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에서는 ‘권한이 비대해진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이 대통령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 변호인을 맡았던 이찬진 금감원장이 ‘실세 중에 실세’로 평가받는 만큼 금감원에 인지 수사권이 부여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민간기구인 금감원에 ‘인지 수사권’?

현행 체계에서는 금융위 이첩과 내부 절차를 거치는 과정이 필수인데, 이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초기 대응이 지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불공정거래 조사에 국한한 기존 권한을 금융회사 검사, 기업 회계 감리, 민생 금융 범죄 등으로 넓히기 위해 인지 수사권을 바탕으로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지난해부터 제기돼 왔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형사소송법에는 금감원 특사경의 인지 수사 권한을 제한한 규정이 전혀 없는데, 금융위의 감독 규정으로 임의적으로 인지 수사를 제한했다”며 “특사경에 인지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것 자체를 납득하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현행 금감원 특사경의 수사 권한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로 제한돼 있다. 금융 사건을 전담해 온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특사경 운영을 주도했고, 인력 구성도 금융위원장이 남부지검장에게 금융위 공무원과 금감원 직원을 추천하는 방식이었다. 다만 2022년 개편으로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 내에 특사경 조직을 별도로 두는 방식으로 손을 봤고, 현재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를 담당하는 특사경에 금융위·금감원·남부지검 소속 인력 30여 명이 배치돼 함께 근무하는 형태다.
#금융위 “인지 수사권은 글쎄” 대통령은 ‘금감원’ 손
금융위도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 회복과 민생 범죄 척결을 위해서는 수사 대상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수사 개시 여부를 자체 판단하는 인지 수사권 부여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금감원의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그 배경에 깔려 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금감원 특사경에 인지 수사권을 부여하라”며 금감원의 손을 들어주면서 분위기는 바뀌었다. 특히 정부는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것을 재차 유보했다.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금융감독 업무에 대한 금융위의 지도·감독에 더해 재경부의 경영 평가까지 매년 받아야 한다. 금감원은 줄곧 이를 반대했는데, 이재명 정부는 “금융감독기구의 자율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올해 공공기관 지정을 유보했다.
#여의도 저승사자의 이동? ‘실세는 이찬진’
금감원이 각종 현안에서 연이어 판정승을 거두며, 이찬진 금감원장이 ‘정권 실세’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감원이 공공기관 지정을 피해 민간기구 성격을 유지하면서 국가 공권력의 상징인 인지 수사권을 손에 쥐는 것에 대한 적절성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금감원이 ‘인지 수사권의 필요성’을 내세우는 데도 일리는 있다. 자본시장 범죄는 갈수록 교묘해지고 지능화되고 있다. 파생상품, 알고리즘 매매 등 고도로 진화하고 있고 범죄 일당이 커뮤니케이션을 주고받는 방식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압수수색에 나서면 이미 사무실이 텅 비어 있거나 컴퓨터를 포맷해 아무런 증거를 찾을 수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검찰보다 시장 생리에 밝은 금감원 인력이 직접 인지 단계 때부터 수사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공무원이 아닌데 계좌를 본다(?)’
법조계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감원은 금융위와 함께 금융기관 감독의 한 축이지만,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민간기구에 해당한다. 공무원 수준의 통제는 받지 않으려 하면서도, 수사권이라는 국가의 칼날을 휘두르겠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남부지검 근무 경험이 있는 한 검사는 “검사나 수사관, 금융위 소속 직원들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엄격한 신분 보장과 통제를 받지만 금감원 직원은 법적 지위상 민간인”이라며 “워낙 큰돈이 쉽게 오가는 금융범죄 구조상 더 높은 도덕적 기준이 요구돼야 하는데, 민간 조직의 특사경이 비대한 수사권을 가질 경우 자신의 커리어를 쌓기 위해 특정 기업을 겨냥한 표적 수사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감원의 힘이 ‘강력’해지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은 로펌들의 영입 시도다. 최근 김앤장, 광장, 태평양 등 소위 10대 로펌은 앞다퉈 금감원 출신 국·실장급 인사나 변호사를 자문위원이나 고문, 소속 변호사로 영입하고 있다. 변호사가 아닌 이들은 금감원 특사경의 수사 동향을 파악하고 대응 논리를 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법조계에서 ‘금감원 전성시대’를 예상하는 것은 올해 예정된 검찰 해체와 중수청 신설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신설된 중수청이 제대로 자리를 잡기 전에 금감원이 신속하고 전문적인 수사로 개미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사례를 입증하면 금감원의 인지 수사권 견제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금감원 근무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금감원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금감원 관련 자문이나 사건을 찾는 이들이 있는데, 인지 수사권까지 부여된다면 상당수 사건이 검토 대상에 오를 수 있다. 그만큼 금감원 특사경에 대한 엄격한 내부 통제와 외부 감시 체제 구축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