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9일 국민의힘은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절윤’ 결의문을 채택했다. 결의문은 송언석 원내대표가 낭독했다. 송 원내대표는 △잘못된 12·3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 요구 및 주장’에 명확히 반대 △당내 구성원 간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모든 행동과 발언 중단 및 대통합 추진 △이재명 정부 반헌법적 폭주 대항을 위해 자유민주주의 수호·사법파괴 저지·헌법 가치 존중에 동의하는 모든 국민과의 연대 등을 공언했다. 이 약속의 실현을 통해 6·3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결의문은 무색해진 상황이다. 공천 과정에서 ‘윤 어게인’ 논란이 다시 불거졌기 때문이다. ‘윤 어게인’은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거나 정치적 복귀를 주장해 온 인사들을 통칭하는 표현이다. 윤 전 대통령 내란 재판 변호인인 윤갑근 변호사와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대표적 사례다.
윤 전 대통령을 변호하고 있는 김계리 변호사는 3월 6일 소셜미디어(SNS)에 “선고 다음 날 접견에서 (윤석열) 대통령께서 윤갑근 변호사에게 충북도지사 출마하시라고, 나가서 싸워서 이기시라고, 더 이상 적임자가 어디 있냐 했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누가 뭐라 해도 전쟁터의 가장 앞에서 싸웠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공관위는 윤갑근 변호사를 컷오프하지 않았다. 3월 14일 윤 변호사 선거사무소 개소식에는 전직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 비상계엄에 연루돼 파면된 김현태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부단장(대령), 김진홍 목사, 심진홍 자유대학 수석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현재 충북지사 공천은 ‘김수민 내정설’로 내홍에 휩싸인 상태다. 지역 체육계 인사들로부터 금품 수수 의혹을 받는 김영환 지사는 컷오프에 반발해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윤석열 정부 경찰청장 출신 윤희근 예비후보는 선거운동 중단을 선언했고 조길형 전 충주시장은 예비후보 사퇴 후 탈당을 시사했다.

이 전 위원장은 3월 13일 보수 유튜버 고성국 씨와 함께 선거운동을 하는 영상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 ‘위풍당당이진숙’에 올렸다. 고 씨는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 옹호, ‘당사에 전두환 사진 걸자’ 등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다. 특히 장동혁 대표와 밀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 대표의 주요 전략의 설계자가 고 씨라는 말이 무성하다.
충북과 마찬가지로 대구 공천도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이정현 공관위원장은 연일 ‘현역 중진 의원 용퇴’를 요구하고 있다. 그 배경으로 특정인물 낙점 공천 의혹이 일고 있다. 공관위가 사실상 ‘이진숙-최은석 경선’을 결정한 다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최은석 의원은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에 반대했다. ‘공수처 윤석열 체포 저지’ 현장에 있었던 인물이다.
주호영 의원은 3월 17일 SNS에 “(공관위는) 특정인을 밀어주고 특정인을 자르며 민심 위에 군림하라고 있는 기구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전 위원장을 향해서는 “왜 대구 시민들의 명소인 반월당 거리를 고성국 씨와 손을 잡고 누비는 것인가”라며 “고성국 씨와 손잡고 다른 후보들을 찍어 누르는 것이 당신들이 말하는 공정인가”라고 지적했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3월 16일 “이진숙 전 위원장은 ‘윤 어게인’ 세력의 핵심 인물로, 지금도 또 다른 ‘윤 어게인’ 세력의 중추인 유튜버 고성국 씨와 손잡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윤 어게인 반대 결의문은 역시 눈가림용 쇼에 불과했다는 것이 명확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절윤’ 미적거리는 이유는?
장동혁 대표도 인적 쇄신 요구에 침묵하는 등 결의문에 담긴 ‘절윤’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지 않다. 공관위는 ‘윤 어게인’ 관련 전력이 있는 인물에 대해 ‘페널티’를 줘야 한다는 당 일각의 목소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파악된다.
장 대표와 공관위를 옹호하는 측은 지선 승리를 위해 ‘윤 어게인’이라는 집토끼부터 우선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선은 투표율이 70%, 총선은 60%, 지방선거는 50%를 간신히 넘는다. 50% 선거면 진짜 고관여층이 나온다는 것이다. 고관여층은 화가 나면 투표장에 안 나온다”며 “(절윤은) 가장 열성적인 지지층을 끊어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보 구인난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 어게인’ 이력이나 친윤계에 페널티를 주면 후보로 나설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당장 대구시장 후보로 나선 윤재옥 추경호 의원, 3선에 도전한 이철우 경북지사 등은 ‘윤 어게인’을 외친 세이브코리아가 주최한 집회에 참석한 바 있다. 추 의원은 ‘계엄 해제 표결 방해’로 재판받는 상태다. 앞서 언급했듯 최은석 의원은 ‘윤석열 체포 저지’에 나선 전력이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OSI)가 3월 1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 지지세력과 절연해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 ‘동의한다’는 응답은 51.7%로 나타났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비동의’가 54.1%로 나타났다. 일반 여론과 지지층 여론의 간극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각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당내에서는 장 대표가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두고 ‘절윤’을 밀어붙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의 여론조사에서 나온 ‘비동의’가 54.1%로 대표되는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의 마음을 얻는 자가 차기 당권을 쥘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하지만 당이 윤 전 대통령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지방선거 승리도 요원해질 것이란 불만은 팽배한 모습이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이정현 위원장이 독자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을 그대로 믿는 사람이 누가 있나. 장 대표의 방향과 맞는 사람들로 시도지사를 교체해서 장동혁 체제를 공고히 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 그런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하지 않나. (절윤) 후속 조치는 없다. 지금 의원들도 자포자기하는 느낌이 있다. 결의문이 나오고 나서 (모든 여론조사가) 다 떨어졌다. 의총을 열어서 결의문까지 채택해도 안 바뀐다. 이런 것을 보면서 의원들이 무엇을 느끼겠나. 이거는 이제 끝났구나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