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3일 공정위는 영원무역그룹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총 82개 소속회사를 누락한 혐의(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로 그룹 성기학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제출 자료에 누락된 회사들의 자산 규모는 총 3조 2400억 원으로,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관련 허위 자료 제출 적발 사례 가운데 역대 최장 기간·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짧게 보더라도 2021년부터는 영원무역그룹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됐어야 한다고 봤다.
이와 관련해 영원무역그룹 측은 “2022년까지는 자산 총액이 5조 원이 되지 않아 공정위가 계열사 현황 등 핵심 자료만 제출하도록 요청해 담당 실무자가 동일인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달라”라며 “과오를 인지한 뒤 자진신고 했고, 재발 방지를 위한 내부 프로세스 개선에 나섰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정위는 “계열사 현황 등 핵심 자료만 제출하도록 요구한 것은 기업집단 업무 부담 경감을 위해 일부 항목을 간소화해 준 것”이라며 “누락 회사에 성기학 회장 본인과 그의 딸, 남동생, 조카 등 가족들 소유 계열사들도 다수 포함돼 있는데, 이를 누락한 행위는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시기는 성래은 부회장이 그룹 지배구조 정점인 YMSA 지분을 증여받고 수백억 원대 증여세를 납부해야 했던 시점과 맞물린다.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되지 않았던 2023년 성기학 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비상장사 YMSA 지분 50.1%를 성래은 부회장에게 증여했다. 증여 후 성 회장 보유 지분은 49.9%가 됐다. 당시 성래은 부회장은 영원무역홀딩스 지분 0.03%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해당 증여로 보유 지분이 29.39%로 늘며 YMSA 최대주주로 부상, 사실상 지배구조 최정점에 오른 것으로 평가된다.
당시 성 부회장이 납부한 증여세는 85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 부회장은 해당 증여세를 마련하기 위해 YMSA로부터 815억 원을 빌린 것으로 추정된다. YMSA는 2023년 5월 대구 수성구 만촌동에 보유하고 있던 건물을 587억 원에 매각했으며, 이후 성 부회장에게 815억 원을 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건물을 매수한 주체가 영원무역인 것으로 드러나 계열사 간 부당지원 의혹이 제기됐다.
뿐만 아니라 2022~2023년 YMSA 영업이익이 크게 늘면서 이 기간에 축적된 현금이 성 부회장 대출 재원으로 활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YMSA의 매출 추이를 살펴보면 △2021년 617억 원 △2022년 702억 원 △2023년 629억 원을 기록했는데 영업이익은 △2021년 36억 원(5.8%) △2022년 82억 원(11.7%) △2023년 160억 원(25.4%) 등으로 크게 증가했다.
영업이익이 급증한 2022~2023년은 성 부회장이 증여세를 마련한 시기와 겹친다. 2021년 YMSA의 현금성 자산은 46억 원이었지만 건물 매각과 영업이익 급증 과정을 거쳐 성 부회장에게 대규모 대출을 실행할 수 있을 만큼 증가했다.
성 부회장에게 제공되는 자금 흐름은 대출 실행 이후인 2024년부터는 ‘보수 증액’ 형태로 변경됐다. 2024년 매출은 715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37억 원(5.2%)으로 급락했다. 보수 증가가 비용으로 반영되면서 영업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023년 기준 YMSA가 임직원에 지급한 급여는 약 37억 원, 2024년은 107억 원으로 189%가량 증가했다. 이 기간 전체 임직원 수가 달라진 바 없어 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성래은 부회장과 성기학 회장, 조재영 YMSA 전무 등 오너 일가의 보수가 크게 증가했을 것이란 추정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대출 상환 등으로 현금이 필요한 성 부회장의 보수가 이 과정에서 함께 증가했을 것이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내용과 관련 영원무역 관계자는 “별도 밝힐 입장이 없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정동민 기자 workhar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