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수공천된 후보들 중엔 과거 친박계로 분류되던 인사들이 대거 포함돼 눈길을 끈다. 이정현 국민의힘 공관위원장 또한 과거 친박 유력 인사로 분류됐기 때문에 이번 공천에서 묘한 기시감이 든다는 말이 나온다. 이번 공천을 지켜보고 2007년 절정으로 치달았던 친박과 친이의 싸움을 떠올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이 단수공천한 후보는 유정복 인천시장, 김태흠 충남지사, 이장우 대전시장, 김진태 강원지사, 박완수 경남지사, 김두겸 울산시장, 최민호 세종시장, 문성유 제주지사 후보다. 문성유 후보를 제외하면 전부 현역이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친박’이라는 키워드를 공유하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안전행정부(현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친박 핵심 출신이다. 유 시장은 친박계 핵심이면서도 친이계와 가교 역할을 했던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농림식품축산부 장관을 지냈다.

이장우 대전시장 역시 ‘강성 친박’으로 불렸던 인사다. 2016년 8월 새누리당 전당대회서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뒤 그는 ‘박근혜 탄핵정국’에서 반탄파로 분류되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이장우 시장과 더불어 ‘강성 친박’ 타이틀을 달고 있었다. 김 지사는 ‘태극기 집회’에서 강력한 지지를 받으며 친박 핵심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박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 검찰총장 청문회 당시 대립각을 세우며 주목을 받았다.
박완수 경남지사도 친박계 인사다. 2014년 박 지사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으로 임명됐는데, 당시 ‘친박 낙하산 논란’이 정치권 안팎에서 불거졌다. 김두겸 울산시장 역시 과거 친박으로 분류됐고, 최민호 세종시장은 공직자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총리 비서실장을 지낸 이력이 있다.
이처럼 과거 친박이었던 현역 지자체장들이 ‘프리패스 티켓’을 확보하며 본선거 채비에 본격 나선 가운데, 친이계로 분류됐던 후보들은 공천 정국에서 ‘혁신 공천’ 대상으로 거론된다. 친박계 후보들과는 정반대 처지에 놓인 셈이다.

대구시장 선거 공천서 컷오프 된 주호영 의원은 이정현 공관위 공천 시스템과 관련해 가장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주 의원은 3월 22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이정현 공관위원장의 무도하고 비상식적인 결정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더 이상 국민의힘 대표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면서 “장 대표는 이 위원장 등 뒤에 숨지 말라”고 했다.
주 의원은 “이정현식 공천으로 전국 여기저기서 누더기 공천작업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원칙도 없고 선거 전략도 없는 ‘막가파식 공천’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친박과 친이의 공천 희비가 엇갈리는 가운데,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 위원장이 내건 ‘혁신 공천’과 장동혁 대표의 단식 중단 사이의 연결고리에 주목한다. 당시 장 대표는 단식 농성 현장을 방문한 박근혜 전 대통령 권유를 받고 단식을 멈춘 바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거는 장동혁 대표가 단식할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와서 자기를 구해준 것에 대한 보답 아니냐”면서 “그런 거로 보기에는 또 너무 유치하고, 도대체 뭐가 뭔지를 알 수가 없다. 이렇게 엉망진창인 공천은 당 지도부가 엉망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도 “참 오래된 싸움”이라면서 “19년이나 된 계파 대결 구도가 여전히 유효한 상황은 보수진영에 긍정적인 시그널은 아니”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친이계가 윤석열 전 대통령 호위그룹으로 부상하며 ‘친윤 핵심’으로 거듭났다”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도 탄핵되면서 또 다시 판갈이 기류가 흐르고 있다. 엎치락뒤치락하던 친박계와 친이계의 주도권 싸움이 다시 변곡점을 맞았다”고 했다.
그는 “일본 사무라이도 아니고 같은 당 안에서 이토록 오랫동안 계파 간 소모전이 펼쳐지는 양상은 중도 유권자에게 좋게 보일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