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특검팀이 마주한 과제는 만만치 않다. 앞서 조은석 특검팀(내란)과 민중기 특검팀(김건희), 이명현 특검팀(순직해병)이 저마다 6개월가량 수사력을 집중하고도 풀지 못한 숙제들을 도맡아야 한다. 특히 이들 3대 특검팀이 수사한 일부 사건은 구형량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법원 판결이 이미 내려졌다. 2차 특검팀은 3대 특검팀 공소사실이 진실이라는 전제로 출범한 만큼, 재판 결과를 뒤집는 '스모킹 건'을 발굴해야 하는 부담까지 안게 됐다.

권창영 특검팀은 2월 25일 경기도 과천시 특검 사무실에서 현판식을 열고 수사 개시를 공식 선언했다. 권 특검은 "먼저 출범한 3대 특검팀이 많은 성과를 거뒀지만 부족한 부분도 있다는 국민적 의사를 반영해 이번 2차 특검팀이 출범하게 됐다"며 "성역 없이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권 특검은 1996년 제38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판사 출신으로 사법연수원 28기다. 서울행정법원, 서울남부지방법원, 서울고법 등에서 총 18년 판사로 재직했다. 2017년부터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로 옮기며 서울대 강의도 병행해 왔다.
특검보에는 권영빈(60·사법연수원 31기), 김정민(56·군법무관 15회), 김지미(51·37기), 진을종(51·37기) 등이 임명됐다. 이 가운데 권영빈 특검보는 검사 출신으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당시 국회 측 소추위원 대리인단 활동도 했다.
김정민 특검보는 군 법무관 출신이다. 권 특검보와 함께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으로 활동했다. 변호사 출신 김지미 특검보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무차장을 지냈다. 진을종 특검보는 검사 출신으로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특별수사본부에서 근무했다.
이번 '윤석열·김건희에 의한 내란·외환 및 국정농단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2차 특검법)에 따라 2차 특검팀은 파견검사 15명 이내, 특별수사관 100명 이내, 파견공무원 130명까지 구성할 수 있다. 기본 수사 기간은 90일이지만, 30일씩 두 차례 연장 가능하다.

