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다가 우는 사극 ‘왕과 사는 남자’

‘왕과 사는 남자’는 1457년 청령포를 배경으로,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 엄흥도(유해진 분)와 왕위에서 쫓겨난 어린 선왕 이홍위(박지훈 분)의 이야기다. 촌장은 폐위된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야 하는 임무를 맡는다. 절망한 채 유배지에 온 왕은 순박하고 정겨운 마을 사람들 덕에 점차 살아갈 희망을 찾아간다.
영화는 사극의 단골 소재인 계유정난을 다루지만 수양대군 등의 시선이 아닌 유배된 왕의 마지막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차별화했다. 유해진이 출연을 결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유배 이후 단종은 어떻게 살았을까 궁금했다”는 유해진은 “죽음까지 가는 과정에서 어떤 시간이 있었는지, 그의 곁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다루는 이야기가 매력적이었다”고 밝혔다.
그룹 워너원 출신 아이돌 스타로 친숙한 박지훈이 유배된 왕을 연기한 점도 눈에 띈다. 넷플릭스 ‘약한영웅’ 시리즈로 10대 액션 장르를 소화해 호평을 받았지만 사극에서 역사 속 인물을 연기하는 건 큰 도전이다. 스스로 단종을 표현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 했고, 특히 베테랑 유해진과 연기하면서 에너지를 동등하게 주고받을 수 있을지도 자신이 없었다는 박지훈은 “감독님을 믿어보기로 했다”며 출연을 결정했다. 이후 두 달 동안 사과 한 개만 먹으면서 몸무게를 15kg이나 감량했다. 박지훈은 “유배지에서 뼈밖에 남지 않은 단종의 느낌을 내고 싶었다”고 돌이켰다.
‘왕과 사는 남자’는 장항준 감독이 연출했다. 대중에는 드라마 작가 김은희의 남편이자, 예능 프로그램의 단골 출연자로 친숙한 감독이다. 정극인 사극 연출은 처음이다. 특유의 재치는 이번 작품에서도 이어지지만, 후반부를 채우는 건 ‘눈물’이다. 영화에서도 단종의 마지막은 역사가 기록한 그대로다. 웃음과 눈물을 동반한 사극으로 설 명절 전 연령대를 공략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
#첩보 액션 ‘휴민트’, 가족의 사랑 ‘넘버원’

‘휴민트’의 주인공 조인성은 류승완 감독과 2021년 ‘모가디슈’와 2023년 ‘밀수’를 함께했다. 앞선 작품에서도 고난도 액션을 소화했지만 이번에는 수위를 더 높였다. 극 중 조인성은 희생된 정보원이 남긴 단서를 쫓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온 국정원 블랙요원 조 과장으로 극을 이끈다. 배우 박정민은 북한 보위성 조장 박건, 신세경은 북한식당 종업원으로 조 과장에 포섭된 새로운 정보원 채선화, 박해준은 북한 총영사 황치성을 각각 연기한다. 서로 다른 목적을 품고 블라디보스토크에 모인 사람들의 서늘한 첩보전을 보여준다.
류승완 감독은 2024년 추석 연휴에 황정민 주연의 ‘베테랑2’로 752만 관객을 사로잡았다. ‘휴민트’ 역시 설에 개봉하면서 여름이나 겨울 빅 시즌보다 가족 단위 관객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명절 연휴를 노린다. 호감도 높은 배우들이 전면에 포진한 점도 ‘휴민트’의 경쟁력이다. 특히 조인성은 세 편의 영화를 연이어 류 감독과 함께하면서 ‘류승완의 페르소나’로도 불리고 있다. 최근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가수 화사와 ‘굿 굿바이’ 무대를 꾸며 여성 팬들을 사로잡은 박정민의 스크린 복귀작으로도 기대감을 키운다. 박정민 역시 류 감독의 전작인 ‘밀수’에 출연한 바 있다.
류승완 감독은 “‘밀수’를 마치고 조인성, 박정민 두 배우를 전면에 내세워 영화를 찍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남았다”며 “사실상 조 과장과 박건이라는 이름과 성을 정해 놓고 시작했다. 두 배우가 이 영화의 출발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두 배우가 스크린에서 자신들의 매력을 한껏 뽐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김태용 감독과 최우식의 인연도 특별하다. 최우식을 배우로 인정받게 한 2014년 영화 ‘거인’의 연출자로 10년 만에 재회했다. 판타지 설정을 차용했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엄마와 아들의 관계를 비추면서 영원한 이별을 앞둔 가족의 애틋하고 헌신적인 사랑을 담아낸다. 특히 장혜진과 최우식의 모자 호흡은 이미 ‘기생충’에서 한 차례 이뤄졌다는 점에서 호기심을 키운다.
모두를 속인 ‘기생충’ 속 모자의 관계가 이번 ‘넘버원’에서는 달라진다. 최우식은 “‘기생충’에서는 여러 배우의 앙상블이 주를 이루다 보니 (장혜진과) 1 대 1로 감정을 교류할 기회가 적어 아쉬웠다”며 “이번엔 마음껏 교감하고 원했던 티키타카도 할 수 있었는데 이미 친한 사이에서 시작했기에 어색한 과정도 없이 연기하기가 수월했다”고 만족해했다. 장혜진도 “우식이가 밥을 먹는 모습이 내 아들과 많이 닮았다”며 “언젠가 우식에게 ‘우리 아들이 너처럼 컸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그 정도로 얼굴과 성격이 닮아 친근했다”고 돌이켰다. ‘눈물’을 동반한 영화라는 점에서 ‘왕과 사는 남자’와 더불어 명절 연휴에 전 연령대 관객을 공략한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