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도체 화성공장에서 발생한 불산 누출 사고를 회사 측이 고의로 은폐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에 따르면 삼성반도체 측은 사고사실을 25시간 숨기고 있다가 피해자가 사망한 직후에야 관련기관에 알린 것으로 드러났다. 장 의원은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고가 발생한 것은 지난 1월 27일 13시 30분경. 회사 관계자들은 화성사업장 11라인 외부에 있는 ´화학물질중앙 공급시설 밸브´에서 불산이 액체상태로 유출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삼성반도체는 협력사 STI 서비스 직원들을 불렀고 27일 23시에야 보수작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수리를 완료한지 2시간 지난 28일 7시 30분경 STI서비스 직원 박 아무개 씨가 목과 가슴의 통증을 호소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13시 55분경에 사망했다.
삼성반도체가 경기도청에 신고한 시각은 28일 14시 40분경이고, 고용노동부에 신고한 시각은 28일 15시경. 장 의원은 “삼성반도체가 불산 누출 사고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가 박 씨가 사망한 직후에야 신고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한 장 의원실이 한강유역환경청과 통화한 바에 따르면 화학물질사고 대응․수습부서인 환경부는 28일 17시가 돼서야 사고 신고를 접수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2차 오염으로 인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화학물질사고를 환경부가 가장 늦게 사고 접수를 받았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는 게 장 의원의 판단이다.
그러나 삼성전자 측은 29일 고의 은폐 의혹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통상적인 유지보수 작업을 하다 화학물질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함으로써 신고의 의무가 발생됐고, 사망한 시간 경과 후 14시 40분 경 인허가 관청인 경기도청에 신고했다는 것이다.
한편, 경찰은 관련 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회사 실무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황이 없어 신고를 못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통상적 유지보수 작업”이라는 회사 측 공식 입장과는 배치되는 것으로 파장이 예상된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