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지난 2024년경 사업부지 발굴조사 단계서 후백제 토성이 발견됐다. 서기 900년 견훤이 완산주(현재 전주)에 도읍을 정하고, 후백제를 건국한 지 1120년여 만에 토성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셈이다. 국가유산청은 2025년 2월 종광대 토성에 대한 ‘조건부 현지 보전’ 결정을 내렸다. 후백제 토성은 현대에 보기 힘든 후백제 실물 유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후백제 도성 범위와 형태,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는 역사적 가치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후백제 토성이 발견된 뒤 재개발 사업은 멈췄다. 종광대 2구역 재개발 조합원들은 신축 아파트가 아니라, 보상금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전주시는 3만 1243㎡ 부지를 2027년까지 매입하기로 했다. 보상금은 총 1095억 원 규모로 산정됐다. 전주시는 2026년부터 지방채를 활용해 450억 원을 투입하고, 이후 단계적으로 예산을 집행하겠다는 계획이다.
2026년 전주시가 전북특별자치도로부터 확보한 ‘종광대 2구역 토지 매입’ 도비 예산은 10억 원이다. 보상금 전체 1%에도 못 미치는 턱없이 모자란 금액이다. 지역사회에선 국가유산 지정이 유일한 해결책으로 거론된다.

문제는 시간이다. 후백제 토성이 국가지정유산으로 승격되는 데엔 최대 2년까지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보상금 지급과 국가지정유산 승격 스케줄이 엇박자를 낼 경우 국비 지원이 이뤄지기 전 보상금을 먼저 지급해야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주시의회 등에 따르면 2025년 11월 20일 열린 전주시의회 문화체육관광국 행정사무감사에서 이성국 전주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종광대 2구역 보상 문제와 관련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성국 시의원은 “현재 종광대 조합원들에게 보상해야 할 보상금이 1095억 원으로 추산되지만 향후 얼마나 더 늘어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종광대 보상 문제는 전주시 전체 재정을 마비시킬 수 있는 ‘재정 폭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시의원은 “종광대에서 발견된 유적은 2025년 6월 전북도 지정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면서 “문제는 시도 등록 유산은 국비로 지원받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전주시는 앞서 (시)의회에 제출한 공유재산 관리계획안에 국비 431억 원을 (종광대 보상금) 재원으로 포함했다”면서 “현재 국비 확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국비를 포함시킨 것은 행정의 중대한 과오이자 시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1월 30일 전주시의회 행정위원회는 시비 366억 원과 도비 10억 원을 우선 투입하고, 향후 나머지 719억 원에 대해 LH토지은행 대출을 통해 보상금을 지급하는 취지의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의결했다.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우선 투입되는 376억 원은 만기를 앞둔 종광대 2구역 조합원들의 금융권 채무 376억 원과 가격이 같다. 보상금 중 조합원 부채 상환분이란 ‘급한 불’부터 시비와 도비를 투입해 끄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향후 국가지정유산 승격 여부에 따라 국비 지원 여지까지 남겨놓았으나, 국비를 지원받더라도 보상금 일부는 전주시가 떠안아야 하는 형국이다.
지역 정치권에선 종광대 2구역 재개발 사업 과정서 전주시와 전주시의회가 예측 가능한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지 못한 ‘행정 실패’라는 비판도 나온다.

시민사회에선 종광대 보상금을 전주시의 ‘숨은 빚’으로 본다. 1월 15일 전북시민단체연대회의는 전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주시는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많은 지방채를 발행했다”면서 “재정 부담에 따른 시민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연대회의는 “2022년 2143억 원이었던 전주시 지방채 잔액이 2026년 6892억 원으로 4년 만에 3.2배 증가했다”며 “시민 1인당 지방채 부담액은 110만 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연대회의는 “종광대 재개발 무산에 따른 보상금 등 회계상 분류되지 않은 채무가 상당하다”면서 “2025년 지방채 관리계획을 보면 2026년 지방채를 발행하지 않고 조기상환하겠다고 했지만, 839억 원의 신규 발행과 조기상환 미이행, 채무 잔액 증가로 나타났다”고 했다.
시민사회가 ‘숨은 빚’으로 봤던 종광대 보상금은 이제 ‘공식적인 빚’으로 격상될 전망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주시가 안고 있는 과도한 지방채 구조조정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실상은 급한 불만 끄면서 민심을 달래는 형국”이라며 “급한 불을 끄는 데엔 또 다른 지방채 발행이 불가피해졌다”고 했다.
그는 “종광대에서 발견된 후백제 토성이 ‘보상금 지급’으로 이어지게 됐고, ‘영끌’ 지방채에 또 다른 영혼을 더 끌어 모아야 할 처지”라면서 “이런 상황이라면 6월 지방선거가 ‘폭탄 돌리기’ 양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집행되는 비용의 규모가 크진 않지만, 지방채 규모가 비대해지는 상황에서 전주시와 전주시의회 ‘씀씀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