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매물이 증가 추세다. 특히 2월 들어 매물량이 전월 대비 16%가량 증가했다. 공급 확대 양상이 뚜렷하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설 연휴 이후 강남 3구에서는 서초구 잠원동을 비롯해 송파구 잠실·신천·가락동, 강남구 대치·도곡·역삼·개포동 등 핵심 입지를 중심으로 가격 조정을 거친 급매물이 출회되고 있다. 이 중 일부는 실제 계약으로 체결되며 부동산 시장 가격 안정 효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문제는 매도 물량 증가가 곧바로 임대차 시장의 불안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에 출회되는 물량은 본래 실거주용이 아닌 임대를 목적으로 하던 부동산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분석이다. 임대인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전세 계약을 갱신하는 대신 매도를 선택하면서 시장 내 전세 공급 물량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서울 전역에 적용된 토지거래허가제가 매수자에게 실거주 의무를 부과하고 있어, 거래가 성사될수록 기존 임대 물량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출 수밖에 없다.
서울 전세 매물은 2월 20일 기준 1년 전보다 33.6%, 경기도는 49% 감소했다. 여기에 향후 아파트 입주 물량 부족에 따른 신축 임대 공급도 줄어드는 추세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6년 수도권 입주 물량은 11만 2064가구로 2025년 대비 약 15%, 서울은 2만 7620가구에 그쳐 전년 대비 26%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7년 11만 473가구, 2028년 10만 4356가구 등 앞으로도 수도권 전역에서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될 전망이다.
임대차 시장 내 공급 부족에 따라 전셋값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월 2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 지수는 104.06으로 전월보다 0.58% 뛰었다.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동향지수도 105.5를 기록하며 2021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세수급동향지수는 100 이상인 경우 전세시장에서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매물 감소와 더불어 대출 제한, 전세보증비율 하향 등 전세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세입자들이 비자발적으로 월세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되고 있다. 임대 물건 감소로 전세가는 오를 수밖에 없고 월세 산정 시 전세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월세 가격도 따라 오른다”며 “전세보다 월세의 주거비 부담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여러 규제 정책 여파로 서민 주거 안정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 또한 “전세물량 잠김에 따라 전세 가격 상방 압력이 커지면 월세도 다시 높아진다. 대출규제 등 정책 요인으로 전세자금 마련 문턱이 높아지고, 전세사기 우려 등과 맞물려 월세를 선택하는 임차 수요가 증가해 임대차 시장 내 월세 강세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론도 있다. 부동산업계 다른 관계자는 “월세는 매달 실질적인 지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세입자가 감당 가능한 선에서 가격이 형성되지만 전세는 대출을 통한 목돈으로 지불되어 체감 부담이 적다 보니 가격이 과도하게 뛰기 쉽다”며 “월세 거주가 늘어날 경우 주택 가격에 버블이 형성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월 21일 X(엑스·옛 트위터)에서 “다주택자나 임대사업자가 집을 팔면 전월세 공급도 줄겠지만 그만큼 무주택자 즉 전월세 수요도 줄어든다. 공급만큼 수요도 동시에 줄어드는데 전월세 공급 축소만 부각하는 건 이상하다”며 “오히려 주택 매매시장에 매물이 증가함으로써 집값이 안정되고 그에 따라 전월세가도 안정된다는 것이 훨씬 더 논리적이다”라고 주장했다.
다주택자의 매도와 무주택자의 매수 전환이 일대일로 등치돼 수급이 안정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가구 분화와 입지 선호도 등 시장의 실제 역동성을 간과한 이분법적 논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기존 임차인이 집을 사서 나감으로써 공급과 수요가 동시에 줄어든다는 계산은 시장의 새로운 수요 창출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서울 내 가구 분화로 인한 독립 수요나 지방에서 상경하는 신규 전세 수요가 끊임없이 유입되기 때문에 실제 전세 수요는 줄어들지 않은 채 매물 회전 감소로 공급만 마르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지적했다.
입지 선호도에 따른 시장 양극화 역시 우려되는 사항이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 현상으로 인해 서울 등 주요 직주근접 지역은 실거주를 선택한 집주인들이 입주하면서 전세 매물이 급격히 사라지는 반면, 비선호 지역은 매도 물량만 쌓이는 비대칭적 구조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예컨대 강원도 거주자가 투자해둔 서울 주택에 실거주하기 위해 상경할 경우, 강원도 매물은 하나 늘어날지 몰라도 정작 수요가 쏠린 서울의 전세 매물은 시장에서 소멸한다. 서울 사람이 강원도로 내려가지 않는 한 단순히 일대일 매물 교환 논리는 성립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직장 인근 거주를 원하는 경제 활동 인구들이 외곽으로 밀려날 뿐만 아니라, 자가 점유 시 주택 처분 부담으로 인해 새로운 직장을 찾아 떠나기 어려워지는 ‘거주 동결’ 현상이 나타나며 직주근접의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주택자 보유 주택의 세입자가 해당 주택을 직접 매수해 정착하는 것도 쉽지 않다. 대출 규제와 높은 매매가가 현실적인 제약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매수인에게 부과되는 실거주 의무로 인해 기존 세입자들이 퇴거 압박을 받는 사례가 늘면서, 임대 공급은 줄고 갈 곳 없는 임대 수요만 가중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의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신축 아파트의 경우에도 원래 조합원 물량의 상당수가 세입자의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러왔으나, 현재는 규제로 이 고리가 끊기면서 집주인들이 어쩔 수 없이 실거주를 선택해 임대 물량이 마르고 있다”며 “다주택자 규제는 정부가 미래의 매물을 미리 당겨와 일시적으로 물꼬를 트는 ‘조삼모사’식 대책이다. 규제 강화로 전세 매물이 잠기고 월세화가 가속화되는 구조적 결함을 해소하지 않으면 임대차 시장의 불안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서진형 광운대 일반대학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토지거래허가제로 인한 실거주 의무, 각종 대출 규제와 다주택자 규제로 인해 민간이 담당하는 90% 규모의 임대차 시장이 구조적으로 불안해졌다. 8% 수준에 불과한 공공임대로는 이 공백을 메우기 역부족이고, 정부는 무주택자의 매수 전환을 통한 임대 수요 감소를 기대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전세값 상승을 감당 못한 수요가 월세로 몰리면서 월세 가격까지 동반 상승해 주거 취약 계층의 고통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