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저, 공급을 대거 확대해서 집값을 하향 안정화시키는 방안이다. 부동산을 포함한 모든 재화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수요가 늘면 집값은 오를 수밖에 없고, 공급이 늘면 집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 대한민국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은 서울 도심 및 강남에 소재한 아파트들이다. 언론에서 ‘한강벨트’라고 부르는 곳에 입지한 아파트다. 일반적으로 한강벨트는 서울 한강변을 따라 위치한 강남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와 마용성(마포구·용산구·성동구), 강동구, 광진구, 동작구, 영등포구를 말한다. 이들 지역은 서울 도심 및 강남 핵심과 가까워 직주근접성이 뛰어나다. 또한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경우에 따라 한강 조망도 가능하다. 주거지로 선호도가 높지만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해법은 간단하다. 이들 지역에 공급을 쏟아내 수요 부족을 해소한다면 집값은 하향 안정화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일단 대량으로 공급할 만한 택지가 턱없이 부족하고, 설령 재건축·재개발을 진행하더라도 적지 않은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정부가 야심 차게 발표한 1·29 주택공급대책 역시 상당수 물량이 2028년 이후 착공됨에 따라 실제 입주할 수 있는 시기는 2030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집값 안정화를 기대할 수 있는 또 다른 방안으로 대출·세금 규제 등을 통한 수요 억제책이 있다. 실제로 강력한 대출규제를 골자로 하고 있는 6·27 대책과 서울 전역 및 경기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3중 규제한 10·15 대책은 아파트 거래량을 감소시키고 가격 상승세를 둔화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한국부동산원이 매주 발표하고 있는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값은 상승폭이 줄었을 뿐 여전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입장에서 집값 안정화를 위해 써볼 수 있는 카드로 세금 규제가 있다. 거래세(양도세·취득세)와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를 조율해 집값을 안정화시키는 것이다. 다주택자, 비거주 1주택자 및 고가주택 소유자가 타깃이다. 논리는 단순하다. 만일 양도세와 취득세를 낮추고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높이면 다주택자는 비거주 보유주택을 매물로 내놓게 되고, 고가주택은 보유부담에 따른 수요 감소로 집값이 하향 안정화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금 규제를 통한 집값 안정화는 자칫 조세저항을 불러올 수 있기에 올 6월 지방선거가 끝나고 진행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편, 정부는 지난 4년간 이어져 온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고 예정일(5월 9일)에 맞춰 종료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다주택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비거주 주택들이 양도세 중과를 피해 대거 매물로 쏟아져 나옴으로써 집값 하향 안정화에 일조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담겨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정부의 강력한 집값 안정화 의지와 시장 간의 양보 없는 힘겨루기로 시끌벅적하다. 말 그대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주택시장이다. 다만 정부와 시장 간의 힘겨루기 속에서 몇 가지 흐름을 도출해볼 수 있다. 첫째, 정부는 집값 안정화를 조기에 달성하기 위해 공공물량 중심의 공급대책과 대출·세금 규제를 통한 수요 억제책을 동시에 작동시킬 것이다. 둘째, 수요 억제책의 타깃은 다주택자, 비거주 1주택자, 고가주택 소유자가 될 것이며, 특히 다주택자에게 보유세 증가는 현실적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다주택자에게 비거주 주택은 더 이상 보물이 아니라 짐이 될 것이다. 셋째, 다주택 기피 현상이 확산됨으로써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끝으로, 보유세 증가 시 가중되는 조세부담은 부부 공동명의나 자녀 증여를 확산시킬 것이다.
이동현 박사는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부동산 전문가다. 중앙대 경영학과와 서강대 법학과를 나와 성균관대 부동산전공 석사,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 박사를 받았다. 현재 하나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방송 출연 및 칼럼 기고는 물론 정부 및 공공기관 정책자문, 대학원에서 객원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의 부동산 부자들’이 있다.
이동현 하나은행 WM본부 부동산수석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