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6월 당시 초선 동작구 의원이던 C 씨가 구의회 의장으로 선출됐다. 보통 다수당의 재선 이상 구의원이 의장을 맡던 관례가 깨졌다. C 씨는 김병기 의원 배우자가 사용한 구의회 업무 추진비 카드 명의자이기도 하다. 지역 정가에선 김 의원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C 씨의 의장 선출 뒤에는 김 의원 입김이 작용했다는 뒷말이 나왔던 배경이다.
2020년 11월 2일 예산결산위원회 구성을 두고 파열음이 커지기 시작했다. 이날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C 씨는 여야 합의를 뒤집고 D 구의원을 예결위원장에 임명했다. D 구의원 역시 김병기 의원 측근이다. 애초 예결위원장을 맡기로 했던 인물은 ‘김병기 공천헌금 탄원서’를 작성한 전직 구의원 A 씨다.
야당 소속 구의원들과 일부 여당 소속 구의원들의 반발이 거셌다. 2020년 11월 20일 새벽 4차 본회의에서 의장 불신임의 건이 통과됐다. 참석 구의원 10명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의장은 당시 구의원이던 B 씨로 교체됐다. B 씨는 A 씨와 함께 ‘김병기 공천헌금 탄원서’를 작성한 인물이다.
회의록에 따르면 A 씨는 찬성토론에서 C 씨가 자신을 예결위원장으로 본회의에 보고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했다. 그러다 본회의 때 갑자기 D 구의원을 예결위원장으로 지명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호선 뒤 본회의 보고’ 조례, 여야 합의 관례, 윤리강령 등을 어긴 처사라고 지적했다. B 씨도 “구의원 선임을 이행하지 못하게 한 것은 의장으로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며, 이에 본 의원은 C 의장 불신임안에 찬성하며 불신임을 요구한다”고 했다.
2020년 12월 15일 서울행정법원은 C 의장 불신임건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C 씨는 의장직에 복귀했다. 같은 해 12월 21일 동작구의회는 다시 C 씨에 대한 불신임안을 의결했다. 구의회는 의장대행 체제로 전환됐다. 2021년 2월 17일 B 씨가 보궐선거에서 의장에 선출됐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무소속 김 아무개 전 구의원은 “재선 구의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초선 구의원, 특히 여러 가지 말이 있는 그런 사람을 (의장으로) 임명했다는 것 자체가 납득 안 갔다. A 구의원도 예결위원장을 할 차례였다”며 “그러니까 의장하고 예결위원장이 전혀 예상치 않은 사람들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구의원은 동작구의회 명예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판단해서 A·B 씨와 논의를 했다고 전했다. A·B 씨의 합류로 야당이 다수파가 돼 불신임안을 결의할 수 있었다고 했다. 2차 불신임 이후 C 씨는 다시 집행정지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A·B 씨는 국민의힘과 야합했다는 이유로 제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둘은 22대 총선을 앞두고 2023년 12월 민주당에 ‘김병기 공천헌금 탄원서’를 제출했다.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김 의원 쪽에 모두 3000만 원을 줬고, 5~6개월 뒤 김 의원 배우자로부터 돌려받았다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탄원서 이면에는 김 의원과 전직 동작구청장 E 씨의 갈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E 씨가 자신의 공천 탈락을 막기 위해 A·B 씨에게 탄원서를 작성, 이수진 당시 의원(동작을)을 찾아가게 했다는 것이다. 동작구 정치권에 따르면 A·B 씨와 이수진 전 의원은 서로 친밀한 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수진 전 의원은 김현지 당시 이재명 의원실 보좌관(현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에게 탄원서를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의원은 “당연히 조사할 것이라 믿었다. 탄원서를 당 대표한테 보냈을 것 아닌가.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사는 안 하고, E 구청장은 자격 심사에서 탈락해 버렸다”고 전했다.
#폭로전 도화선 된 밥줄 끊기
2024년 2월 이 전 의원이 탄원서 문제를 폭로할 때만 하더라도 큰 반향은 없었다. 잊혔던 이 건은 김 의원의 옛 보좌진들 폭로가 나오면서 다시 주목 받았다. 이 역시 김 의원과 보좌진 사이가 틀어지면서 발생했다.
2024년 12월 김병기 의원실 보좌진 6명이 직권면직됐다. 김 의원은 이들이 대화방에서 자신과 가족을 모욕하는 대화를 나눴고, 12·3 비상계엄을 희화화하는 농담을 주고받았다고 했다. 측근인 C 구의원에 대한 성희롱성 대화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이유들로 보좌진 6명에 직권면직을 통보했다는 게 김 의원 입장이다.
옛 보좌직원들은 김 의원의 갑질을 토로하는 대화방이었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 부부가 수시로 사적 지시를 내렸고, 이를 하소연하는 장이었다는 것이다. 보좌진들은 차남의 숭실대 편입과 중소기업 취업에 동원됐다고 폭로했다. 이런 사적 지시가 늘 벌어져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2025년 6월 10일 김 의원 배우자 장남의 국정원 취업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김 의원 측은 전직 보좌관 이 아무개 씨와 선임비서관 김 아무개 씨 쪽으로 내용증명을 보냈다. 내용증명에는 김 의원 가족에 대한 근거 없는 의혹을 언론 제보하는 것을 중단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김 의원은 같은 해 6월 13일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9월 4일 차남 대학 편입 의혹이 보도됐다. 다음 날인 9월 5일 김 의원은 박대준 당시 쿠팡 대표를 만났다. 전직 보좌진 이 씨와 김 씨가 쿠팡에 취업한 직후다.
2025년 11월경 쿠팡에 근무하던 김 의원 옛 보좌진 둘은 회사를 떠났다. 이들은 김 의원의 외압으로 사직했고, 다른 곳에도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보복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달 뒤인 12월 보좌진발 폭로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김 의원은 2025년 12월 17일 페이스북에 “쿠팡에 입사한 제 전직 (문제) 보좌 직원이 제 이름을 팔고 다닌다는 얘기가 있는데 앞으로 원내대표실 업무와 관련해서 원내대표실 직원들을 만나거나 제 이름을 이용해서 대관 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상황은 악화되기만 했다. 1월 2일 묻혔던 ‘김병기 공천헌금 탄원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당시 대책회의가 열렸고 김 의원, 배우자, 구의원 D 씨 등이 모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의원이 당으로 제출된 탄원서를 빼돌렸다는 의혹까지 대두됐다. 김 의원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봐주기 수사’ 논란도 불거졌다. 김 의원이 동작경찰서장에게 부탁해 배우자 업무추진비 유용 의혹 관련 수사를 무마했다는 게 골자다. 이 역시 전직 보좌진들의 폭로로 나왔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