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 결과는 사실상 일방적이었다. 자민당은 316석을 확보하는 대승을 거둔 반면, 야당인 중도개혁연합은 선거 전 의석의 3분의 1도 지키지 못했다. 야당 진영의 거물급 의원들이 줄줄이 낙마했고, 곳곳에서 자민당의 ‘이변 승리’가 이어졌다. 단순한 승패를 넘어, 정치 세력 지형 자체가 뒤집힌 판갈이에 가까웠다.
역사적 대승의 가장 큰 동력은 다카이치 총리 개인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였다. 취임 이후 여러 여론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이 70~80%대를 기록할 만큼, 총리에 대한 평가가 높게 유지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다카이치 사나에가 총리로 적합한지 국민이 결정해 달라”고 선언하며 이번 선거를 사실상의 ‘신임 투표’로 규정했고, 이 메시지는 강력하게 먹혀들었다. ‘다카이치 인기’는 그대로 자민당 후보 전반으로 확산됐다.

승리를 이끈 다카이치 총리에 대해 자민당 내부에서는 “구심력이 한층 강화돼 정권 운영과 당 운영 모두에서 주도권을 확실히 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총리는 우선 2026년도 예산안의 조기 성립에 전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일본유신회와의 연립 합의에 따라 국가안전보장전략 등 이른바 ‘안보 3문서’의 조기 개정과 국가정보국 설치 등 그동안 중시해 온 정책들도 속도를 낼 태세다.

자민당은 2024년 중의원 선거에서 소수 여당으로 전락하며 줄타기식 국회 운영을 강요받아 왔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단독 316석을 확보하며 정국의 주도권을 완전히 되찾았다. 정치평론가 다자키 시로는 TV아사히에 출연해 “자민당이 역사적인 대승으로 헌법 개정 발의를 위한 중의원 요건(465석 중 310석 이상)을 충족했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그는 “이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다카이치 총리의 ‘폭주’를 어떻게 막느냐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다자키 평론가는 “총리가 강경한 정책을 밀어붙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야당의 견제선이 무너진 상황에서 자민당 내부가 얼마나 자정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를 견제하는 또 하나의 축은 언론”이라며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엄격한 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헌법을 개정하려면 중의원뿐 아니라 참의원에서도 각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참의원은 연립 여당이 과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구조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개헌선 확보 여부가 2028년 참의원 선거 결과에 달려 있으며, 당장 개헌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 내 여론조사에서도 헌법 개정에 대한 찬반이 엇갈리고 있어, 국민투표 단계까지 가기 위해서는 상당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이번 중의원 선거 결과를 보는 시각은 나라별로 뚜렷하게 갈렸다. 미국 언론이 중국과 미·일 동맹이라는 지정학적 변수에 주목한 반면, 유럽 언론은 다카이치 정권의 재정 확대 노선과 금융시장 리스크를 중심으로 바라봤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다카이치의 적극 재정이 일본 경제에 단기적인 활력을 줄 수는 있지만, 엔화 약세와 국채 시장 변동성을 키울 위험도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적 안정이 곧바로 경제적 안정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이 같은 우려는 2022년 영국의 ‘트러스 쇼크’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영국 정부는 재원 대책이 부족한 대규모 감세 정책을 내놓았다가 국채 가격이 급락하고, 파운드화와 주가가 동시에 떨어지는 ‘트리플 약세’를 겪었다. 그 여파로 리즈 트러스 총리는 취임 49일 만에 사임했다. 해외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서는 “일본 역시 재정 운용 방식에 따라 시장의 신뢰를 시험받을 수 있다”는 경계론이 나온다.

중국에서는 다카이치 총리의 승리를 두고 ‘화무백일홍(花無百日紅·아무리 붉은 꽃도 백일을 가지는 않는다)’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하며 회의적인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강경한 외교·안보 노선이 단기적으로는 결집 효과를 낳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일본 내부의 부담은 물론 주변국과의 마찰을 키울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일본 국내에서도 압승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번 압승은 다카이치 총리에 대한 ‘기대치’에 불과하다”며 “그 기대가 시들지 않도록 총리는 거만해지지 말고 신중하게 정권을 운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사히신문도 “선거 승리는 유권자의 ‘백지 위임’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국론을 양분하지 않도록 합의 형성에 힘쓰는 것이 지도자의 책무이며, 이를 무시한 밀어붙이기는 사회 분단을 키울 수 있다”고 당부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