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 연휴를 일주일 앞둔 지난 2월 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새내역 인근의 이른바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단지 상가.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인터뷰 요청에 “지금 상담 전화가 계속 밀려 있어서 곤란하다”며 손사래를 쳤다. 서울이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으로 묶였던 초기에 정적이 흐르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사무실마다 중개사들이 상담 손님을 응대하거나 전화를 받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송파구의 매물 증가세는 뚜렷하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2월 7일 기준 송파구 아파트 매물은 4185건으로, 한 달 전과 비교해 24.5% 급증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그러나 쏟아지는 매물 지표와 분주한 분위기와는 달리 가격 변동은 크지 않다는 것이 현장의 얘기다.
잠실 엘스 아파트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뉴스에서는 난리가 난 것처럼 말하니까 문의는 계속 들어오지만, 실제로는 호가가 생각보다 많이 안 빠진다. 30개 매물 중 5000만 원에서 1억 원 정도 낮춘 급매가 5개 정도 섞여 있는 수준”이라며 “집주인들도 급하지는 않지만 팔려고 간을 보는 단계인데 세입자를 낀 집주인이 30~40% 정도 있어서 그렇게 활발하지는 않은 듯하다”라고 말했다.

최근 전용면적 196㎡(약 65평형) 매물이 직전 호가 대비 10억 원 낮은 120억 원대에 거래되며 화제가 된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일대도 분위기는 차분했다.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시장 전체의 급락 신호로 보긴 어렵다”며 “워낙 기본 가격대가 높다 보니 약간의 조정만으로도 큰 금액이 빠지는 것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다. 매도자들은 100억 원대 아파트의 경우 5억 원 정도 내려서 팔 의사가 있지만 현재로서는 매수자들도 그 정도 수준의 조정에는 만족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호가는 올리지만 ‘관망세’는 마찬가지
서울 노원구의 부동산 시장은 오히려 호가가 오르는 등 사뭇 다른 분위기다. 노원구는 상계동 창동차량기지 이전 및 주요 단지들의 재건축 추진 가속화 등 대형 호재가 맞물린 영향이 크다. 상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몇 달 사이 토지거래허가 신청 건수가 수백 건에 달할 정도로 매수세가 살아나고 있다. 일부 단지는 24~25평형 아파트가 한 달 새 호가가 1억 원가량 급등해 7억 5000만 원선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곳 역시 매도자와 매수자 간의 동상이몽으로 인한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로 집주인들이 급하게 팔아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며 호가를 실거래가 수준보다 높게 유지하고 있어서다.
상계주공10단지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는 “급매를 기대했던 매수자들은 매물이 더 나오길 기다리며 여유를 부리고 집주인들은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아직 급하게 내놓지 않고 있다”며 “급한 집들은 이미 작년 토허제 발령 전에 다 빠져나갔고, 현재는 중과세를 맞더라도 더 오를 때까지 버티겠다는 다주택자들이 많아 급매물 구경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도봉구 창동주공아파트단지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여기는 1월 한 달간 소형 평형 호가가 2000만 원에서 5000만원까지도 올랐다. 이번에 다주택자 중과 유예 종료 발표 이후 급매가 약간 나왔으나 다 빠졌고 현재는 매물이 없다”고 밝혔다. 인근 다른 공인중개사는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놨고 매수 문의도 많았고 호가도 올랐다. 2~3주 사이 매물이 많이 소진되면서 그간 매매가 안 되던 물건들이 다 팔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급매물이 소진된 이후에는 이 지역도 정부의 추가 대책을 기다리며 분위기를 살피는 모양새다. 창동 인근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지난해 10월 이후 거래가 꾸준히 이어지며 가격이 오르는 추세였던 건 맞지만 다주택자 물량은 별로 나오지 않고 있다. 세입자를 끼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다”라며 “정부의 추가 대책이 나와야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토허제 구역 내 실거주 의무로 인해 세입자가 거주 중인 주택의 거래가 사실상 막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는 오는 5월 9일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세입자 낀 매물’에 대한 보완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세입자의 남은 임대 기간은 보장하고 계약 종료 후 매수인이 실거주하도록 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팔고 싶어도 매수자의 ‘실거주 요건’에 묶여 팔지 못했던 다주택자들에게 퇴로를 열어주겠다는 계산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 교수는 “아직 2월 초라서 다들 분위기를 살펴보는 것 같다. 3, 4월에는 강남권에서 좀 더 가격이 하향조정된 급매물이 나올 여지가 있고 노·도·강 쪽은 세입자 문제가 해결되면 거래가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며 “2019년에도 중과세 유예 종료될 시점에 가격이 낮아졌었다. 4월 말 정도까지 기다리면 거래될 매물은 다 소진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노·도·강 쪽이 상대적으로 매물이 나오기에 유리하다. 강남권과 노·도·강 지역에 매물을 갖고 있는 다주택자의 경우 다주택을 해소하려면 노·도·강 지역 쪽 매물을 정리할 가능성이 높다“며 “강남권은 보유세를 얼마나 올릴지가 향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