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에너지는 지난해 3월 IPO를 추진했으나 구주매출 구조를 둘러싼 시장의 우려가 제기되면서 상장 작업이 잠정 중단된 바 있다. 신규 자금이 회사로 유입돼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에 쓰이는 신주 발행과 달리, 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매각하는 구주매출은 그 대금이 회사가 아닌 주주 개인에게 돌아간다. 당시 한화에너지는 김동관 부회장(50%), 김동원 사장(25%), 김동선 부사장(25%) 등 오너 3세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상장 과정에서 이들이 대규모 시세 차익을 거둘 가능성에 관심이 쏠렸다.
특히 김승연 회장이 (주)한화 지분 11.32%를 김 부회장(4.86%), 김 사장(3.23%), 김 부사장(3.23%) 세 아들에게 증여한 시기와 IPO 추진 시점이 맞물리면서, 시장에선 증여세 재원 마련 목적의 자금 확보가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됐다.
한화에너지는 상장을 바로 추진하기보다 재무적 투자자(FI)를 유치하는 방식을 택했다. 오너 3세가 지분 전량을 보유한 ‘가족회사’ 틀에서 벗어나 주주 분산 요건을 미리 충족시키고, 상장 과정에서 제기될 사익 편취 논란 부담을 덜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번 프리IPO에서 한화에너지의 기업가치는 약 5조 5000억 원으로 평가됐으며, FI가 주주로 참여하면서 기존 오너 일가 중심의 지분 구조에도 변화가 생기게 됐다.
이번 프리IPO를 통해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삼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은 각각 2750억 원, 8250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업계에서는 이들이 확보한 자금이 증여세 등 세금 재원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동관 부회장은 두 동생이 지분 매각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는 사이 그룹 지배구조 정점의 한화에너지 최대주주 지위를 공고히 하며 그룹 전반에 영향력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러한 지배구조 재편 구상은 최근 정부가 중복 상장 규제 강화 방침을 밝히면서 변수에 직면하게 됐다. 지난 18일 이재명 대통령은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상장된 모회사가 핵심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별도로 상장하거나 비상장 자회사를 따로 상장시키는 구조를 ‘중복 상장’으로 규정하고 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재설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주주가치 훼손 우려를 줄이기 위해 예외적인 경우에만 상장을 허용하는 일종의 ‘초강수’다.
한화그룹은 지배회사인 (주)한화가 이미 상장돼 있는 상태에서 한화에너지 IPO를 추진할 경우 모회사와 핵심 자회사가 함께 상장하는 구조가 돼 정부가 지적하는 ‘중복 상장’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상장사 모회사가 비상장 자회사를 분할해 상장하는 전형적 사례와 구조가 달라, 최종 판단은 금융당국이 마련할 세부 기준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2분기까지 중복 상장 방지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심사 기준과 제도 개편안을 확정하겠다고 예고해, 업계에서는 관련 가이드라인의 내용과 적용 범위가 어떻게 정해질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화 관계자는 “현재 구체적인 IPO 계획은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정동민 기자 workhar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