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렇게 미인가 국제학교 상당수가 학원으로 등록하고 운영을 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배경으로 전문가들은 학원과 학교 설립 절차의 차이와 국제학교 교육 수요 증가를 꼽는다. 국내에서 국제학교로 인가를 받으려면 학교법인을 설립하고 교지와 교사 등 시설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등 엄격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 반면 학원은 비교적 간단한 등록 절차로 설립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일부 교육기관들이 학원 형태로 등록한 뒤 국제학교와 유사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학원으로 등록된 25곳의 교습 과정은 대부분 ‘외국어’ 또는 ‘어학원’으로 등록돼 있었다. 외국어 외에도 보습학원(국어·과학·논술), 진학지도 등으로 복수 등록된 곳들도 있다. 실제 운영은 학년별로 영어·수학·과학 등 학교처럼 교과 중심 수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법적 등록 형태는 어학원으로만 돼 있는 경우도 있었다.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에 따라 등록한 교습과정 범위 내에서만 교습을 할 수 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다.
‘일요신문i’가 서울 서초구의 ‘국제학교’ 이름을 단 한 학원에 입학 상담을 받아본 결과, 학원 관계자는 “영어·수학·과학·사회·음악·예술·체육 수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초등학교 4학년부터는 스페인어 수업도 추가로 들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이 학원은 교육청 학원·교습소 정보공개 서비스에 어학원으로 등록된 곳이다. 학원법에 따라 등록되지 않은 교습과정을 운영할 경우 교육청의 시정명령이나 교습정지, 등록말소 등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학원비 문제도 논란이 될 수 있는 지점이다. 학원법에 따르면 학원은 교육청에 신고한 교습비 범위 내에서만 수강료를 받을 수 있다. 교재비 등 기타 경비를 제외하면 별도의 비용 징수는 제한된다. 그러나 일부 미인가 국제학교에서는 학비 외에 입학기부금 등의 별도 비용을 받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원법 제15조는 등록·신고한 교습비 등을 초과해 징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제17조에 따라 교습정지나 등록말소 등의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교육 당국도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원은 형식적 요건을 갖추면 등록이 가능하다”며 “학교처럼 운영된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학원법 위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학원으로 등록된 기관은 학원법에 따라 관리할 수 있지만, 국제학교처럼 학년 체계와 교과과정을 운영하는 형태까지 명확히 규율하는 별도의 제도는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교육기관들이 국제학교와 유사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도 법적으로는 학원으로 관리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국제학교처럼 운영되지만 학교 규제는 받지 않고, 학원으로 등록돼 있어 관리 기준도 제한적인 ‘제도 사이 영역’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장승혁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학원은 학력 위주의 교사학습 과정만 운영하기 때문에 학교로 볼 수 없다”며 “공교육 내에서는 생활지도나 사회화 과정도 자격을 갖춘 교사를 통해 이뤄지기 마련인데 그런 부분이 빠져있는 상황에서 양질의 교육과정이라는 인식이 퍼지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고, 교육 당국의 지도감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