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STX의 모태는 IMF 외환위기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쌍용중공업이다. 쌍용중공업 재무회계책임자(CFO)를 역임했던 강덕수 STX그룹 창업주는 돈을 끌어모아 2001년 쌍용중공업의 경영권을 획득했고, 사명을 (주)STX로 변경했다.(주)STX는 2001년 대동조선(인수 후 사명 STX조선해양)과 2004년 범양상선(STX팬오션)을 인수했다. 2002년과 2004년에는 각각 STX에너지와 STX중공업을 설립했다. (주)STX는 2004년 지주회사로 전환됐으며, 엔진사업부문은 신설 자회사인 STX엔진으로 분할됐다.
STX그룹은 창립 10년 만인 2011년 연매출 18조 원을 달성하고 임직원 6만 명을 이끄는 재계 14위의 대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로 STX그룹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당시 STX그룹 주력 계열사는 (주)STX, STX조선해양, STX팬오션 등이었으나, 경제 침체와 함께 조선·해운업이 크게 위축됐다. 2015년 3분기 기준 STX그룹 계열사들은 대부분 자본잠식 상태가 되거나 부채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사실상 지주회사로서 역할을 잃게 된 (주)STX는 2013년 11월 전문상사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한 뒤 재기를 노렸다. 하지만 오너 일가는 결국 (주)STX 지분을 한국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넘겼고, STX그룹은 2014년 1월 채권단들과 자율협약을 체결해 그룹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STX전력, 에너지, 솔라 등은 GS그룹, STX팬오션은 하림그룹, STX조선해양(현 케이조선)은 유암코-KHI 컨소시엄에 인수되는 등 계열사가 뿔뿔이 흩어졌다.
채권단 관리 하에 있었던 (주)STX는 2018년 최대주주가 산업은행에서 사모펀드 운용사인 APC머큐리로 바뀌게 됐다. 이후 STX는 원자재·산업재 수출입, 에너지 자원 트레이딩, 기계·엔진, 해운·물류 등 4대 축을 중심으로 종합상사업을 영위했다.
(주)STX는 2023년 9월 물류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하면서 신설법인 STX그린로지스를 출범했다. (주)STX의 자회사는 2025년 상반기 기준 STX리조트, STX에어로서비스, STX바이오, PK밸브앤엔지니어링과 두바이·일본·중국 등 총 11개 해외 법인이다.

(주)STX는 만성적자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고 자본잠식에 빠졌다. 2025년 3분기 연결 기준 자본총계는 742억 원으로 자본금(775억 원)보다 적은 부분 자본잠식 상태다. 2025년 3분기 별도 기준으로는 자본총계가 4억 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직전이다. 연결 기준 2025년 3분기 누적 매출은 5189억 원으로 전년(6725억 원) 동기 대비 22.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181억 원으로 전년(-18억 원) 대비 적자폭이 10배 커졌다.
김태황 명지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종합상사를 영위하기 위해서는 각국에 있는 해외 지점을 운영해야 할 뿐만 아니라 시장 상황과 환율 변동을 면밀히 확인해야 하는데, 글로벌 경기 둔화와 더불어 원자재 가격 변동이 심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트레이딩(고객사와 제조사 간 중개)에 기반하는 전통 종합상사로서의 기능이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종합상사업계 한 관계자는 “예컨대 한 종합상사가 전통 트레이딩 비중이 많더라도 해외에 있는 방대한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 수집을 빠르게 얻어 가격 변동 추이 등 시장 상황을 잘 파악해 실적을 내는 것이 관건”이라며 “(주)STX가 최근에 종합상사를 표방하긴 했지만, 그보다 수십 년 동안 더 오래 종합상사를 영위한 주요 기업들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STX는 단기 외화차입금 관련 대출을 갚지 못했다. STX는 2025년 12월 세 차례 걸쳐 산업은행으로부터 차입한 유산스(USANCE) 대출원리금 총 326억 원이 연체됐다고 공시했다.
이종우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는 “계열사가 많고 명확한 공급처가 있는 국내 주요 종합상사와 달리 (주)STX는 트레이딩을 통해 거래할 계열사가 없다는 한계도 있다”며 “원자재 트레이딩을 위해서는 기업의 규모나 신뢰성도 중요한데, STX는 자금이 부족한 상황인 만큼 타격이 더 클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주)STX는 2025년 12월 19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및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STX는 2025년 7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제재로 인한 주식 거래정지 상황에서 사업 운영상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ARS 프로그램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자회사였던 STX마린서비스에 해외 소송이 2022~2023년간 제기됐지만, (주)STX가 재무제표에 충당부채를 반영하거나 주석에 우발부채를 의도적으로 작성하지 않았다는 것이 제재 사유다. (주)STX가 제기한 증선위 제재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2025년 8월 인용됐지만, 본안 소송은 현재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주)STX 관계자는 “현재 본안 소송 절차에 성실히 임하고 있으며, 소송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 때문에 세부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며 “회생 및 ARS 절차를 통해 사업 연속성 및 안정성을 우선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추후 진행될 절차에 따라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확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