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마 기록은 일반적으로 경주로의 수분 함량이 높을수록 빠르게 나온다. 하지만 겨울철엔 주로가 미끄러워져 여름철에 비해 기록이 저조해진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라이런은 2세마지만 타고난 혈통(조숙형) 덕분인지 주행검사 때부터 관심을 모은 마필이다. 서승운 기수가 고삐를 잡았는데, 출발은 다소 늦었지만 밀어내며 따라붙었고, 직선주로에선 추진동작 없이 꾹 잡고 여유 있게 합격했다. 주파기록은 1:05.4초(건조5%), 라스트 팔롱은 13.5초였다. 기록 자체는 평범했지만 워낙 여유가 많았기 때문에 주목을 받았다.
그로부터 4주 뒤에 라이런은 경주로에 정식으로 데뷔했다. 지난해 11월 3일 1000미터 경주에서 출전한 라이런은 팬들의 기대치(인기 1위)에 걸맞은 경주력을 선보였다. 당일 인기마로 팔린 1번 화산강자, 5번 천랑성과 함께 시종 선행경합을 하면서 달렸다. 3두 중 최외곽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불리했지만 직선주로에서 더 힘을 내며 가속도를 붙인 뒤 2위와는 무려 10마신 차이로 1위를 차지했다.
이날 레이스를 좀더 자세히 분석해보면 라이런의 장단점이 좀더 명확하게 보인다. 우선 장점은 전력질주 거리가 꽤 길다는 점이다. 초반부터 강력하게 밀어붙였는데도 결승선을 통과할 때까지 걸음이 무뎌지지 않고 자기 탄력을 유지했다.
또 순간 스피드가 뛰어나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경마는 선행마의 페이스에 따라서 경주가 느리게 전개되기도 하고 빠르게 전개되기도 한다. 전자의 경우에, 따라가는 말은 순간 스피드가 부족하면 앞말을 추월하지 못하고 힘을 남긴 채 경주를 끝내는 경우가 많다. 라이런은 경주가 느리게 전개되더라도 따라붙을 폭발력이 있는 것이다.
단점이라면 아직은 초반 순발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쉴새없이 밀어붙였던 데뷔전의 초반 200미터 기록이 14.0이다. 출발하면서 옆말과 부딪치긴 했지만 그리 큰 영향은 없었다는 점에서 이 점은 향후 보완해야 할 숙제로 보인다.
지난 12월 초 두 번째 경주에서 이런 단점은 그대로 드러났다. 서승운 기수가 기승했는데 발주에서 조금 삐끗하면서 그 여파로 선행에 실패했고, 중반까지 끌리면서 모래를 계속 맞았다. 그리고 결승선에선 진로까지 막혀 말이 의욕을 잃고 결승선을 8번째로 통과했다.
김시용 프리랜서
스피드 타고나…장거리는 검증 필요
조부마인 데퓨티미니스트(캐나다)는 스피드가 탁월한 경주마였다. 현역시절 22전 12승 2위2회 3위2회의 성적을 거뒀는데, 이 가운데 블랙타입 경주가 10승 2위2회 3위1회나 된다. 평균 우승거리는 1316미터. 1981년 미국 2세 수말 챔피언을 지냈고, 그해에 캐나다 연도대표마로 뽑혔다. 씨수말이 되고나서도 1997, 1998년 리딩사이어에 오를 만큼 뛰어난 자마들을 많이 생산했다.
라이언의 모마 인비저블티어스(마주 김강석)는 경주에 출전한 적이 없다. 따라서 라이런의 모계 경주능력은 외조부인 스마트스트라이크를 통해서 파악할 수밖에 없다. 스마트스트라이크는 씨수말로 유명한 미스터프로스펙터의 자마로 현역시절 8전 6승 2위1회(블랙타입 2승)의 성적을 거뒀다. 평균 우승거리는 1584미터로 중장거리까지 고른 활약을 했다. 씨수말로 전환한 후에도 2007, 2008년 두 차례나 미국 리딩사이어에 올랐다.
이로 보아 라이런은 현재까지는 부계의 뛰어난 스피드와 조숙형 스타일을 물려받은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단거리에서 꾸준히 활약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장거리에선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모계 혈통이 어떻게 발현되느냐에 따라 장거리에서의 활약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교배자의 의도대로 모계혈통이 부계혈통의 이러한 약점을 커버해준다면 라이런은 장거리에서도 오랫동안 활약할 수 있을 것이다.
김시용 프리랜서
겨울엔 ‘포화주로’ 기록 뚝
경마는 기록경주가 아니고 순위경주다. 그러나 순위를 사전에 예상하기 위해서는 기록은 꼭 참고해야 할 자료다. 기록 맹신자들은 경마에서 기록 외엔 참고할 게 뭐가 있느냐까지 말하기도 한다. 경마에서 기록만큼 객관적인 데이터는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기록도 가공되지 않는 원시적인 데이터는 큰 의미가 없다. 경주로에 따라서 혹은 선행마가 얼마나 빠른 페이스로 경주를 이끌었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것이 기록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마사회에서도 오래전부터 주로 빠르기를 따로 표시하고 있다.
기록은 경주로에 수분 함수율이 높을수록 평소보다 빠르게 나온다. 모래가 물기를 먹으면 딱딱해지고 말발굽이 적게 빠져 힘소모가 덜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분함수율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기록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같은 수분함수율이라도 겨울 주로가 여름주로에 비해 기록이 훨씬 저조하게 나온다. 1000미터 경주의 경우에도 2초 이상 느리게 작성되는 경우도 허다할 정도다.
겨울주로는 수분을 머금을수록 미끄러워져 힘소모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따라가는 말들은 앞서가는 말들이 발굽으로 내차는 얼어붙은 모래덩어리를 맞아야 하기 때문에 뛰고싶은 의욕마저 꺾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록 하나만 봐도 이처럼 복잡한 요소가 많기 때문에 우승마를 예상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
그렇다면 기록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기록을 분석하는 나름의 노하우를 갖고 있지만 가장 객관적인 것은 수분함량에 따라서 달라지는 기록의 변화폭과 겨울주로의 특수성을 통계를 통해 평균치를 구하고 거기에 맞는 스피드인덱스를 갖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자신만의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인은 따라하기 쉽지 않다. 그리고 스피드지수를 게재하는 예상지도 거의 없다.
따라서 일반인들은 평균적으로 어느 정도 달라지는지는 경험에 의한 감각으로 따질 수밖에 없다. 이도 저도 다 어렵다면 마사회 자료에 나오는 주로 빠르기라도 참고해야 할 것이다.
김시용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