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서 이날 오전 9시 48분쯤 A 씨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서부지법에 출석했다. 1시간여 만에 구속 심사를 마치고 나온 A 씨는 "왜 약물을 건넸나", "차 안에서 약물을 투약해줬나", "운전을 왜 말리지 않았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경찰 호송 차량에 탑승했다.
A 씨는 30대 여성 B 씨에게 약물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3월 2일 자신이 B 씨에게 약물을 건넸다며 경찰에 자진 출석했으나, 경찰은 사안이 중대하고 증거 인멸 우려도 크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B 씨는 지난 2월 25일 오후 8시 44분쯤 포르쉐 SUV를 몰고 반포대교를 주행하다 난간을 뚫고 잠수교 인근 한강 둔치로 추락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B 씨가 몰던 차량에서 다량의 프로포폴 빈 병과 약물이 채워진 일회용 주사기 등을 발견하고 B 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위험운전치상 등 혐의로 입건한 뒤 검찰에 구속송치했다.
B 씨는 SNS에서 약 11만 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로, 병원 홍보 마케팅 대행 업체 대표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서 B 씨는 약물을 처방받기 위해 병원을 옮겨 다니다 A 씨를 알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최근 A 씨가 근무했던 병원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경찰은 A 씨가 사고 당일 B 씨가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건물 주차장에 머무르는 동안 조수석에 탑승했던 사실 등을 근거로 A 씨가 단순 약물 전달을 넘어 B 씨가 약물을 투여하는 데 도움을 줬거나 함께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한편, 4월 2일부터는 약물운전의 처벌 기준이 기존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된다. 아울러 측정 불응죄가 신설돼 약물운전 의심 시 경찰의 측정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처벌된다. 경찰은 약물운전으로 단속될 경우 예외 없이 운전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을 강화해 고위험 운전자를 도로에서 즉각 퇴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약물운전에는 마약류 투약 뒤 운전뿐 아니라 향정신성 의약품 등 치료 목적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어려운 상태에서 운전하는 행위가 포함된다. 약물운전 처벌 강화는 최근 들어 증가 추세인 마약 투약 뒤 운전과 처방약 복용 뒤 운전 등 다양한 유형의 약물운전 사고와 관련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2025년 8월부터 2026년 1월까지 검거된 의료용 마약류 사범은 651명에 달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49% 증가한 수치다. 약물운전으로 인한 면허 취소 사례도 늘어나고 있는데, 2025년 기준 면허 취소 사례는 237건으로 전년 대비 45% 늘었다. 5년 전인 2020년과 비교하면 4.4배가량 증가했다.
B 씨의 약물운전 논란이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약물운전 의심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2월 28일 서울 용산의 한 도로에서 '차선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차량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약물 검사를 거부한 30대 남성 C 씨를 긴급체포했다. C 씨가 몰던 차량에는 액상 담배 형태의 불상의 약물 키트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을 통해 합동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또한 관리 사각지대의 약물에 대해 오남용 첩보를 적극 발굴할 예정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약물 운전 등 의료용 마약류를 이용한 2차 범죄 발생 시 병·의원 등을 대상으로 입수·투약 경로를 수사하는 등 엄중히 단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