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작진은 "'운명전쟁49'는 사람의 운명을 읽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프로그램 취지 상 여러 삶과 죽음이 소개될 것이었기에 의미 있고 숭고한 사연을 되새기는 계기로 삼고 싶었다"라며 "이것이 김 소방교님의 이야기를 택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촬영에 앞서 유가족께 본 프로그램이 점술가들이 출연하는 서바이벌 형식의 프로그램이며 사주를 통해 고인의 운명을 조명하는 내용이라는 점을 설명드리고 가족 분의 서면 동의를 받아 초상, 성명, 생년월일시를 사용했다. 촬영 현장에서는 고인을 기리는 묵념의 시간을 갖고 명복을 빌었다"고도 부연했다.
이어 "유가족 및 친지들 가운데 사전 동의 과정에 대해 방송 이후에야 전달받은 분이 있으시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계속해서 설명해 드리고 오해도 풀어드리겠다"며 "많은 분의 지적 또한 겸허히 받아들이고 시청자와 당사자 모두의 이해와 공감을 얻도록 노력하겠다. 상처 입으신 유가족과 동료 소방관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2화 방송 후 자신을 고 김철홍 소방교의 조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제작진이 영웅이나 열사를 다루는 다큐멘터리 취지라고 설명해 (정보 사용을) 동의한 것으로 안다"며 "제작진은 숭고한 희생을 기리기 위한 취지로 방송을 제작했다고 하는데 솔직히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딜 봐서 그게 공익의 목적성을 가진 방송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후에 덧붙인 글에서도 "사실관계를 파악해보니 (제작진 측이) 유선상으로 무당이 나온다는 얘기와 경쟁프로라는 얘기를 했다더라. 하지만 죽음을 맞추면서 자극적인 표현을 쓰고, 예능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지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고인의 여동생이라고 밝힌 또 다른 네티즌은 2월 20일 '운명전쟁49' 관련 뉴스에 댓글로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정을 나누는 설 명절을 앞둔 주말, 저는 심장이 쪼그라드는 아픔과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으로 명절 연휴 기간 내내 분통할 뿐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들은 70이 넘은 저희 언니를 허울 좋은 사탕 발림 멘트로 속였다"라며 "저희 오빠의 숭고한 희생을 유희로 전락시킨 방송사는 사과 한 마디 없이 유족에게 초상권 사용 동의를 받았다는 어이없는 기자회견(인터뷰)을 했더라. 핏줄을 사고로 떠나보낸 형제로서 분노할 뿐"이라며 방송 중단을 강하게 요구했다.
소방공무원노동조합(소방노조)도 나섰다. 소방노조는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소방공무원의 순직은 단순한 개인의 사망 사건이 아닌, 국가가 책임지고 예우해야 할 공적 희생"이라며 "그러한 죽음을 점술적 방식으로 추리하고 경쟁의 소재로 삼는 연출은 그 취지와 무관하게 고인의 명예와 존엄을 훼손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은 사자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비극적 사건을 흥미 위주로 다루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라며 "유족의 동의 여부와 별개로 그 동의가 프로그램의 형식과 구체적 연출 방식까지 충분히 설명된 상태에서 이뤄졌는지 역시 명확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방송사와 제작사 측의 책임 있는 설명과 진정성 있는 사과뿐 아니라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고 김철홍 소방교의 유족 측은 제작진을 상대로 방송을 내리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