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영전자공업을 비롯해 몇 군데 주총에 참여했다. 주주제안을 했던 삼영전자공업에서 주주 발언을 제한하거나 출입을 막는 분위기는 전혀 없었다. 다만 경영진의 자본 배분이나 주주가치에 대한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실제 주주제안 결과는.
“감사선임과 자사주 소각에 대한 안건을 올렸다. 3%룰이 적용되는 감사선임은 성공했다. 일반주주 기준으로 80%가 찬성표를 던졌다. 그런데 3%룰이 적용되지 않는 자사주 소각 안건은 대주주 측 지분이 50%가 넘어가는 상황이라 통과되지 못했다. 지배구조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보통은 ‘검토하겠다’거나 ‘기업 가치 제고를 고려하겠다’라는 식의 답변을 하는데, 삼영전자공업 이사는 ‘자사주 매입 효과 없다’며 반박했다. 경영진이 자본 효율성과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상법 개정에 대한 평가는.
“방향은 맞다. 해외 투자자들도 대부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려면 결국 법원이 중요하다. 최근 진행된 상법 개정에서 핵심이 되는 내용인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위반에 대해 실제 책임을 묻는 판결이 나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증거개시제도(재판이 시작되기 전, 소송 당사자들이 서로 가진 증거와 정보를 상호 공개하여 쟁점을 명확히 하는 영미법상의 제도)가 필요하다. 민사소송에서는 사실상 증거를 수집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하다. 그런데 증거개시제도가 도입되면 이사가 어떤 불법행위를 저질렀을 때 이메일 등과 같은 정보를 확보할 수 있어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아울러 국내 법원은 일정 주기로 로테이션을 돌기 때문에 전문성을 갖추기 어렵다. 미국 델라웨어 법원처럼 상사 전문법원 도입으로 전문성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개선 여지 남긴 상법
―소송 남발에 따른 기업 위축 우려 목소리도 있다.
“이사의 충실의무가 확대된 상법은 이사가 모든 주주를 충족시켜야 하는 법은 전혀 아니다. 특정 지배주주에게 유리하게 경영상 판단을 하면 안 된다는 취지다. 이 때문에 소송 대상은 지배주주나 이사가 된다. 소송의 당사자는 기업이 아니다. 아울러 미국은 소송이 가장 활발하지만 자본시장은 가장 발전했다. 활발히 소송이 진행되고 있지만 혁신적인 기업들은 매년 탄생하고 있다. 소송은 기업을 공격하는 게 아니라 잘못된 의사결정을 한 경영진을 견제하는 장치다. 한국 자본시장에서는 소송이 너무 없어 문제라는 인식도 있다. 오히려 소송이 너무 없어 지배주주들이 마음대로 경영하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소송 남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경영 시 자기 사익을 추구하는 지배주주들의) 엄살이라고 보고 있다.”
―대기업으로 행동주의가 확대될 가능성은 있는가.
“국내 운용사는 자금 규모에 한계가 있어 소규모 기업들을 대상으로 행동주의 펀드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규모가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행동주의 펀드의 자금이 가려면 결국 자금력을 갖춘 해외 펀드 역할이 중요하다. 일본의 경우 10년 동안 지배구조 개혁을 통해 주가지수가 올랐다. 일본에는 약 70개의 행동주의 펀드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해외 펀드들이다. 과거에는 해외 펀드에 대해 ‘투기자본’ 프레임이 강했다. 하지만 일본 사례를 보면 외국 펀드가 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했다. 자금의 국적이 아니라 기능으로 봐야 한다. 해외 자금 유치에 대해 환영하는 시각으로 봐야할 거 같다.”
―주주환원의 기대 효과는.
“기업 내부에 쌓여 있는 자본을 더 효율적인 곳에 투자하게 만드는 것이다. 자본이 효율적으로 흐를 때 국가 전체 생산성이 올라간다. 순환 자본의 효율적인 배치는 회사 내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배당 등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면 다시 유망한 기업에 투자를 할 수 있다. 자본시장 내에서 자본을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으로 자본이 흐르게 된다.”
#변곡점 맞는 한국 기업
―한국 지배구조 변화 방향은.
“지금 구조는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세대가 넘어갈수록 지분은 분산되고 가족 간 갈등도 늘어난다. (상법 개정으로 주주권익이 높아지면서) 승계 작업을 진행하기도 어렵다. 많은 지배주주가 지배력 유지에 집중하지만, (실제) 더 큰 리스크는 경영 실패다. (승계 과정에서) 기업 가치가 훼손되는 게 훨씬 치명적이다.”
―지배주주 중심 기업 문화가 한국 경제의 빠른 성장 원동력이란 시각이 있는데.
“한국 경제가 초창기에 발전할 때는 재벌 집중 체제가 효율적일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다만 지금은 다르다. 전 세계적으로 다 경제가 연결이 돼 있고, 과거처럼 노동·자본 집약적인 그런 경제 체제가 아니다.”
―현 시점 지배주주에게 최선의 선택은 무엇인가.

―전문경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법은.
“지금부터 (지배주주가) 권한을 전문경영인에게 나눠 의사결정 경험을 쌓게 해야 한다. 그래야 승계 이후에도 기업이 유지된다.”
―자본의 효율적인 재배치를 강조하다 보면 고용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 시점에서 갑자기 자본이 효율적으로 배치되긴 어렵다. 시간을 두고 서서히 바뀔 텐데 그 기간은 10~20년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가구 소득이 근로소득 중심이라 반발이 클 수 있지만 자본의 효율적인 배치가 가능한 자본 시장으로 천천히 바뀌면 가구의 배당 등 자본소득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면서 반발도 약해질 수 있다.”
―끝으로 개인 투자자에게 조언한다면.
“기업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고 투자하면 실패한다. 앞으로는 지배구조 개선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찾아야 한다. 이미 지배구조가 투명하다고 알려진 기업들은 주가가 많이 반영돼 실제 수익을 거두기 어려울 수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 가운데 지배구조 개선 가능성이 있는 곳을 찾아 투자하길 권한다. 아울러 개인의 기업 탐방을 받아주는 곳도 있으니 자기의 방식으로 공부해서 투자하는 게 좋을 거 같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