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장미비디오 사건은 1998년 1월 3일, 대구 남구 대명동의 한 비디오 대여점에서 30대 여성 점주가 6세 아들 앞에서 살해당한 사건이다. 사건 발생 이틀 뒤인 1월 5일, 현장 인근에서 불심검문으로 체포된 탈영병 이민형 씨가 범인으로 지목됐다. 이 씨는 경찰의 강도 높은 수사 끝에 자백했으나 1심 선고 이후부터 현재까지 “누구도 죽이지 않았다”고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재심이 개시되면 물적 증거 없이 자백과 진술만으로 유죄가 확정됐던 당시 수사 절차의 적절성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1998년 사건 현장에서는 이 씨의 지문이나 DNA, 범행에 쓰인 흉기 등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군사법원은 피해자의 6세 아들의 진술과 이 씨의 자백에 의존해 공소제기 14일 만에 사형을 선고했다. 이후 2심을 맡은 고등군사법원이 원심을 파기했으나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경찰의 가혹행위도 재심 청구의 사유로 제시됐다. 박 변호사에 따르면, 이 씨는 장시간 수면을 박탈당한 상태에서 밤샘 조사와 가혹행위를 당했다. 잠을 재우지 않은 상태에서 뺨을 때리고 죽도로 등과 성기 부분을 구타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폭행 흔적이 남았는지 중간중간 옷을 들추어 보기도 했다고 한다.
가혹행위 이후 “구타 사실이 없었음을 입증해야 한다”며 다수의 경찰관 앞에서 옷을 벗으라고 지시하고 이 씨의 나체 사진을 찍게 한 행위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 씨는 이 모든 상황을 그림으로 그릴 만큼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실제로 당시 수사팀 관계자들은 지난해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인터뷰에서 “이민형은 나한테도 몇 번 맞았다”고 일부 시인한 바 있다. 또, “잠을 안 재우면서 하루 반 정도 수사를 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이 사건을 당시 기록 그대로 다시 재판한다면 유죄를 선고하기 어렵다”며 “재심 개시와 형집행정지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무죄를 향한 이 씨의 주장은 28년째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이 씨는 형 집행 경과와 교정 성적이 일정 기준에 도달한 모범수로 가석방 심사 대상에 올랐으나 포기했다. 가석방 허가를 받기 위해선 자신의 범행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 변호사는 “저지르지 않은 범행을 인정하고 자유를 택하는 대신, 재심을 통해 억울함을 확인받고 사회로 나가겠다는 선택”이라며 “이 씨의 진실과 정의에 기초한 사회 복귀의 소망을 끝까지 함께 지키겠다”고 말했다.
법원은 새로운 증거 제출, 판결의 중대한 흠, 또는 명백한 증거가 발견된 경우 재심 청구인의 기록과 관련 증거를 바탕으로 재심 개시 여부를 심리하여 결정한다. 만약 이 씨에 대해 무죄가 확정될 경우, 그는 사법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억울하게 복역한 사람이 된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