2차 특검팀은 앞선 3대 특검팀에서 불거진 각종 논란을 의식한 듯 여러 변화를 예고했다. 언론 대응을 대변인으로 일원화할 뜻을 분명히 한 점이 눈에 띈다. 또 3대 특검팀이 비교적 다양한 언론매체에 브리핑 참여 등을 보장한 것과 달리, 2차 특검팀은 기존 검찰 출입 기자단 중심의 공보 운영 방침도 밝혔다.
3대 특검팀에서 자주 도마 위에 오른 피의사실공표 문제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3대 특검팀은 일제히 피의자 및 참고인 등의 소환 사실을 언론에 공유해왔다. 일부는 조사 시작과 마무리 시각까지 실시간으로 알렸다. 이에 일부 피의자는 노골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통일교 측으로부터 1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 2년 1억 원 추징을 선고받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적이다.
2차 특검팀이 과연 다를지는 미지수다. 3대 특검팀이 피의사실공표의 빌미로 활용한 특검법 조항이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조항은 3대 특검법과 이번 2차 특검법에 나란히 명시된 제12조(사건의 대국민 보고)다.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피의사실 외의 수사 과정에 대해 언론브리핑을 실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문구만 보면 피의사실공표가 어렵지만, 실제로는 '국민 알권리' 및 '언론 설명' 등을 이유로 피의사실이 알려질 소지가 있다. 2차 특검팀에서는 수사관과 언론사 기자의 개별 접촉 자체를 불허하는 방안도 논의됐다고 알려졌다.
권 특검은 현판식에서 "저희 특검팀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최대한 유지하며 오로지 법률과 증거가 지시하는 방향에 따라 성역 없이 철저히 수사를 진행하겠다"고도 밝혔다. 권 특검이 '중립' '공정' '증거' 등을 굳이 짚고 넘어간 배경 역시 3대 특검 때 비판이 제기된 불공정, 과잉수사 논란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김건희 씨 비리 의혹을 수사한 민중기 특검팀이 대표 사례다.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에 더불어민주당 관계자가 연루됐음을 알고도 수사 대상에서는 뺐다는 의혹이 여전하다. 또 김건희 씨 일가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에 엮인 국토교통부 서기관이 수사가 끝나기 전 숨을 거둬 과잉수사 비판이 컸다. 민중기 특검팀이 기소한 이들 상당수가 공소기각 판결을 받으며 과잉수사 비판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김건희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 씨 횡령 의혹, 숨진 국토부 서기관 뇌물 의혹 등이 잇따라 공소기각됐다.
권 특검은 "특별검사제도는 헌법을 수호하고 형사사법제도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헌법의 검'"이라며 "그런 만큼 특정 사건을 수사하는 특별검사로서 중립성과 공정성을 엄격하게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2차 특검법이 명시한 수사 대상은 총 11개 조항으로 이뤄졌다. 각각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의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윤 전 대통령 등의 12·3 비상계엄 관련 '외환' △12·3 비상계엄에 가담한 기관과 인물 등 내란 주요 종사자 △소위 '노상원 수첩' 등 내란 사전모의 △김건희 씨와 통일교 등 종교단체 유착 △명태균 씨 허위 여론조사와 공천개입 △김건희 씨의 국정개입 △김건희 씨 일가 양평고속도로 특혜 △김건희 씨를 매개로 한 건진법사(본명 전성배),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등 관계인들의 각종 청탁과 구명로비 등 △김건희 씨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을 통해 본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개입 △김건희 씨의 비화폰 사용 등 혐의다. 이를 수사하며 인지한 '관련 범죄'도 수사할 수 있다.
2차 특검팀의 수사 난도는 최상위에 가깝다. 당장 3대 특검이 기소한 사건에서 1심 무죄나 공소기각 등이 나온 사례도 적지 않다. 명태균 씨 허위 여론조사 의혹이 대표적이다. 지난 1월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명 씨가 자신이 운영하던 미래한국연구소의 영업활동 일환으로 정기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윤 전 대통령 부부를 비롯한 여러 사람에 배포했을 뿐"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이종호 전 블랙펄 대표가 김건희 씨를 통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을 로비했다는 의혹은 순직해병 특검팀이 기소조차 실패한 사안이다.

이처럼 내란 사전모의가 없었다는 판결은 윤 전 대통령의 외환 등 혐의 입증을 까다롭게 만든다. 외환 혐의 핵심은 윤 전 대통령 정부가 무인기 등으로 북한을 자극해 비상계엄 명분을 만들려 했다는 것이다. 내란 1심 재판부 판결대로 비상계엄이 우발적으로 선포됐다면, 외환 혐의는 성립할 수가 없다. 결국 2차 특검팀은 현재 재판 중인 사건의 공소유지는 물론, 3대 특검팀이 180일 동안 매달리고도 찾지 못한 핵심 증거까지 발굴해야 하는 셈이다. 성공하면 '대박', 실패하면 중복 수사라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일각에선 2차 특검팀도 자칫 과잉 수사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까다로운 수사에서 성과를 내려다 무리수를 둘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2차 특검법도 3대 특검법과 마찬가지로 25조(형벌 등의 감면)를 통해 '플리바게닝'을 가능하도록 했다. 이는 피고인이 검찰에 사실을 고백하거나, 타인의 범행을 실토하는 대가로 구형량을 줄이는 등의 협상 절차다.
플리바게닝 역시 3대 특검 때 줄곧 논란이 돼 왔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내란 특검팀에서 플리바게닝을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김건희 씨와 공모해 통일교 측으로부터 명품가방 등을 수수한 혐의를 받은 '건진법사' 전성배 씨도 플리바게닝을 통해 비교적 적은 징역 5년 구형을 받았다는 분석이 많았다. 전 씨는 지난 2월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 1심 재판에서 구형량보다 무거운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3대 특검 당시 조사실에 입회한 한 변호사는 "3대 특검 당시 공소기각이 상당수 나올 수 있다는 예측이 대체로 들어맞지 않았나"라며 "수사 단계서부터 일부 수사관들이 고압적인 태도로 피의자와 고함치며 다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그는 "2차 특검은 벌써 '재탕 수사'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권창영 특검이 밝힌 대로 공정과 정치 중립, 절차적 적법성 등을 반드시 준수해 3대 특검과는 분명히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