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2월 30일 김병기 의원이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했다. 김 의원은 이날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연일 계속되는 의혹 제기의 한복판에 서 있는 한 제가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저는 오늘 민주당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다”며 “이 결정은 제 책임을 회피하고 덜어내는 것이 아니라 시시비비를 가린 후 더 큰 책임을 감당하겠다는 저의 의지”라고 밝혔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025년 12월 3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 의원과 서너 차례 통화를 했다며 “사실이 아닌 억울한 부분, 가족에 대한 부분들을 어떻게 해야 하냐는 그런 부분이 있었고, 그러면서도 대통령의 국정에 대한 부담, 당에 대한 부담 이런 것들이 같이 고민스러운 과정이었다”고 전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김병기 전 원내대표가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보좌진 폭로가 나올 때만 해도 의혹 제기가 과장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위기였던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공천 문제가 나오면서 그 신뢰가 깨진 것 같다”고 했다.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선우 의원과 나눴던 공천 헌금 녹취록 공개가 사퇴에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는 취지다.
그동안 김 의원은 △장남 국정원 취업 청탁 △차남 숭실대 대학 편입 개입 △박대준 당시 쿠팡 대표와의 회동 △전직 보좌진 인사 불이익 사주 △대한항공으로부터 가족에 대한 호텔 숙박권 수수 및 의전 특혜 △지역구인 서울 동작구 소재 보라매병원에서 아들 진료 특혜 △옛 보좌진 단톡방 대화 내역 불법 입수 △강선우 의원 공천헌금 수수 사실 묵인 △3000만 원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수많은 의혹과 논란에 휩싸였다(관련기사 아군들도 거리두기…김병기 원내대표 ‘꼬꼬무 의혹’ 후폭풍).
정치권에서는 김 의원이 물러난다고 사태가 해결되진 않을 것으로 본다. 강선우 의원의 공천 헌금 문제는 여권 전반으로 향할 기세다. 법적 문제로 비화한 것도 여러 건이다. 관련 의혹을 폭로한 보좌진들은 통신비밀보호법·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김 의원을 경찰에 고발했다.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 대화 내용을 입수한 경로가 불법이라는 이유다.
이외에도 김 의원은 뇌물죄 및 청탁금지법 위반(대한항공 숙박권 관련), 업무방해죄(강선우 의원 관련),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와 청탁금지법 위반(보좌진 취업 방해 관련) 등으로 고발된 상태다.
김 의원 배우자 이 아무개 씨는 업무상 횡령(동작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적 이용), 통신비밀보호법과 정보통신법 위반(보좌진 텔레그램 대화방 관련) 등으로 고발됐다. 장남은 국정원 정보 누설 혐의로 국가정보원직원법 위반으로 수사 대상이 됐다. 차남 관련 의혹은 경찰이 수사 중이다.
#원내대표 각축전
김 의원이 퇴장하자 차기 원내대표 후보들이 잇따라 출마를 선언했다. 먼저 3선 진성준 의원이 깜짝 출사표를 던졌다. 진 의원은 2025년 12월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원과 의원들로부터 원내대표를 신임 받는다면 잔여 임기만 수행하고 연임에는 도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진 의원은 원내 수습, 내란세력 신속 청산, 민생경제 회복, 당정일치 구현 등을 공약했다.
3선 박정 의원은 1월 2일 출마를 선언했다. 박 의원은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원내대표 잔여 임기인 5개월 동안 ‘중간계투’로 헌신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내란특검 연장과 통일교 특검을 즉시 추진하겠다”며 “정교분리를 바르게 세우지 않고 정치가 바로 설 수 없다. 이 사안의 엄중함을 깊이 새기고 협상이 안 된다면 압박해서라도 반드시 1월 중에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3선 백혜련 의원은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출마 의사를 밝혔다. 백 의원은 원내대표 임기에 대해 “6월에는 지방선거까지 예정되어 있는 이런 시기가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임기의 문제를 가지고 저희가 논란을 벌일 필요가 없다”고 했다.
세 의원 모두 원내대표 선거를 ‘명청 대전’으로 보는 정치권 일각의 시선은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다만 진성준 의원은 당·정·청 사이의 세부적인 조율을 할 때 부족함이 있었다고 했다. 백혜련 의원은 이 같은 단어가 나오는 상황 자체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병도 의원(3선)도 출마할 것으로 전해진다.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서영교 의원(4선)은 불출마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정청래 지도부의 향방이 갈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원내사령탑을 비롯해 지도부 9명 중 4명이 선출되기 때문이다. 현재 최고위원 선거는 ‘친명 대 친청’ 또는 ‘당권파 대 비당권파’ 구도로 치러지고 있다. 강득구 이건태 의원과 유동철 후보가 친명계로 분류된다. 이성윤 문정복 의원은 친청계로 꼽힌다.
원내대표 후보들은 친문(진성준·한병도) 친명(박정) 중도(백혜련)로 분류된다. 진성준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 호위무사로 불린 인물이다.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는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찬성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이 대통령은 그런 진 의원을 정책위원회 의장에 임명하며 중책을 맡기기도 했다.
운동권 출신인 한병도 의원도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 등을 지냈다. 친문 핵심으로 꼽힌다. 그러다 한 의원은 이재명 당대표 때는 전략기획위원장을, 이재명 대선캠프 때는 종합상황실장을 맡았다.
박정 의원은 지난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서 박찬대 의원을 공개 지지했다. 이때 박 의원은 ‘싸워서 이기는 것이 가장 하책이다’이라는 이 대통령 말을 인용하며 “국민의힘과 싸우지 않아도 이길 사람, 그 사람이 박찬대”라고 강조했다.
검사 출신인 백혜련 의원은 계파색이 옅은 인물로 평가된다. 검찰 수사 중립성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검찰과 대립해 왔다. ‘친청과 친명’ 구도에 대해 백 의원은 “원내대표로 출마하신 분들의 성향이 특별한 계파색을 띠거나 그러고 있는 분들이 없다”며 “우리는 모두 다 친명이고, 또 정청래 대표는 우리가 뽑은 당 대표”라고 강조했다.

원내대표가 누가 되더라도 여권 지형엔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만만찮다. 정치평론가 신율 교수는 “당내 지형이 변한다기보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당 장악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느냐 안 되느냐는 될 수 있다”며 “결정적으로 (당내 지형이) 뭐가 어떻게 될 것이다 이렇게 보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엄청나게 (변화할) 것 같지는 않다”며 “우리가 다 ‘친청’이다. 저한테도 친청이라 한다. 친청와대”라며 “(과거) 뭉치면 승리하고, 분열하면 패배했다는 경험을 다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