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3일 이재명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부동산 투기를 ‘명백한 부조리’로 규정하며 강력한 척결 의지를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해당 글에서 “부동산 투기로 불로소득 얻겠다는 수십만 다주택자의 눈물이 안타까우신 분들께 묻습니다. 이들로 인한 높은 주거비용 때문에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수백만 청년들의 피눈물은 안 보이십니까”라며 날을 세웠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방자치단체장 시절 평균 공약 이행률이 95%였다며 자신의 발언이 빈말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3일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구윤철 경제부총리에게 “언젠가는 또 풀어줄 거라는 기대가 0.1%도 없도록 원천 봉쇄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양도세 중과 유예가 종료되는 5월 9일까지 집을 처분하지 않을 경우 강도 높은 불이익을 주겠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세입자를 낀 다주택자들의 고충이 예상된다는 지적에는 2월 4일 “이미 4년 전부터 매년 종료가 예정됐던 것인데 대비 안 한 다주택자 책임이 아니냐”고 했고 2월 5일에는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기’와 관련해 “분명히 말씀 드리는데, 주거용이 아니면 그것도 안하는 것이 이익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다주택자가 집을 팔고 상급지 1주택으로 옮겨가는 ‘갈아타기’ 수요조차 투기적 성격이 있다면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등을 통해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시그널로 풀이된다.
익명을 원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2024년부터 ‘똘똘한 한 채’ 현상이 시장 과열을 주도해 왔는데, 이번 중과세 유예 중단으로 다시 똘똘한 한 채 현상이 강화될까봐 정부가 실거주하지 않는 1주택 이동까지 규제하겠다는 신호를 준 것”이라며 “집을 판 자금으로 다시 강남 집을 사기보다 주식 등 다른 자산으로 눈을 돌리되, 주택 매수는 오직 직접 거주할 목적일 때만 하라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더니…”
시장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임대차 계약이 묶인 수도권 다주택자들은 퇴로가 막힌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0·15 대책으로 강남 3구와 용산구 외에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추가 지정됐는데, 이 구역 내 주택 매수자는 2년간 실거주 의무를 지켜야 한다. 문제는 기존 세입자가 퇴거 협의를 거부하거나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신규 매수자의 실거주 요건 충족이 불가능해져 거래 자체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언급한 ‘4년의 기회’라는 표현에도 어폐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질적인 중과세 압박을 받아온 곳은 4년 전부터 조정대상지역이었던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와 용산구 등에 불과해, 모든 다주택자에게 동일한 처분 기간이 주어졌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탄핵 정국으로 정권이 갑작스럽게 교체되며 시장의 예측 가능성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대선 당시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지 않겠다”던 약속과 달리 당선 직후 돌연 강경책으로 선회하자 정책 일관성을 믿고 매도를 미뤘던 이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커지는 모양새다.

지난 1월 23일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이 발표된 이후 강남구 매물은 9.2%, 송파구는 15.4% 급증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 주요 단지에서는 직전 최고가 대비 호가를 10억 원가량 낮춘 매물도 등장했다. 아파트 가격 상승세 또한 완만해지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 2월 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2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폭은 0.27%를 기록해 전주(0.31%) 대비 둔화했다.
하지만 최근 서울 한강 이남 11개 구의 중소형 아파트 평균 가격은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가 집중되며 사상 처음으로 18억 원을 돌파했다. 김학환 숭실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 대책의 영향으로 그 강도는 축소된 상태지만 추세적으로는 여전히 상승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며 “대통령의 엄포 이후 집값이 많이 올라 양도차익이 큰 강남권 중심으로 중과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급매물이 출회되고 있다. 다만 유예 기간이 이후에는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하며 출회량이 급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보유세 인상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지 않고 버티는 상황을 차단하기 위해 ‘공시가격 현실화’와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등을 통한 실질 세부담 증액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양도세는 팔지 않으면 발생하지 않지만, 보유세는 들고만 있어도 부과되기 때문에 다주택자에게 매도를 강제하려면 보유세를 피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짚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보유세를 점진적으로 올리면서 양도세나 취득세 등 거래세를 오히려 내려주는 게 낫다. 부자감세 논란이 부담스럽다면 시세보다 싸게 파는 만큼 양도세를 인하해주면 된다”고 지적했다.
#공급 대책 한계 탓 ‘으름장’…연착륙 의도?
정부의 공급 대책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기존 재고 물량을 시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다주택자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월 29일 정부는 용산 국제업무지구, 과천 경마장, 태릉CC 등 수도권 핵심 요지의 공공부지를 활용해 약 6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담았으나, 입주 시점과 물량 면에서 한계가 뚜렷하다는 평가가 나온다(관련기사 서울·과천 등 핵심지 6만 호 ‘승부수’…정부 1·29 주택 공급대책 기대와 우려).
2029년까지 착공 예정 물량이 4500가구 미만인 만큼 대부분 2030년대 이후에나 입주가 가능하다. 지자체와의 협의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고 대부분 임대 주택이라 당장의 매수세를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서울·경기 지역의 전월세 거래량만 약 102만 건에 달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기존 재고 주택의 순환 없이는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송승현 대표는 “공급대책만으로 시장의 과열을 가라앉히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에 계속 메시지를 내면서 다주택자들을 압박하는 것으로 본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시절 정부의 경고를 믿고 아파트를 팔았던 이들이 몹시 후회하고 있다”며 “당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거래가격은 7억 원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두 배에 육박한다. 시장이 한 번 데인 만큼 학습효과가 생겨서 ‘약발’이 먹힐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앞서의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목표는 거래량 회복이 아니라 세금 부담을 높여 다주택자들에게 ‘계속 들고 있을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팔지’ 빨리 결정하라고 압박하는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가격을 낮춘 급매물들이 하나둘 거래되면, 이것이 시장 전체 가격을 끌어내리는 지표가 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가격 하락(연착륙)을 이끌어낼 수 있다. 그게 정부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