을 거뒀다. 평균 우승거리는 1576m. 은퇴 후 씨수말 성적은 현역시절 성적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우수하다. 2005년 미국 리딩사이어에 오른 바 있으며 현재까지도 10권에 계속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세인트 발라도의 부마인 할로(HALO)도 미국에서 리딩사이어를 두 번(1983, 1989년)이나 차지했을 정도로 그 자마들이 뛰어난 활약을 했기 때문에 모계 쪽도 유전적으로는 상당히 우수한 혈통이라 할 수 있다.
‘호부 밑에 견자 없다’는 우리 속담이 있듯이 그의 자마인 홀리캡틴도 벌써부터 싹수를 드러내고 있다. 현재 세 번의 경주에 출전해 2승을 거두고 있다. 부마의 전철을 밟기라도 하려는 듯 나머지 한 경주는 8위에 그쳤다.
홀리캡틴의 지난 경주를 분석해보면 주행습성이 자유로운 마필로 보인다. 데뷔전에선 1000미터 경주에 출전해 강력한 선행작전으로 경주를 전개하고 중간에 홀드더머스스터드라는 말의 강한 압박을 받았지만 끝까지 추격을 뿌리치며 코차로 우승을 차지했다. 두 번째 경주에선 1300미터 경주에 출전해 8위를 했는데, 상대도 강했고 거리까지 대폭 늘어나 크게 무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경주인 직전 경주에선 데뷔전 때와 같은 거리인 1000미터에 출전했지만 작전은 완전히 달랐다. 선두그룹을 멀찌감치 따라가는 ‘중간추입’으로 작전을 바꿨는데 막판 외곽으로 치고나오면서 또 한번 코 차이의 짜릿한 승리를 거머쥐었다.
실전 모습과 혈통을 볼 때 홀리캡틴은 앞으로 중거리로 갈수록 위력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1000미터 최단거리에서만 성적을 내고 있지만 타고난 거리적성은 1600미터 전후, 즉 중장거리 경주에 강점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부모와 외조부가 모두 1600미터를 전후한 경주에서 우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대로 앞에서 버티기와 뒤에서 추월하기 등 경주전개가 자유로운 마필인 것이다. 질주습성을 봐도 중장거리에 더 적합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시용 프리랜서
홀리체리의 경우처럼 좋은 혈통을 타고나고도 부진한 말은 적지 않다. 왜 그럴까. 경주력은 우수한 유전적 특징을 물려받아 적절한 사양관리와 마체에 적합한 훈련을 통해서 발현되는 것인데, 이 중 하나만 부족해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선대의 우수한 특징을 제대로 물려받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현역 때의 경주성적보다 후대에 좋은 형질을 물려주는 말을 좋은 씨암말과 씨수말로 분류하는 것이다.
경마전문가 신성훈 씨는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좋은 혈통끼리 만난다고 다 좋은 말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경주마의 경우는 특히 유전적 배합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김시용 프리랜서
‘중속’을 알면 ‘전개’가 보인다
경마예상은 경주전개에 대한 추리로 시작된다. 보통 초속을 기준으로 초반엔 누가 앞장서고, 중간에 따라가며, 후미로 처질지를 구분하고, 후반엔 종속을 기준으로 앞서가는 말이 버텨낼 수 있는지와 뒤에 있는 말이 앞말을 따라잡을 수 있는지를 분석한다.
그런데 흔히들 간과하는 것이 중속(전문가들은 이를 대시능력이라고 한다)이다. 이 중속은 장거리에선 크게 중요하지 않지만 단거리에선 경주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변수다. 선행을 나섰는가 싶었는데, 다른 마필한데 선두를 내주거나 똑 같이 선행을 나섰는데 어느새 거리가 벌어져서 중간이나 후미로 처지는 경우 등은 중속이 차이 때문에 발생한다.
이는 경주마의 특징과도 상관이 있다. 발주를 잘하는 마필이 있고, 발주는 잘하는데 이후의 가속이 생각보다 좋지 않은 마필도 있다. 또 발주는 썩 좋지 않지만 이후의 가속이 좋은 말도 있다. 이 가속이 바로 중속이다. 이 중속에 따라서 선행이 바뀌기도 하며 발주능력이 탁월한 마필도 중속이 좋은 마필과 만나면 자연스레 경합이 벌어져 초반에 힘을 많이 소진하게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중속은 어떻게 파악하는 것일까. 대부분의 예상지에는 첫 코너 통과기록이 나와 있다. 첫 코너 통과기록에서 초반 200미터 기록을 뺀 기록이 중간가속력, 즉 중속을 파악할 수 있는 기초자료가 된다.
김시용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