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개정된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에 심야와 오전 시간대(0시~오전 10시) 영업시간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대형마트는 현재 해당 시간대 오프라인 매장 운영은 물론, 온라인 새벽배송도 불가능하다. 월 2회 의무휴업일도 해당 법에 포함돼 있다.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이 지난 14년간 금지되면서 새벽배송 시장은 쿠팡 중심으로 재편된 것으로 평가된다. 쿠팡의 회원 개인정보 대규모 유출 사태 직후 이른바 ‘탈팡(쿠팡 사용 중단)’ 움직임이 있었지만 마땅한 대체 선택지가 없다는 점 등의 이유로 실제 회원 탈퇴를 실행한 이용자는 전체 3400만 명 중 200만 명 정도에 그쳤다.
정부·여당은 쿠팡에 대한 견제책 중 하나로 새벽배송 규제 완화책을 꺼내 들었다. 박수현 민주당 대변인은 “온오프라인 규제와 불균형을 해소해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 의무휴업일 규제 등으로 대형마트가 제약을 받아왔고 그 사이 유통환경과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었다”며 “지금이라도 새벽배송 규제가 사라진다는 것은 마트사뿐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서도 의미가 있고 긍정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소비자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형마트 새벽배송을 이용할지에 대해 업계에선 다양한 시각이 있다. 쿠팡에 장기간 익숙해진 이용자들을 대형마트 플랫폼으로 유인할 요인이 그리 많지 않다는 업계의 지적이 있는 한편 신선식품이나 대용량 장보기 품목에서 가격·품질 경쟁력을 앞세워 이동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형마트 새벽배송이 허용되더라도 대부분 지점이 즉시 시행하기는 어렵다. 새벽배송을 위한 전용 물류 동선 구축과 시스템 정비, 배송 인력 확보 등 준비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점포 자체를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는 지점은 점포 규모와 입지, 인력 여건에 따라 지역별 새벽배송 운영 방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시행 초기에는 새벽배송을 운영하는 점포 수나 상품군에 상당한 제약이 불가피하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시스템과 인프라 구축, 인적 구성 등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당장 매출 확보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SSG닷컴 사례처럼 대형마트도 자사 제품뿐 아니라 오픈마켓 형태로 제품 구성을 다양화한다면 그동안 마땅한 대체 수단이 없어 쿠팡 위주로 사용했던 소비자들이 대체제로 대형마트 새벽배송 이용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 이마트와 롯데 등 대형마트와 GS 등 일부 유통업체들은 새벽배송에 도전했다가 비용 부담과 수익성 한계로 잇따라 철수한 바 있다. 당시 전용 물류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데다 배송 수요 역시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전문가들은 최근 수년간 풀필먼트(주문 이후 출고·포장·배송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는 물류 서비스) 업체와 즉시배송 플랫폼이 확산됐고, 소비자들 역시 빠른 배송에 더 익숙해져서 시행 결과가 당시와 다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와 달리 지금은 CJ대한통운 같은 풀필먼트 업체와 배달의민족 같은 퀵커머스(즉시 배송) 서비스가 유통업계의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필요한 환경은 대부분 갖춰진 상황”이라며 “대형마트 매장을 물류센터로 활용하며 비용을 투입한다면 충분한 경쟁력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월 2회인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규제도 지역상권 상생 취지로 단기간 내 폐지 가능성이 낮아 대형마트 입장에선 계속 부담 요인이 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겸임교수는 “대형마트 새벽배송 규제가 사라진다 해도 의무휴업일 규제가 남아 있다면 의무휴업일에는 새벽배송이 불가능해 온전한 경쟁이 어려울 것”이라며 “의무휴업일을 도입했던 당시와 지금은 유통업계 환경이 많이 달라져 정책 도입 취지가 상당 부분 무색해졌고, 고객 편의 측면에서도 제도 필요성이 낮아 정치권이 단계적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