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산시가 추진 중인 '의료·요양 통합돌봄사업'은 세계 최초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을 벤치마킹하는 동시에 그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일본은 2000년대 초반, 시설 수용 위주의 정책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는 점을 직시하고 자택 중심의 돌봄 체계로 전환한 바 있다.
안산시 모델의 핵심은 '의료'와 '복지'의 강력한 결합이다. 일본은 초기 복지(간병) 서비스 중심으로 시작해 의료 연계가 분절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으나, 안산시는 시작부터 달랐다. '안산형 방문의료지원센터'와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를 거점으로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가 한 팀이 되는 다학제 모델을 구축했다.
#'문턱'을 넘는 전문성...방문 진료부터 복약 지도까지
안산시 돌봄의 차별점은 '찾아가는 전문성'에 있다. 단순히 가사 도움을 주는 수준을 넘어 전문 의료진이 직접 어르신의 문턱을 넘는다. 방문의료의 경우, 의사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가정을 직접 방문해 진료하고 맞춤형 케어플랜을 수립한다. 복약 지도는 약사가 방문해 다제약물을 복용 중인 어르신의 약 상자를 정리하고 중복 처방을 방지하여, 낙상 등 약물 부작용 사고를 예방한다.
특히 한의 방문 진료는 한국만의 독창적인 서비스로, 침 치료와 부항 등 통증 관리 서비스를 제공해 어르신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으며 병원 입원 욕구를 낮추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한의 방문 진료 관계자는 "한의진료는 우리나라만의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의료지원으로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이라며, "어르신들의 신체적 특성을 고려한 침 뜸 부항 등 의료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으며,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통증관리와 건강증진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고령화 대응의 'K-돌봄' 표준 예고
안산시는 고혈압·당뇨 등록관리사업과 보건소 방문건강관리, 치매안심센터를 하나의 돌봄망으로 묶어 '예방적 개입'을 강화했다. 이는 일본 전문가들도 주목하는 대목이다.
현재 중국 역시 유례없는 속도의 고령화로 한국과 일본의 모델을 급박하게 벤치마킹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산시의 시스템은 향후 아시아권 고령화 대응의 선도적 표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민근 안산시장은 "이제 질문은 '얼마나 오래 살 것인가'에서 '어떻게 존엄을 지키며 살 것인가'로 바뀌어야 한다"며, "안산의 의료돌봄 체계는 공동체가 연대해 사회적 안전망을 재구성하는 담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안산 모델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일본처럼 민간 비영리단체(NPO)와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돌봄 생태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IoT 기반 스마트 돌봄 기술의 접목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시 승격 40주년을 맞은 안산시의 이 같은 시도는 초고령사회라는 거대한 파고 앞에서 대한민국 지자체가 나아가야 할 진정한 '복지 이정표'가 되고 있다.
송기평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