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대통령이 공유한 영상은 군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건물 옥상에서 누워 있는 사람을 발로 여러 번 차서 떨어뜨리는 내용이었다. 이 영상을 올린 팔레스타인 사람은 “실시간 영상”이라며 “이스라엘 방위군이 팔레스타인 아이를 고문하고 지붕에서 던졌다”고 적었다. 이 대통령은 이 영상을 공유하면서 “이게 사실인지, 사실이라면 어떤 조치가 있었는지 알아봐야겠다”며 “우리가 문제 삼는 위안부 강제, 유대인 학살이나 전시 살해는 다를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영상의 진위, 이 대통령 발언의 적절성 등을 두고 즉각 논란이 일었다. 이 대통령이 공유한 영상은 2024년 촬영돼 외신에 보도됐고, 팔레스타인 아이가 아닌 팔레스타인 군인 시신을 처리하는 장면이라는 사실이 금세 알려졌다. 가짜뉴스 엄단을 강조했던 이 대통령이 가짜뉴스를 퍼뜨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10일 낮 12시경 재차 엑스 게시물을 올려 해명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공유한 영상과 관련해 “2024년 9월 발생한 실제 상황으로 미국 백악관이 매우 충격적이라고 평가했고 존 커비 등 미 당국자가 혐오스럽고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까지 언급했던 일”이라며 “조금 다행이라면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라 시신이었다는 점이지만, 시신이라도 이와 같은 처우는 국제법 위반”이라며 이스라엘군을 비판했다.
또 이 대통령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국제인도법은 준수돼야 하며 인간의 존엄성 역시 타협할 수 없는 최우선 가치로 지켜져야 한다”며 “어떤 이유에서든 어디에서든 인권은 최후의 보루이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정부가 이 대통령 게시글을 직접 반박하면서 논란은 확산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지난 4월 11일 오전 엑스 게시물을 통해 “이 대통령 발언은 용납할 수 없다”며 “강력한 규탄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이 대통령은 이상한 이유로 2024년 이야기를 파헤치고 현재 발생한 사건처럼 허위로 제시한 가짜 계정을 인용했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것으로 악명이 높은 계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언급된 사건은 테러범을 소탕하는 작전 중에 발생했다”며 “이스라엘 군인들은 생명에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위협에 직면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스라엘 외무부의 반박을 재반박하는 게시물을 올려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11일 엑스 게시물을 통해 “끊임없는 반인권적 반국제법적 행동으로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전 세계인들의 지적을 한 번쯤은 되돌아볼 만도 한데 실망”이라고 이스라엘 정부를 비판했다.
국민의힘 등 야권은 이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겨냥한 소셜미디어 발언을 외교 참사로 지칭하며 비판하고 있다. 국민의힘 조용술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중동전쟁 종전을 위한 협상이 시작되는 민감한 시점에 이스라엘 인권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국제 갈등에 다시 불을 지폈다”며 “국익을 위해 바위처럼 신중해야 할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한 즉흥적 말 정치로 대한민국을 또 하나의 외교 갈등 한복판으로 밀어 넣었다”고 4월 12일 논평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타국 영상을 공유하며 해당 국가를 공개 비난하는 선례가 생겼다”며 “북한 정치범 수용소 참상은 유엔이 반인도범죄로 규정했다. 중국의 위구르족 대규모 수용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공식 확인했다. 러시아의 부차 민간인 학살은 이스라엘 사안보다 훨씬 명확하게 검증된 사건이다. 이 영상들도 대통령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해당 국가들을 같은 강도로 비난하겠나”라고 지난 4월 10일 페이스북에서 지적했다.
이스라엘 한인회 이강근 회장은 “2년 전 하마스가 가짜뉴스로 홍보한, 그래서 진상규명된, 어처구니 없는 가짜뉴스를 한국 대통령이 재포스팅하다니 이재명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닌 야당 대표 같다”며 “이 행동 하나로 이스라엘에 살아가는 한국인들이 받아야 할 눈총을 생각해봤나. 대통령으로서 적절치 않다”고 지난 4월 11일 소셜미디어에서 주장했다.
민주당 인사들은 이 대통령 발언을 지지하고 나섰다.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은 “과거 만행을 부정하는 일본을 상대로 우리의 인권 회복 노력에 국제적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서라도 제네바협정 위반행위 같은 국제 인도법적 주장은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난 4월 11일 소셜미디어에서 밝혔다.
김두관 전 민주당 의원은 “현재 대한민국 입장에서 원유 확보는 국가의 존망과 국민의 생명이 걸린 중대한 일”이라며 “정서적으로 중동을 달래야 하는 이유도 거기 있다”고 지난 4월 11일 페이스북에서 말했다. 김 전 의원은 “박정희 대통령은 1978년 이스라엘과 단교했다. 오일쇼크를 헤쳐 나가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지만 이 조치로 우리는 중동 붐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도 했다”며 “그때도 미국 눈치를 봐서 절대 이스라엘과 단교하면 안 된다는 비난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비판에 굴하지 않고 이스라엘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통령은 4월 12일 오전 엑스 게시물에서 “각국의 주권과 보편적 인권은 존중돼야 하고 침략적 전쟁은 부인된다”며 “그게 우리 헌법정신이자 국제적 상식”이라고 말했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