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부터 2024년까지 10년간 글로벌 증시를 주도한 것은 미국 증시, 즉 ‘미장’이었다. 지난해에는 10년 만에 한국 증시, 즉 ‘국장’이 미장 수익률을 크게 앞섰다. 올해도 같은 흐름이다. 연초 이후 2월 18일(현지시각)까지 미국 S&P500은 전년 말 대비 0.52% 상승했고, 나스닥은 2.1% 하락했다. 반면 새해 들어 2월 19일까지 코스피는 34.6% 오르며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 20위 주가지수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많이 올랐지만 상승 여력도 국장이 더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올해 전망치 상단을 보면 미장은 8100(오펜하이머), 국장은 7500(JP모건)이다. 이를 기준으로 따지면 현재 지수 대비 미장은 18%, 국장은 32% 정도 상승 여력이 있다.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국내 자금이다. 2월 19일까지 개인이 5조 6000억 원, 기관이 5조 원 이상을 사들이고 있다. 이에 더해 기타법인이 4조 원 이상 순매수인데 삼성전자(2.5조 원)와 KB금융 등의 자사주 매입이다. 외국인은 순매도이지만 지난 연말 1480원을 넘었던 원·달러 환율은 1450원선 아래로 뚝 떨어졌다.
해외로 나가는 투자가 주춤해졌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실제 한국증권예탁결제원의 외화증권 현황을 보면 주식의 경우 2025년 10월 1872억 달러로 정점을 찍은 이후 11월 1712억 달러로 줄었고, 12월에도 1735억 달러로 23억 달러 정도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해외주식 매매 액수도 2025년 10월 867억 달러에서 11월 549억 달러로 급감했고 12월에도 520억 달러로 줄어드는 추세다.
미국 주식 인기는 왜 떨어졌을까. 미국 증시의 주력인 빅테크는 대부분 소프트웨어 기업들이다.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AI와 데이터센터에 투자하고 있지만 기대만큼 돈을 벌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제기됐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소프트웨어), 알파벳(검색), 아마존(클라우드·전자상거래), 메타(SNS) 등은 각자 자신의 시장에서 독점적 수익모델을 구축했다. 서로 경쟁할 일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AI에서는 경쟁이 불가피하다. 경쟁은 수익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일례로 거대언어모델(LLM)에는 이들 4곳이 모두 뛰어들었고 오픈AI와 앤트로픽(Antrophic)이라는 새로운 ‘강자’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특히 데이터센터는 반도체와 전력이 필수다. 짧은 시간에 공급을 크게 늘릴 수 없다. 앞서 나가려면 더 많은 돈을 투입해야 한다. 그래서 버는 돈으로 모자라서 빚까지 끌어다 쓰고 있다. 대규모 유형자산 투자는 감가상각과 재투자 비용을 수반한다. 기술기업이던 빅테크가 공장기업으로 바뀌게 되면 그만큼 자본 효율이 하락하기 쉽다. 올해도 빅테크의 매출 및 이익 성장세는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더 높은 주가 수준(Valuation)을 인정해주기 어려운 이유다.

당장 한국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는 ‘RAMageddon(래마게돈)’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다. AI·데이터센터 수요로 데스크톱 RAM 가격까지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 급증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도 치솟을 수밖에 없다.
미국 모건스탠리는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올해 246조 원, 18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노무라증권도 비슷한 전망치를 내놓았다. 이 같은 영업이익 전망을 기준으로 현재 주가의 주가수익비율(PER)을 따지면 삼성전자가 4.6배, SK하이닉스가 3.6배에 불과하다. 대만 TSMC의 PER은 30배에 달한다.
반도체에만 투자해도 상당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이 덕분에 최근 1년 새(19일 종가 기준) 각각 176%, 158%의 수익률을 거둔 TIGER반도체 톱10, KODEX200 ETF는 시가총액도 6000억 원대에서 6조 원 이상으로 폭증했다.
반도체뿐만이 아니다 데이터센터와 발전에 필요한 건설(현대건설·대우건설)과 발전설비(두산에너빌리티·한국전력), AI가 적용될 로봇(현대차), 트럼프 리스크로 수요가 커지는 방산(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 등 글로벌 수혜기업들이 코스피에 수두룩하다.
증시 고객예탁금은 지난 2월 2일 111조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이후 95조 원까지 줄었다가 12일 다시 103조 원대로 회복했다. 신용융자도 31조 원대로 역시 사상 최대치이며 주식형수익증권도 260조 원이 눈앞이다. 특히 1년 새 해외주식형 수익증권 잔액이 68조 원에서 110조 원으로 40조 원가량 늘어난 것과 비교해 국내주식형 수익증권 잔액은 67조 원에서 151조 원으로 2배 이상 폭증한 점이 눈길을 끈다.
반면 은행예금으로의 자금 흐름은 주춤하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2025년 예금은행의 가계예금 잔액은 전년 대비 1.7%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07년 마이너스(-) 7%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지난해에 이어 여전히 코스피를 순매도하고 있는 외국인 자금의 향배도 중요하다. 과거에도 외국인은 코스피가 급등하는 국면에서 적극적으로 차익을 실현했다. 올해 미국에서는 스페이스X, 오픈AI, 엔트로픽 등이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상장)를 예고한 상태다. 천문학적 자금이 필요하니 그동안 수익이 많이 난 한국 증시에서 더더욱 적극적인 차익실현에 나설 만하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국내 증권사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한국 증시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어느 정도 차익실현이 끝난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를 다시 순매수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지난 2월 19일 하나증권은 국내외 증권사를 통틀어 가장 높은 7900을 전망치로 제시했다.
최열희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