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민주당 지도부가 오히려 반대로 이재명 대통령을 내세우지 말라는 결정을 내려 논란이 거세다. 당과 청와대 입장이 엇갈리며 이 대통령이 직접 등판하는 장면까지 연출됐다. 한동안 잠잠하던 친명-친청 갈등이 다시 폭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여권 안팎에서 쏟아진다.

당 지도부가 ‘이재명 마케팅 금지령’을 내렸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당 안팎에서 강한 의문이 제기됐다. 특히 친명계 의원과 후보들을 중심으로 “취임 전 이 대통령과 찍은 사진이 어떻게 당무개입에 해당하느냐”고 반발했다.
친명계 강득구 최고위원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은 지금, 이를 선거자산으로 활용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전략”이라며 “이 지침은 최고위원회에서 단 한 번도 논의된 바가 없다”고 즉각 지침 철회를 요구했다.
경기지사 민주당 후보 경선에 나왔던 한준호 의원도 “이미 홍보물 제작을 마치고 발송을 앞둔 후보자들이 많고, 갑작스러운 기준 변경으로 현장은 적지 않게 흔들리고 있다”며 “여당 후보들은 2018년에도, 2022년에도 현직 대통령과 함께한 메시지로 지방선거를 치러왔다. 이번에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 이유에 대해 현장에서 납득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민주당 중앙당은 “기존에 설치된 외벽 현수막과 기존에 각 후보가 사용 중인 명함 등의 홍보물은 사용이 가능”이라며 “그러나 대통령의 녹음된 음성이 포함된 동영상 등의 매체를 홍보에 활용해 현재 대통령이 ‘특정 후보’를 지원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행위, 과거에 촬영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현재 시점인 것처럼 이용하는 등의 행위는 엄중히 금지될 것”이라고 구체적 지침을 다시 내려 보냈다.
이러한 조치가 나온 것에 대해 조 사무총장은 “중앙당에 ‘기초단체장 후보자를 응원하는 이재명 대통령’이라는 동영상이 제보됐는데, (동영상 시점이) 4년 전 것이었다”며 “영상에 어떤 표현도 없이 ‘(특정) 후보를 응원하는 이재명 대통령’이라고 게재하면, 마치 지금 대통령이 특정 후보를 응원하는 것처럼 비춰진다”고 했다.

친명으로 분류되는 여권 관계자는 “지방선거의 경우 당이나 후보보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영향을 크게 미친다. 이 대통령 지지율이 연일 고공행진을 달리고 반면 국민의힘은 공천 내홍에 빠지면서, 지방선거를 민주당이 쉽게 이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며 “이에 이 대통령 사진과 영상을 전면에서 내리고 영향력을 약화시켜, 선거 승리 공로를 정청래 지도부에 돌리려는 계산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당에서 지침이 내려온 시점이 중요하다는 해석도 있다. 이 관계자는 “당시는 민주당 후보 경선이 한참 진행 중이었다”며 “예비후보들 중에는 오랜 세월 이 대통령을 지켜온 이들도 있고, 비교적 최근 친명이라고 이름을 올린 정치인들도 있다. 대통령 취임 전 사진을 쓰면 이런 것들이 확연히 부각된다. 이에 당 지도부에서 특정 친명 후보들을 타격을 주기 위해 지침을 내린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참전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의 보도 경위에 대한 파악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4월 8일 비서관급 이상 참모들이 참여한 텔레그램 단체방에서 ‘내부감찰 등을 거쳐 해당 발언을 한 고위 관계자를 찾아내 문책하라’는 취지의 주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사에 대해서도 “정정 보도를 요청하라”고 지시했다. 해당 기사는 현재 온라인에서 삭제된 상태다.
대통령이 “내 뜻이 아니다”라며 직접 목소리를 내자, 청와대와 당 지도부에서는 수습에 나섰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4월 9일 JTBC ‘이가혁 라이브’에 출연해 “당무 선거와 관련된 사무는 당이 판단해 알아서 할 일이지 청와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사안은 아니다. 해당 사진이나 동영상을 쓸지 말지는 당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라며 “당에서의 과잉 형태가 벌어진 어떤 해프닝”이라고 밝혔다.
당 지도부도 고개를 숙였다. 정청래 대표는 4월 10일 “이 부분은 당에서 한 것이지 청와대와는 협의했거나 관련성이 전혀 없다”며 “당대표로서 대통령께 결과적으로 누를 끼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오인될 수 있도록 하는 행위를 근절하자는 차원이었지, 대통령 사진을 못 쓰게 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와 정청래 대표 간 미묘한 신경전 불씨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결정되면서, 전 전 장관 지역구인 부산 북갑에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생겼다. 이에 최근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 차출설이 불거졌다. 하 수석은 해당 지역구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전재수 전 장관이 보궐선거 후보와 관련해 “새로운 세대의 등장이 필요하다고 보고 그런 측면에서 후배 후보를 물색하며 당과 논의를 해나갈 생각”이라며 “나는 하정우 수석을 매우 좋게 생각하는데 하 수석의 마음은 모르겠다”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조승래 사무총장이 최근 하정우 수석을 만나 부산 북갑 보선 출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고, 정청래 대표는 “하정우 수석에 삼고초려를 하고 있다”며 선거 출마 요청을 공식화했다.
하정우 수석 역시 최근 여러 인터뷰에서 “북구갑은 매일 놀던 곳”이라며 “생각을 안 해 온 건 아니고, 인사권자(대통령)의 결정이 중요하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4월 9일 국민경제자문회의 1차 전체회의에서 하정우 수석이 R&D 지원 정책 설명을 끝내자 “하GPT(하 수석 별명) 요새 이렇게 할 일이 많은데 누가 작업 들어오는 것 같던데”라며 “작업 들어온다고 넘어가고 그러면 안 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차출설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해석됐다. 하 수석은 이 대통령의 말에 “할 일에 집중하겠다”고 답했다.
당 지도부는 차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같은 날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나도 농담으로 말하겠다. 얼마나 소중한 가치가 있는 분이면 당에서 요청하겠나”라며 “당에선 그만큼 더 필요한 인재”라고 재차 ‘러브콜’을 보냈다.
다만 당청 갈등이 당장 표면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에 의도가 있든 없든 왜 자꾸 엇박자를 내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그럼에도 당장 중요한 것은 지방선거 승리다. 지방선거 이전에는 당청 갈등을 드러내지 않겠다는 생각이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