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초 대장동 사건 변호사 출신인 이건태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메시지를 돌렸다.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에 함께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 의원은 대장동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위증교사 사건 등 이 대통령 관련 재판은 모두 중지됐지만, 기소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에게 가해진 검찰의 ‘조작 기소’의 전모를 밝히기 위한 국정조사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시기 민주당은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추진을 두고 내홍을 겪고 있었다. 비당권파 측은 정청래 대표가 당대표 연임을 위해 일방적으로 합당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건태 의원은 정 대표의 합당 추진에 공개적으로 반대해 온 인물이었다. 이런 맥락 속에서 공취모 결성 추진 메시지는 ‘반청계 결집’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2월 10일 정 대표는 6·3 지방선거 전 합당 논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2일 뒤인 12일 공취모 출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공취모에는 민주당 의원 87명이 이름을 올렸다. 상임대표에는 박성준 의원이 선임됐다. 박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와 겨뤘던 박찬대 후보 캠프 핵심이었다.
공동대표에는 김승원 윤건영 의원, 운영위원으로는 김남희 김상욱 김우영 모경종 송재봉 이용우 이주희 정준호 채현일 의원이 선임됐다. 박찬대 의원도 이름을 올렸다. 이언주 황명선 강득구 최고위원 등 정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지도부 인사들도 참여했다. 반면 박수현 수석대변인과 한민수 당대표 비서실장은 공취모 명단에서 빠졌다.
공취모 출범을 두고 정치권에선 전 당원 1인 1표제·민주당-혁신당 합당 논란에 이어 다시 계파 갈등이 점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다만, 박 수석대변인과 한 비서실장은 가입 신청을 했지만 신청 마감 시한인 2월 9일을 넘겨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취모는 △이 대통령 관련 사건 즉각 공소취소 촉구 △검찰 조작기소 사건 국정조사 추진 △검찰권 남용 근절을 위한 제도 개혁 추진 등이 담긴 결의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표면상의 명분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재명 사법리스크 해소를 명분삼아 당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청계와의 세 대결을 대비한 차원이라는 말도 뒤를 잇는다.
민주당 의원들은 ‘계파 갈등’이라는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이건태 의원은 2월 23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인터뷰’에서 “언론이 자꾸 프레임을 만들어서 계파 갈등이라고 보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국정조사까지 가려면 당 지도부가 결심해서 밀고 나가야 하는데 별반 관심, 반응, 실행이 없었다”고 했다.
#과잉 충성 경쟁 몰두 지적
여권 내부에서조차 공취모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이재명이라는 인물을 향한 과잉 충성 경쟁에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 개인의 방탄’이 민주당의 최우선 과제로 비춰질 수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유시민 작가는 2월 18일 MBC ‘손석희의 질문들4’에서 “(여당 내) 권력 투쟁이 벌어지면서 이상한 모임들이 생겨나고, 친명을 내세워 사방에 세를 과시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많은 사람이 미친 짓을 하면 내가 미쳤거나 그 사람들이 미친 것인데, 제가 미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유 작가는 “검찰의 불법 행위가 있었다는 확신이 든다면 국정조사와 입법권을 행사하면 된다. 왜 압도적 다수 의석을 가진 여당이 서명 운동을 하려 하냐”고 반문했다.
민주당 내부 분열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병주 의원은 BBS 불교방송 ‘금태섭의 아침저널’에서 “(공소 취소를) 조직적으로 하자는 취지로 발족이 됐는데, 오해가 지금 생기고 있다”며 “이것이 사조직이나 또는 무슨 계파 모임 아니냐는 것이 됐다”고 했다. 김 의원은 공취모에 참여했다가 오해를 살 수 있어 탈퇴했다고 밝혔다.
공취모 출범으로 이 대통령 약점인 ‘사법리스크’는 다시 주목받았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월 23일 “법원은 (대통령) 불소추 특권의 소추가 공소유지는 포함되지 않고 공소 제기만 의미한다고 이미 판결했다. 그러므로 수사도 가능하다고 했다”며 “헌법에 규정된 불소추 특권을 내세워서 재판을 멈춰 세웠지만 그 법적 근거가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 재판을 재개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공소 취소를 이유로 계파 모임을 시작했다. (가입 여부에 따라) 친청·친명 프레임을 잡아가는 것으로 보인다”며 “공취모가 (이 대통령 사법리스크를) 오히려 논란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신 이 대통령은 2월 25일 X(옛 트위터)에 “당은 당의 일을, 청은 청의 일을 잘하면 된다. 대통령은 뒷전이 된 일이 없고, 그렇게 느낀 적도 없다”며 “민주당은 야당의 극한투쟁 등 여러 장애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맡긴 일을, 최선을 다해 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공취모 출범에 대해 힘을 실어주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공취모와 별개로 민주당은 2월 25일 ‘윤석열 정권 조작 기소 및 공소 취소 국정조사 추진위원회’ 설치의 건을 의결했다. 한병도 원내대표가 위원장을 맡았다. 당이 공소 취소 모임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취모는 여기에 적극 협조하겠다면서도 자발적으로 구성된 모임이기 때문에 당 조직과는 별개의 조직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공취모 이탈자들이 나왔다. 김기표 부승찬 민형배 의원이 탈퇴 의사를 밝혔다. 김기표 의원은 페이스북에 “방금 공소취소의원 모임에서 그 모임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낸 것을 보고는 매우 실망했다”고 했다. 김 의원은 “당 공식기구로서 추진하는 것이 그 목적을 달성하는 데 훨씬 효과가 클 것임에도, 왜 굳이 따로 공소취소의원 모임을 계속 존치시키려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그렇게 되면 정말 계파모임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민하 시사평론가는 “여당 입장에서는 오히려 (사법리크스) 이슈를 피해서 민생을 챙기는 게 더 중요하다. (공취모는) 적절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국민의힘이나 보수 진영은 여러모로 답답한 상황이다. ‘윤어게인’도 해결 안 되고 있다. 그나마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사법리스크다. (공취모가) 이것을 이야기해서 오히려 (공격) 거리를 만들어 주고 있다”고 했다.
김민하 평론가는 “결국은 본인들이 당원들한테 ‘내가 이렇게 이 대통령을 위하는 사람들이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그러는 것이다. 자기 정치를 위한 것”이라며 “(탈퇴 움직임은) 청와대 기류가 있는 것 아닐까 싶다. 그 기류가 ‘(공취모를) 계속 해라’ 이런 기류는 아니니까 사람들이 이탈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