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금 163억 원으로 줄어, 향후 유상증자 추진 계획…고유가·고환율에 비용 부담 커진 상황
[일요신문] 에어프레미아가 무상감자를 단행하기로 결정했다. 타이어뱅크그룹이 에어프레미아 경영권을 인수한 후 첫 행보다. 무상감자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 이후에도 에어프레미아를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다. 고유가·고환율 여파로 장거리 미주 노선을 중심으로 운항하는 에어프레미아의 비용 부담은 한층 커진 상황이다. 에어프레미아에 남은 과제는 유상증자가 꼽힌다.
에어프레미아가 무상감자를 단행하기로 결정했다. 에어프레미아 B787-9 항공기. 사진=에어프레미아 제공#재무구조 개선 위해 무상감자부터 단행
지난 3월 13일 에어프레미아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무상감자를 실시하기로 결의했다고 공고했다. 이번 무상감자는 두 단계로 진행된다. 기존 액면가 500원의 보통주를 100원으로 감액하고, 액면가 100원의 보통주 9주를 5주로 무상병합하는 방식이다. 무상감자 후 발행 주식 수는 기존 2억 9366만 5382주에서 1억 6314만 7350주로 줄어든다. 자본금은 기존 약 1468억 원에서 163억 원으로 감소한다.
이번 무상감자는 타이어뱅크그룹이 에어프레미아 경영권을 인수한 뒤 첫 행보다. 지난해 9월 타이어뱅크는 JC파트너스와 대명소노그룹으로부터 6285만 6278주(약 22%)를 총 1200억 원에 인수했다. 타이어뱅크그룹은 기존에 김정규 회장의 개인 회사인 AP홀딩스가 보유하던 지분 46% 등을 합쳐 70%에 가까운 에어프레미아 지분을 확보했다. 김 회장은 대리점 명의를 위장해 수십억 원대 세금을 탈루한 행위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이번 무상감자는 타이어뱅크그룹이 에어프레미아 경영권을 인수한 뒤 첫 행보다. 2025년 5월 대전고등법원에서 열린 탈세 혐의 항소심 결심 공판에 참석한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 사진=연합뉴스에어프레미아가 무상감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한 것은 결손금 보전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4년 기준으로 에어프레미아의 연결 기준 결손금은 1389억 원에 달한다. 에어프레미아는 2023년과 2024년 각각 185억 원, 407억 원의 영업흑자를 냈지만 이전에 발생한 적자로 결손금이 쌓였다. 이번 무상감자로 인해 자본잉여금의 일종인 감자차익은 1305억 원 정도 발생한다. 상법상 기업은 자본잉여금 총액이 자본금의 1.5배를 넘으면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
앞서 2024년 9월 에어프레미아는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어서면서 국토교통부로부터 재무구조 개선 명령을 받았다. 2024년 말 연결 기준 에어프레미아의 자본잠식률은 81.4%였다. 오는 9월까지 에어프레미아는 자본잠식률을 50% 이하로 낮춰야 한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아직 2025년도 감사보고서가 나오지 않았고 올해 1분기 실적까지 확인해야 한다. 재무구조 개선 명령 충족 여부를 판단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에어프레미아는 유상증자도 추진할 방침이다. 통상 기업들은 장부상 결손금을 털어내고 유상증자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한다. 2024년 말 기준 에어프레미아의 부채비율은 2988%다.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이번 무상감자로 자본잠식에서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는다”며 “향후 유상증자까지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타이어뱅크가 2024년 말 기준 5353억 원 쌓인 미처분이익잉여금을 활용해 주주인 김정규 회장 일가에 배당금을 지급하고, 김 회장이 이 자금을 에어프레미아에 지원하는 데 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에어프레미아는 유상증자도 추진할 방침이다. 서울 강서구 에어프레미아 본사. 사진=김명선 기자#고유가·고환율, 장거리 노선에 큰 부담
최근 에어프레미아를 둘러싼 외부 환경은 여의치가 않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 영향으로 국제 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4월 유류할증료 기준이 되는(2월 16일~3월 15일)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값(MOPS)은 총 33단계 가운데 18단계였다. 3월 적용된 6단계에서 한 달 만에 12단계가 올랐다. 3월 23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10원을 넘어섰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전체 비용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30% 정도로 낮지 않다”며 “리스비 등 비용의 많은 부분을 외화가 차지한다”라고 밝혔다.
항공업계에선 에어프레미아 등 장거리 노선을 운항하는 항공사들의 비용 부담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장거리 노선은 항공 운임에 추가로 붙는 유류할증료 증가폭이 중·단거리 노선보다 크기 때문이다. 소비자 부담이 더 커지게 된다. 항공업계 다른 관계자는 “일본 노선이 1인당 3만~4만 원 오르는 수준이라면, 미주노선은 유류할증료가 1인당 20만~30만 원 뛴다”라며 “고유가가 지속되면 장거리 노선의 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 걸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 영향으로 국제 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상승했다. 지난 2월 인천국제공항에서 항공기가 이륙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국토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에어프레미아의 올해 1~2월 공급은 29만 7675석, 여객은 23만 2445명으로 탑승률은 78.1%를 기록했다. 이 기간 전체 국내 항공사 평균 탑승률(88.1%)을 밑돌았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취업 비자(H-1B) 심사를 강화한 데다 원·달러 환율이 높아지면서 미국 여행 수요가 위축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학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항공 산업이 여의치가 않은 데다 특히 장거리 노선으로 진출한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에어프레미아가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를 통해서도 재무 부담을 완전히 떨쳐내기 어려울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김정규 회장이 투자한 다른 회사 ‘파멥신’은?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은 항체 치료제 기업 파멥신에도 투자했다. 앞서 2023년 12월 타이어뱅크와 김 회장, 김 회장의 세 딸은 50억 원 규모의 파멥신 유상증자에 참여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현재 김 회장은 파멥신의 지분 17.19%를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과 타이어뱅크, 김 회장 세 딸 등 타이어뱅크그룹의 파멥신 지분은 45.74%로 최대주주다.
2018년 11월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홍보관에서 열린 파멥신 코스닥시장 신규상장기념식. 유진산 파멥신 창업주(가운데)는 현재 파멥신 부사장으로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제공파멥신은 2008년 설립된 1세대 바이오벤처다. 상장 전 장외시장 몸값이 4000억 원까지 오를 정도로 유망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파멥신은 항체신약 후보물질 올린베시맙의 가능성을 인정받아 2018년 11월 코스닥 시장에 기술특례로 상장했다. 공모가 6만 원에 상장한 파멥신은 2019년 3월 주가가 9만 원으로 고점을 찍기도 했다.
그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파멥신은 공시 번복 등으로 누적 벌점이 15점을 초과하면서 2024년 3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지정됐다. 파멥신은 같은 달 관리종목으로도 지정됐다. 2021~2023년 3년 연속 연매출이 30억 원을 넘지 못했고,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하는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타이어뱅크가 경영권을 인수한 후 경영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 2024년 10월 파멥신은 타이어뱅크 자회사인 좋은타이어와 소규모 합병을 실시했다. 파멥신은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화장품 제조업, 건강기능식품 제조·판매업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지난해 5월 한국거래소는 기업의 계속성과 투명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파멥신의 상장폐지를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때 타이어뱅크가 파멥신을 우회상장 통로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지만 상장폐지로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됐다. 파멥신은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지난해 5월 상장폐지 결정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그러나 올해 1월 서울남부지방법원은 파멥신의 신청을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