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씨 등은 ‘본인들 뒤에 VIP가 닿아있다’는 식의 말도 했다고 한다. 배 씨는 2024년 동대문 일대 부동산 재개발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 ‘B 동대문개발’ 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김건희 씨 역시 과거 창신동 이름을 딴 부동산 개발업체 사내이사를 맡은 적 있다.

하지만 2022년 6월 지방선거가 끝나고 정문헌 종로구청장이 취임하며 상황이 급변했다. 종로구청은 기존 소단위 정비방식을 백지화하고 모든 구역을 하나로 묶어 대단지 통합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정 구청장은 지방선거 당시 창신동에 ‘강북의 코엑스’ 같은 대규모 상업시설을 건립하겠다고 공약했다.
실제 종로구청은 2022년 11월 창신동 1·2·3·4구역에 대해 ‘미래형 스마트 그린도시 창신’ 기본구상에 들어갔고, 이듬해 11월 대단지 통합개발하는 정비계획으로 변경하기 위해 용역을 다시 맡겼다.

“2022년 4월 서울시의 소단위 재개발로 고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이 우리 사무실로 찾아왔다. 우리에게 ‘여기는 무조건 통합개발이 된다. 소단위 정비계획 다 없어지고 다시 될 거다’ 말을 했다. 처음에는 ‘미쳤나’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소단위 정비방식 고시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크게 화내고 내쫓다시피 했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찾아왔지만 무시했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까 종로구청에서 대단지 통합개발로 바꾸더라.”
조합 소속 B 씨도 비슷한 설명을 내놨다. B 씨는 “통합개발 정비계획으로 변경하기 위한 용역이 진행되던 2023년에 찾아왔다. 당시 재개발 조합에서 통합개발에 결사반대를 했다. 그러자 이들이 찾아왔다. 재개발 논의가 수십 년째 진행 중이다 보니 찬성 반대 사람들 대충 다 안다. 그런데 그들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느닷없이 찾아와 ‘국가사업이니까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B 씨는 “그들은 ‘우리 위에 정말로 높은 VIP가 선이 닿아있다’ ‘뒤에 막강한 큰 세력이 있다’며 경거망동하지 말라 이런 뉘앙스로 얘기했다. 그래서 막 싸우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한 특이했던 점으로 “사업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명함을 안 가지고 다녔다. 연락처를 달라 해도 안 가르쳐 주더라”라고 언급했다.
당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였다. A 씨와 B 씨는 이들의 이름을 배 아무개 씨와 김 아무개 씨라고 기억했다. 배 씨는 사모펀드 투자·운용사 B 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김 씨는 이 회사의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던 인물이다.

배 씨는 김건희 씨와 최소 15년 전부터 연락을 주고받으며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배 씨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코바나컨텐츠’와 같은 ‘코바나’를 회사명으로 한 ‘코바나파트너스 홍콩’ 대표를 지냈다. 또한 배 씨는 2022년 5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관련기사 [단독] ‘코바나’ 사무실 입주 투자사 대표,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참석했다).

김건희 씨 역시 13년 전 동대문 인근 부동산 개발에 관심을 보였던 정황이 있다. 김건희 씨는 2010년쯤부터 ‘비컨건축’이라는 부동산개발·투자사의 사내이사를 맡았다. 비컨건축 사무소는 2013년 1월 사명을 ‘창신개발’로 바꿨다. 당시 대표이사를 맡았던 정 아무개 씨는 동대문 인근에서 사업을 해오던 인물로, 2010년대 동대문 일대 재개발을 추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건희 씨는 2013년 11월 창신개발 사내이사직에서 퇴임했다. 김건희 씨가 사임하면서 창신개발은 ‘집사게이트’의 핵심 피의자 조영탁 IMS모빌리티 대표에게 넘어갔다. 사명을 교체하고, 사업목적도 ‘부동산 개발 및 투자’ 등이 삭제되고 ‘자동차 매매중개알선업’ ‘자동차 수입 및 판매업’ 등이 등록됐다. 이후 조 대표의 비마이카(현 IMS모빌리티)에 합병됐다.
배 씨 등이 창신동 개발사업에 관심을 가진 배후에 김건희 씨가 있는 것 아니냐고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대 대선 이후 창신동 개발사업을 준비했고, 종로구에서 정비계획이 변경되고 있던 2024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B 동대문개발 법인을 만든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창신동 1·2·3·4구역은 사대문 안에 역세권 상업지구다. 이런 부지를 ‘종로의 랜드마크’로 고밀 개발해보자는 게 정문헌 구청장 공약사항이었다”며 “지방선거 이후 정비계획 변경을 말하고 다닌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공약을 듣고 말하고 다닌 사람들이 있지 않았겠느냐. 이 동네 좁고 소문이 빠른데 B 동대문개발이나 배 씨에 대해서는 처음 들어본다”고 말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