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폴리마켓은 가상자산을 이용해 미래 사건의 결과에 돈을 거는 예측시장 형태의 베팅 플랫폼이다. 스포츠 경기나 선거 같은 정치 이벤트는 물론 전쟁이나 국제 정세 등 지정학적 사건까지 다양한 주제를 대상으로 베팅이 이뤄진다. 이용자는 특정 사건에 대해 ‘그렇다(Yes)’ 토큰이나 ‘아니다(No)’ 토큰을 0~1달러 사이 가격으로 사고파는 방식으로 참여한다.
예를 들어 ‘Yes’ 가격이 59센트, ‘No’ 가격이 41센트라면 시장 참여자들이 해당 사건이 실제로 발생할 가능성을 약 59% 정도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후 실제 사건 결과가 확정되면 정답을 맞힌 쪽의 토큰은 1달러로 정산되고, 틀린 쪽의 토큰은 가치가 0이 된다.
국내에서 폴리마켓이 유명해진 계기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이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여부뿐 아니라 시기 등 세분화된 베팅까지 등장하면서 관심을 모았다. 당시 폴리마켓의 한국인 방문자 수가 12만 명까지 치솟았으며, ‘2025년 4월 안에 윤 대통령이 파면될 것인가’를 주제로 한 베팅에는 약 385억 원 규모의 자금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월에는 한국어 서비스를 출시했으며 최근에는 국내 정치 현안을 주제로 한 베팅도 여러 건 올라왔다. 한 예로 서울시장 선거 결과를 두고 열린 베팅에는 이날까지 약 420만 달러(약 62억 원)가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에서 돈을 걸고 결과를 맞히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폴리마켓은 판돈 제한이 없고 베팅 실패 시 투자금을 전액 잃는 구조여서 사행성이 더 크다. 국내 형법상 스포츠토토처럼 특별법으로 허용된 경우를 제외한 온라인 베팅은 도박죄로 처벌될 수 있다.
가상자산을 통해 자금이 이동하기 때문에 폴리마켓에서 얻은 불법 수익을 추적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폴리마켓은 달러 가치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달러, 금 등 실물 자산 가치에 맞춰 가격이 변동하는 가상자산) 'USDC'를 이용해 베팅이 이뤄진다. 이용자는 보통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USDC를 구매한 뒤 이를 폴리마켓과 연결된 코인 지갑으로 송금해 베팅 자금으로 사용한다. 이 때문에 코인 지갑에 보관된 자산을 국내 거래소에서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개인 간 거래(P2P) 방식으로 현금화할 경우 수익금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폴리마켓을 둘러싼 비판은 해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단행하기 직전 온라인 예측시장에 거액의 베팅이 몰린 사실이 확인되면서 내부자 거래 의혹이 제기됐다. 올해 2월에는 이스라엘 예비군이 군사 기밀을 이용해 베팅에 참여한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이에 프랑스·벨기에·싱가포르·대만 등 일부 국가는 폴리마켓을 불법 도박 플랫폼으로 보고 접속을 차단하거나 이용자 단속에 나선 상태다.
폴리마켓 관련 범죄 우려와 의혹 등이 제기되고 있지만 국내 규제 당국 차원의 조치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불법 도박 사이트 차단을 담당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현재까지 폴리마켓과 관련해 접수된 신고나 민원이 없어 별도의 심의를 진행한 적은 없다”며 “민원이 접수되고 규정 위반으로 판단될 경우 관련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국내 이용자가 늘고 베팅 규모가 커질수록 관련 범죄 등 부작용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가상자산 등을 활용해 베팅하고 수익을 얻는 구조는 온라인 도박 사이트의 전형적인 형태”라며 “중동 전쟁처럼 비극적인 사건부터 시작해 국내외 정치나 사회적 이슈까지 무분별하게 사행화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자금세탁 등 다른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는 만큼 규제 당국의 더 엄격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