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종 ‘뺏는 주파수’ 시리즈는 해당 주파수만 듣고 있으면 모두 부러워하는 연예인의 외모나 재벌의 재력 등을 뺏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를 믿는지 여부와 별개로 호기심을 자극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피해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아이브 장원영, 에스파 카리나 등이다.
‘장원영 얼굴 뺏는 주파수’의 경우 ‘잘 때 틀어 놓으면 얼굴을 뺏어올 수 있음’, ‘본인 얼굴로 돌아갈 수 없음’, ‘계속 틀어 놓을수록 성공 확률이 더 높음’ 등의 안내사항이 기재돼 있다. 누리꾼들은 “이왜진(이게 왜 진짜 있냐)” “어이가 없다”, “성형외과 다 망하겠다” 등의 댓글을 달며 황당하면서도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장원영은 지난해 10월 공개된 ‘엘르 코리아’와 인터뷰 영상에서 자신의 얼굴 뺏는 주파수가 있다는 얘기를 들어봤다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저는 무사히 아직 (얼굴을) 지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질문자가 댓글에 언급된 ‘방어 주파수’에 대해 설명하자 “그래서 아직 제 얼굴로 살고 있는 것 같다”고 재치 있게 답했다.

주파수 영상은 보통 단순 재미 목적도 있지만 사주·타로 풀이를 하는 역술인이나 무속인들의 홍보 목적으로도 게재된다. 연애운이나 금전운이 온다고 설명하는 일부 주파수 영상에는 ‘레이키(기 치료)’, ‘소원부적’, ‘타로 홍보 문구’ 등 키워드가 포함된다. 주파수에 본인들이 제공하는 기 치료, 부적, 타로 등을 하면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식이다.
특히 2022년 업로드된 ‘이성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연애운 주파수’란 제목의 영상은 2월 현재 조회수 1330만 회를 돌파했다. 약 4시간에 달하는 해당 영상에는 “이게 되네”, “거짓말 같은데 진짜 (기다리던) 연락이 왔다”, “전 남친 생각하면서 들었는데 1년 만에 연락 옴” 등 효과를 봤다는 댓글이 줄지어 있다.
해당 채널은 각종 타로 풀이 영상을 함께 업로드하고 있으며, 주파수라는 수단을 통해 이별이나 짝사랑 등 연애 고민이 있는 MZ세대의 바람을 이뤄주는 것처럼 보인다. 다소 장난에 가까운 주파수 영상들에 비해 반응이 진지하다. 다른 연애 관련 주파수 영상들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주파수가 진짜 연애 고민을 해결해준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SNS에서 유행하는 주파수는 오히려 동화 속 ‘동아줄’, 즉 희망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운칠기삼’이란 말이 있듯 사람들은 세상살이가 본인의 노력 외에 운도 작용한다고 믿는다”면서 “특히 젊은 세대의 경우 취업과 연애 등에 실패하면서 자신감도 떨어지고 SNS에서 다른 사람들이 잘 사는 모습을 보며 좌절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실에서 느낀 좌절감을 극복하고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파수 영상을 시청하는 것”이라면서 “사주나 타로를 보던 문화가 인터넷 시대에 들어서면서 주파수로 변형됐다. 사주나 역학은 다소 고리타분한 느낌이 들 수 있는데 이것을 마치 과학적인 것처럼 ‘주파수’란 개념으로 포장한 것이다. 내용도 실제 주파수와 상관없는 ‘주파수 워싱’에 가깝지만, 재미도 있고 용기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인 점도 있다”고 분석했다.

“듣기만 해도 공룡이 된다”는 내용의 ‘티라노 되는 주파수’, ‘브라키오사우루스 되는 주파수’ 등의 제목을 단 영상은 1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 영상에는 “주파수를 듣고 티라노가 됐다. 같이 사냥가실 분”, “인간으로 돌아가는 주파수 올려주세요. 급합니다” 등의 댓글을 달며 호응한다. 터무니없는 상황극에 동참하며 영상 게시자의 의도에 부응해주는 게 일종의 놀이 문화가 된 셈이다.
과도한 몰입은 경계해야 한다. 주파수를 믿는 행위가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 되지는 않는다. 이은희 교수는 “재미로만 보는 것은 좋지만 너무 매몰되면 곤란하다”며 “소망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 노력을 하고, 그 노력에 용기를 얻거나 기대감을 갖는 수준 정도로만 (주파수를)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