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에서는 한국인 명의를 빌려 배달에 나서는 외국인이 적지 않다. 플랫폼 업체들이 명의 도용이나 계정 대여가 적발될 경우 영구적인 위탁 제한이 가능하다는 약관을 두고 있지만, 비대면 배달이 일상화된 구조에서 실제 배달 주체를 상시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택배·배달 업종에서 적발된 불법 취업 외국인은 처음 집계된 2023년 117명에서 2024년 313명으로 2.7배가량 증가했다. 2025년 들어서도 증가세는 이어져 10월 기준 399명이 적발됐다.
최근에는 유튜브와 틱톡 등 외국 SNS에서 ‘한국에서 배달하는 방법’이 공유되면서 배달을 원하는 외국인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해당 영상에서는 “헬멧 쓰고 말하지 않으면 안 걸린다”, “한국인들은 운전이 얌전하다” 등 한국에서 배달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또 실제 배달 사례를 제시하며 1건당 수익과 하루 수입을 강조하는 이른바 ‘수익 인증’ 영상도 다수 게시되고 있다.
한 배달대행사 관계자는 “최근에는 유튜브나 틱톡 영상을 보고 인도·파키스탄 등 다른 국가 출신 외국인들도 배달에 뛰어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외국인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오픈채팅방이 있어, 배달업이 돈이 된다는 얘기를 듣고 지방 거주 외국인들이 오토바이를 구해 서울·경기권으로 올라오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외국인 배달원을 고용하는 것이 남는 장사라고 말한다. 외국인 배달원은 내국인보다 비용 부담이 적고, 악천후나 이동 동선이 불리한 이른바 ‘유배콜’도 수락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배달업체는 인력이 많을수록 배달 물량을 빨리 소화해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고 외국인에게는 더 높은 배달 수수료도 떼 차익을 남길 수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업체에서는 외국인 배달원에게 배달 1건당 약 1000원의 추가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소규모 배달대행업체는 가족이나 지인 등 명의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외국인 배달원 고용에 나서는 분위기다.
경기도의 한 배달대행사 관계자는 “화성·수원 인근에 위치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 배송은 외국인 배달원들이 맡는 일이 많다”며 “유학생이 많은 경기도 대학가 주변 식당 중에는 배달 직원을 해당 학교 유학생들로만 고용해 운영하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불법 체류 신분의 외국인 라이더 가운데 상당수가 무보험·무면허 상태로 운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배달 중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피해자가 충분한 보상을 받기 어렵다. 현장에서는 불법으로 명의를 도용한 외국인 배달원들이 운전하다가 사고가 나도 신분 노출을 우려해 현장을 이탈하거나 연락을 끊는 사례까지 발생한다.
국내 라이더들 사이에서는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일부 배달 커뮤니티에서는 외국인 라이더의 동선이나 사진을 공유하며 “(외국인 라이더가) 보이면 바로 신고하라”는 내용의 신고를 독려하는 게시 글까지 등장했다. 서울 양천구에서 배달 일을 하는 전 아무개 씨는 “예전보다 배달 건수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서 외국인 라이더에게 일자리를 빼앗기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배달 문제를 둘러싸고 관계 부처 간 유기적인 대응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불법 취업 단속은 법무부, 교통 단속은 경찰, 근로 감독은 고용노동부 소관으로 나뉘어 있다. 사안이 발생해도 즉각적인 합동 대응이 어려운 구조다. 배달 플랫폼 역시 외국인 배달과 관련해 비자 요건 등을 약관에 명시하는 수준에 그칠 뿐, 추가 인증이나 실효성 있는 관리에는 소극적인 모습이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플랫폼 별로 정기적인 본인 인증만 시행해도 상당수는 차단할 수 있지만, 현재 정부와 배달 플랫폼 모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며 “주기적 얼굴 인식이나 추가 본인 인증 절차를 도입하는 등 실효성 있는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